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반송동 대동그린코아아파트 앞 건널목입니다. 왕복 7차로 도로를 세로지릅니다. 오늘 6일 창원천을 살펴보러 왔다가 이런 모습을 눈에 담았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 일이지만, 다리가 좋지 않아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이 여기 건널목을 건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 작심한 듯이 서둘렀지만 녹색 신호등이 빨간 신호등으로 바뀌고 나서도 한참 동안을 도로 위 건널목에 걸쳐 있어야만 했습니다.
기억 속 풍경에서 그 어르신 둘레는 조용했습니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할 지경이었습니다. 이 옛날 생각을 하고 있는데, 건너편 맞은편에 할머니 한 분이 나타났습니다. 멀리서 보기에도 많이 늙으신 듯했습니다. 걸음걸이가 불편하시겠지, 정해진 시간 안에 건널 수 있을까?
문득 드는 이런 생각에 앞뒤 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신호등 색깔이 빨간색에서 녹색으로 바뀌었습니다. 마주 보고 건너기에 앞서 할머니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왼편에 파란색 옷을 입은 분입니다. 도로 가운데쯤에서 스쳐지나갔습니다.
할머니가 출발했던 그 맞은편에 닿아서 돌아봤습니다. 신호등이 다시 녹색에서 빨갆색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앞에는 건너야 할 차로가 하나 더 남아 있었습니다. 가운데 차로에 서 있던 자가용이, 할머니가 지나가자마자 휘리릭, 달려나가 사라지고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가장 바깥 차로에 있는 자가용은 할머니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조금 뒤에 할머니는 건널목을 다 건넜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할머니랑 함께 길을 건너던 다른 사람은 모두 제 갈 길로 가느라 풍경에서 없어졌습니다.
도로를 건넌 할머니는 가로등을 잡았습니다. 저는 그냥 지탱하려고 잠깐 붙잡았는 줄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한참을 그렇게 붙들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서둘러 건너느라 가빠진 숨을 고르고 있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할머니에게, 건널목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녹색과 빨간색을 되풀이 오가는 신호등은 무엇일까요? 쌩쌩 갖은 자동차 내달리는 도로는 무엇일까요? 네모꼴로 쌓아올려진 건물과 가로세로 쫙쫙 뻗은 도로로 상징되는, 이 도시는 또 과연 무엇일까요?
할머니의 이런 현실에 대해, 할머니의 이런 보행권에 대해, 우리 사회는 우리 행정은 얼마나 관심을 갖고 배려하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 사회 지금은 쌩쌩한 인간들(저를 비롯해서)은, 저렇게 저기 저 할머니처럼 늙어지는 일 없이 언제까지나 살 수 있을까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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