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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두메산골주조는 상표가 엉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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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이 나가면 틀림없이 여러 얘기들이 나올 것입니다. 힘도 없는 시골 마을 영세한 업체한테 어떻게 그렇게 가혹한 말을 할 수 있느냐 따위.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어쩌면 영세할수록 이런 조그맣지만 중요한 사안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이렇습니다. 그냥 어제 저녁 제가 사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눈에 띄었을 뿐이랍니다. '경남'과 '창원'이 나란히 있었습니다. 창녕 우포의 아침에서 만드는 막걸리는 아스파탐 빼고는 100% 국산 쌀을 씁니다.

 

상표는 '창원 생탁주'입니다. 여기에 원료 성분이 어떻게 되는지 얘기를 해놓습니다. 간단합니다. 복잡할 까닭이 없습니다. 쌀 100%(국내산 쌀 100%). 그런데 거창 두메산골주조에서 만드는 막걸리는 조금 다릅니다.

 

 

이름도 경남 '탁생탁'으로 유별납니다. '탁'자 아래에 몇몇 글자를 적어놓았습니다. 상표 앞부분에는 '국내산 쌀'이라고, 뻘건 바탕에 하얀 글씨로 두드러지게 새겼습니다. 그런데 돌려봅니다. 쌀은 60%만 들었습니다.

 

 

나머지 40%는 소맥분(밀가루) 30%(수입산)와 전분당 10%입니다. 전분당이 어디 출신인지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물론 멋진 막걸리 마니아가 보기에는, 둘 다 아스파탐을 쓴다는 면에서는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회적 소통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자기 모습을 정직하게 표현하느냐 하지 않느냐 얘기인 셈입니다. 어떻습니까? 제가 보기에 거창 두메산골주조는 가랑이가 찢어지는 참새 같은 꼴입니다.

 

멀리는 뛰고 싶고, 가랑이는 벌어지지 않고. 침은 길게 뱉고 싶고, 혀는 짧고. 국내산 쌀을 브랜드에서 키우고 싶으면 실제 원료를 국내산 쌀로 쓰면 됩니다. '창원 생탁주'처럼 하면 됩니다. 그러고서 '국내산 쌀'이라 적어넣으면 아무도 아무 말 하지 않습니다.

 

창녕 유어 막걸리 간판. 연세 높으신 어른이 막걸리를 옛날 방식으로 빗는 곳입니다.

창녕 유어 막걸리에 붙어 있는, 문화재. 저는 이것 누가 떼어갈까봐 겁이 났습니다.

실제로 국내산 쌀을 원료로 쓰지 않거나 적게 쓰면서 이런 때깔을 부리고 싶은 것이 잘못입니다. 어쨌거나, 멀리서 오는 원료를 갖고 만든 것들은, 사실 농산물이 아니라 석유 덩어리입니다. 배가 됐든 비행기가 됐든, 아니면 자동차가 됐든 모두 기름을 먹여 움직이는 것들입니다.

 

이제는 국산으로 찍혀 있는 막걸리 한 잔을 두고서도, 술을 마실 것이냐, 아니면 석유를 마실 것이냐를 선택해야 하나 봅니다. 그것은 또 바로, 공산품을 마시느냐 농산물을 마시느냐로 바뀔 수도 있는 문제랍니다. 저는 공산품이 아닌 농산물을 마시고 싶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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