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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밀양시장, 외부세력보다 못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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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치단체장이 어느 한 편에 서서 다른 편에 있는 지역 주민을 몰아세우는 일에 대해 매우 마땅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정한 의도를 따라서 특정 지역 또는 견해 주민을 고립시키는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체장의 권한은 이런 경우 생각 밖으로 막강합니다. 관변단체들이 단체장 뜻을 따라 먼저 움직이고, 자치단체와 관계에서 ‘을’의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는 많은 사람·단체들도 덩달아 그렇게 움직입니다. 물론 단체장 또는 자치단체가 이런 일을 대놓고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지역 사회는 산산조각이 나고 맙니다. 지금 밀양에서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아니 일어나고 있다고 해야 맞겠습니다. 이에 대해 지난 8월 5일 저녁 MBC경남의 ‘라디오 광장’ ‘세상 읽기’에서 한 번 짚어봤습니다.

 

원래는 서수진 아나운서랑 얘기를 주고받게 돼 있었는데, 여름휴가를 떠난 때문인지 다른 분이 제 상대였습니다.

 

1. 권한도 책임도 없으면서 나서신 밀양시장

 

아나운서(아) : 안녕하세요? 밀양 76만5000볼트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공방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어요. 엄용수 밀양시장이 적극 개입 의사를 밝힌 뒤 표면화된 현상이지요?

 

엄용수 밀양시장 기자회견 모습. 경남도민일보 사진.

 

김훤주 기자(주) : 7월 25일 오전 10시 30분 엄용수 밀양시장님이 경남도청 프레스센터를 찾아 “적극 개입해 사업을 종결짓겠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765kV 송전탑 사업은 불가항력이고, 대안도 없다”며 “피해 주민은 생업으로 돌아가고 ‘과장·왜곡된 정보로 갈등을 만드는 외부세력’은 개입을 중단하라”고 했습니다.

 

아 : 그러면서 엄 시장은 ‘보상협의체’를 만들어 정부 보상안과 주민이 원하는 보상안의 간격을 줄이는 ‘직접개별보상’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주 : 직접개별보상은 법적 근거도 없고 밀양시 또는 밀양시장은 당사자도 아니고 주체도 아니라는 문제가 있는데요, 엄 시장님은 “어쨌든 노력을 해보겠다는 얘기”라고 답했습니다.

 

2. 주민들과는 제대로 얘기도 하지 않은 밀양시장

 

아 : 어쨌든 단체장이 적극 나서면 사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또 빨라지지 않을까요?

 

주 : 일반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번 엄 시장님의 경우는 지역 주민 편에 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대립과 분열을 키우게 돼 있습니다.

 

이에 발맞춘 듯이 반대 주민 빠뜨리고 무슨 지원 협의체 띄운 한전. 경남도민일보 사진.

 

아 : 그렇게 잘라 말씀하는 근거가 있는지요?

 

주 : 여태 주민들은 한 번도 ‘돈이 적다’거나 하는 말로 보상을 입에 올린 적이 없습니다. 그냥 살던 땅에 그대로 살게 해달라는 요구를 해 왔습니다.

 

또 철탑 대신 땅에 묻는 지중화나 지금까지 써온 다른 송전선로를 활용한다든지 하는 대안 마련 필요성을 말해왔습니다. 반면 엄 시장은 보상을 말하고 대안은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송전철탑 관련해 지역 주민들을 제대로 만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이미 어느 한 쪽을 배제하고 고사하겠다는 의사가 없는 이상 이렇게는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한 마디로 상식과 어긋납니다.

 

아 : 2006년 시작된 문제로 알고 있는데요. 올해로 8년째인데……, 엄 시장도 올해로 민선 시장 8년째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화 한 번 하지 않았다니 놀랍습니다.

 

3. 이른바 외부세력보다 못한 밀양시장

 

주 : 엄 시장님이 외부세력보다 못하신 대목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른바 외부세력은 다른 지역에 살면서도 밀양 주민들의 재산·신체·정신적 피해를 걱정하고 근본 원인인 핵발전의 중단·축소를 바라는데요, 그이들은 밀양 현장도 찾고 서울이나 창원으로 나서는 주민들과도 함께했거든요.

 

그런데 반면 엄 시장님은 지난해 1월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 자살했을 때 위로 차원에서 한 번 찾아가신 적만 있다고 합니다.

 

밀양 할매 할배들이 이렇게 굴착기 삽날에 들어가야 했을 때 밀양시장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아 : 지금껏 돌아보지 않다가 지금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요? 중앙정부나 여당인 새누리당의 주문 또는 압력이 있어서일까요? 엄 시장 당적이 새누리당이니까 말입니다.

 

주 :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면 엄 시장님은 현행 법령이 보장하는 3선 12년 임기를 꽉 채울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중앙정부와 여당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가로 공천을 받는 등 정치적 거래가 있으리라고 많은 이들이 짐작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엄 시장님은 ‘뼛속부터’ 새누리당이 아닙니다. 2006년 당선 때는 열린우리당 소속이었지만 열린우리당의 후신 민주통합당이 대선에서 정권을 잃자 2008년 2월 탈당했고,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으로 옮겨갔습니다.

 

4. 드디어 행동에 나서는 관변단체들

 

아 : 밀양 이런저런 단체들이 8월 1일 기자회견을 했어요. 보상협의체 구성과 외부세력 개입 중단 같은 주장이 들어 있어요. 엄 시장과 마찬가지로요. 새로운 분열의 시작일까요?

 

주 : 서른한 개 단체가 가입해 있다는 밀양시 사회봉사단체협의회가 주체였는데요, 봉사단체들은 대체로 지역 단체장과 친하지만, 특히 이번 기자회견은 차고 찌는 고스톱 같았습니다.

 

밀양 할매 할배들이 이렇게 한전에 둘러싸여 고립돼 있을 때, 같은 밀양 주민을 자처하는 관변단체 대표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더욱이 이번 사태를 두고 김태호 공동대표는 “갈등이 보도되면서 밀양이 지역이기주의 표본처럼 비치고 부정적인 시선이 집중됐다”고 했는데, 이는 중앙정부와 한전의 관점과 일치하는 것입니다.

 

아 : 해당 지역 주민의 목숨과 밥줄이 달려 있는 생존권 문제를 두고 지역이기주의로 규정하는 것이 그렇다는 얘기지요? 아무리 해당되는 사람 숫자가 적다 해도 먹고 사는 문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권리일 텐데 말씀입니다.

 

5. 옛 마산에 있었던 단체장의 반(反)주민 책동

 

주 : 이런 사태는 이미 옛 마산시에서 한 번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2008년 황철곤 마산시장이 관변단체들을 부추겨 지역 주민을 누르고 제압하고 STX중공업의 소음 공해 공장인 조선기자재 공장을 수정만 매립지에 진입시키려고 했던 것입니다.

 

아 : 기억이 나네요. 관변단체들이 동원돼 삶터를 위해 STX 진입을 반대하는 수정 주민들을 마산 발전을 가로막는 주범인 양 공격하는 기자회견이랑 관제 집회를 열었거든요.

 

주 : 2011년 창원시가 ‘STX 중공업(주) 수정산업단지 조성 포기 입장 표명’을 하기까지 4년 내내 그랬습니다. 밀양과 마찬가지로 수정 주민께는 ‘집단이기주의’ 딱지가 붙여져 있었습니다.

 

마산 수정만 할매들도 여기 밀양 할매처럼 윗옷을 벗고 투쟁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 있었습니다.

 

당시 시장을 위하던 단체가 관변단체 대부분이 들어 있던 마산발전범시민협의회였는데요, 주민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일제 악덕 지주 아래 조선인 소작농을 괴롭힌 같은 조선인 마름 같은 존재였습니다.

 

아 : 맞아요.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정 주민들이 갖은 고난을 무릅쓰고 결국 이기기는 했습니다.

 

주 : 저는 엄 시장님과 밀양 관변단체들이 마산 수정마을을 보고 배우면 좋겠습니다. 지역 주민 생존권 요구를 외면하고 이익을 챙기려 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것을 말입니다. 황 시장은 나중에 임기가 끝난 뒤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 1년을 살기까지 했습니다.

 

6. 늘고 있는 밀양 송전탑 주민 위한 연대 손길

 

아 : 밀양 주민들을 거드는 움직임은 오히려 더 많아진 것 같아요. 마산 수정만 매립지 STX공장 진입 사태 때보다 더 커진 모습입니다.

 

주 : 초고압 또는 고압 송전탑과 송전선로 건설로 한전과 분쟁을 겪는 전국 곳곳 주민들이 연대했습니다. 밀양을 비롯해 경북 울진과 청도·구미, 충남 당진 등 모두 6개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전력시스템을 위한 초고압 송변전 시설 반대 전국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어제 4일 밀양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노동계 움직임도 있습니다. 엄 시장님 기자회견이 있던 날 민주노총 경남·경북·대구·부산·울산 5개 본부와 건설노조 같은 지역 본부 노동자들이 한전 밀양지사 앞에서 “영남권 건설노동자들은 밀양 송전탑 공사에 동원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7. 주민들 깊은 상처 덧내지 않는 단체장이기를

 

아 : 지금 밀양에 가면 송전철탑 관련 플래카드가 곳곳에 널려 있잖아요? 한전이나 관변에서도 내걸고 해당 지역 주민들도 만들었어요. 당분간 갈등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주 : 예, 플래카드 전쟁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곳곳에 어지럽게 걸려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한전 쪽에서는 그동안 플래카드는 주민들만 해왔는데 이제는 우리도 적극 나서서 알리게 됐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잘못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버텨오면서 밀양 송전탑 주민들이 깊은 상처를 입었더라고요. 세계적인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를 비롯한 9개 단체가 함께 조사했는데, 10명 가운데 7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심각하게 앓는다고 나왔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이는 일반인의 5배에 이르는 수치랍니다. 걸프전에서 포로가 됐던 미군은 48%, 9·11테러를 겪은 미국인은 15%, 쌍용차 해고자는 51%였는데 이보다도 다들 높은 수준입니다. 그만큼 안으로 상처가 깊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상처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엄 시장님은 2011년 2월 신공항 유치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을 주먹으로 때리고 “×만한 ××”라 욕한 적도 있는데요, 이번만큼은 제발 갈등 키우지 말고 걸림돌도 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는 간절합니다.

 

김훤주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기자들의 거짓말, 도지사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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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경남도청 출입기자 둘과 그이들이 소속된 신문사 두 곳을 콕 집어 손해배상 소송을 내었습니다. 거짓말을 해서 도지사 홍준표의 명예를 갉아먹었다는 내용입니다.

 

저로서는 기자들이 거짓말을 했는지 아닌지를 명백하게 판단할 깜냥은 안 되지만, 그렇다 해도 홍준표 도지사가 적지 않게 거짓말을 해온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 홍 지사가 문제 제기한 두 기자의 기사가, 그렇게 크게 잘못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홍준표 도지사의 거짓말이, 가벼운 내용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목도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7월 22일 MBC경남 ‘라디오광장’ ‘세상읽기’에서 한 번 얘기를 해봤습니다.

 

1. 홍준표 도지사의 보도매체 상대 소송 두 건

 

서수진 아나운서 : 오늘은 무슨 얘기를 준비해 오셨나요?

 

김훤주 기자 : 홍준표 도지사가 지난 16일 신문 보도 내용을 문제 삼아 기자 두 명에 대해 제각각 1억원을 내놓으라는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한겨레>신문 6월 21일치에 ‘홍준표 지사의 국정조사 피하기 꼼수’를 실은 최상원 기자와 <부산일보> 6월 26일치에 ‘홍준표의 거짓말…대학병원 “의료원 위탁 제안 없었다”’는 기사를 낸 정상섭 기자를 걸었습니다.

 

진 : 다른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법원으로 들고 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얘기를 듣는 줄 아는데요, 보도 내용이 궁금해지네요.

 

 

주 : <한겨레>에 보도된 ‘홍준표 지사의 국정조사 피하기 꼼수’는 이렇습니다. 홍 지사가 원래는 정면 돌파식으로 일을 처리해 왔는데, 진주의료원 해산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해산 조례 재의 요구에 대해서나 국회의 국정조사 증인 출석 요구 등에 대해서는 회피해 가려는 얕은 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진 : <부산일보> 정상섭 기자의 ‘홍준표의 거짓말… 대학병원 “의료원 위탁 제안 없었다”’는 어떤가요?

 

주 : 기자간담회,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 한겨레 인터뷰 등에서 “폐업을 앞두고 정상화하기 위해 3개 대학병원에 위탁경영을 맡아 달라고 했지만 3곳 모두 강성노조 때문에 거절했다”고 말했는데, 이를 해당 병원에 확인했더니 모두 위탁 경영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더라는 것입니다.

 

진 : 그렇다면 둘 가운데 어느 것이 거짓이고 어느 것이 사실인가요?

 

주 : 소송이 제기됐으니 법원에서 판결이 나겠지만, 제가 보기에 적어도 기자의 지적이 틀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나친 표현은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 : 이와 관련해 홍 지사가 18일 의미심장한 문장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남겼다고 해요. “언론의 자유는 진실보도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지 허위보도의 자유를 용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입니다.

 

 

주 : 홍 지사 본인은 이미 두 기자의 보도 내용을 두고 허위로 단정하고 있다는 뜻도 담은 것 같은데요, 그런데 정작 홍 지사 본인이 거짓말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진 : 어떤 내용들인가요? 최근에도 허위 사실을 말한 적이 있는가요?

 

주 : 바로 진주의료원 등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회 국정조사에 밝혀진 내용입니다. 경남도와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을 4월 12일 이사회에서 했다고 해왔지만 사실은 한 달 앞선 3월 11일 이사회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국회 국정조사에 확인됐습니다.

 

진주의료원을 담당하는 경남도청 국장은 그래서 “국회의원과 도민을 속이게 돼 죄송하다. 속일 의도는 없었지만 긴급한 사안이라 생각하고 좋은 의도로 봐주셨으면 한다”며 머리를 숙였습니다.(그렇다면 무슨 의도로 거짓말을 했을까요?) 

 

두 기자를 응원하는 경남도민일보 자유로운 광고.

진 : 밝혀진대로 이렇게 폐업 결정을 해놓고도 홍 지사가 윤한흥 부지사에게 전권을 줬다며 노조 쪽과 정상화 방안을 찾는 대화를 한 달 가까이 진행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나오기도 했었어요.

 

진 : 그밖에 홍 지사가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주 :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된 것도 있습니다. 발언할 당시 그럴 의사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중에 나타난 현실과는 어긋납니다. 경남 도민에 대한 첫 거짓말인 셈입니다.

 

진 : 그게 무엇일까요?

 

주 : 도지사 보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것이 모두 다 김두관 선수가 중도 사퇴한 탓입니다.)

 

2012년 7월 13일 “선출직으로 대통령 다음이 집권당 대표다. 항간에 경남지사 출마설이 있는데 경남 머슴아의 자존심을 망각하는 행위다. 또 경남지사 자리를 탐해서 경상도 머슴아로 살아가지는 않는다”면서, “마지막 70세쯤 되면 내 고향 창녕에서 군수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진 : 말 한 마디가 천금보다 무겁다는 얘기가 있기는 하지만 출마 여부를 둘러싼 말 바꾸기는 크게 비난을 받지는 않지요.

 

주 : 그렇습니다. 하지만 무겁고 중요한 것도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24일 당시 새누리당 도지사 예비후보 신분이던 홍 지사는 “도청을 옛 마산으로 이전하고, 진주에 제2청사를 건립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돈이 많이 들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을 때에도 지금 도청 자리 땅을 팔면 풍분히 가능하다고 받아쳤습니다. 또 당내 경선에서 이긴 뒤에는 4년 안에 꼭 옮기겠다고 다시 다짐했습니다.

 

진 : 그 뒤에 어떻게 됐나요? 하지 않겠다는 얘기가 나오기라도 했는지요?

 

주 : 그렇지는 않은데요. 오히려 마산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도청 마산 이전 공약 실행 요구가 커지고 있는 국면에서 정작 경남 도정에서 자취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지난 15일 ‘도지사 공약·지시 추진상황 보고회’가 열렸는데 여기에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경남도 관계자는 “창원시의회가 청사를 창원으로 결정했지만 소송 중이고 마산 분리안도 현재 진행형이라 도청 이전에 대한 입장은 그 이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진 : 토호세력과 거리를 두겠다고 한 얘기도 지켜지지 않았다고요. 지난해 12월 27일 당선 직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공익변론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 왼쪽 이종엽 경남도믜원(통합진보당) 하귀남 변호사(통합민주당), 손건혁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창원대 교수).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홍 지사는 그 뒤에 “토호세력이라기보다는 토착비리세력이 더 맞다”면서 “확실하게 선을 긋겠다”고 한 번 더 밝혔습니다. 그런데 지난 6월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사장을 밀어내고 창원 토박이인 배한성씨를 경남개발공사 사장으로 앉혔습니다.

 

배씨는 2002년 창원시장 선거에서 당선됐지만 사전선거운동으로 기소돼 2004년 벌금 200만원 대법원 판결을 받아 시장직을 잃었습니다. 창원 토박이와 토호에게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평가되는데, 당시 배씨 아내도 같은 혐의로 법정에 서는 등 수사당국에 걸린 배씨 관련자가 기소된 사람만도 62명이나 됐습니다. 토착비리세력이지요.

 

진 : 아무래도 홍 지사가 사실과 다르게 한 말은 진주의료원 관련이 가장 많을 듯한데요.

 

주 : 홍 지사가 4월 7일 “직원 숫자가 140여 명에서 250명으로 늘었는데 노조원 친·인척을 비정규직으로 넣었다가 정규직으로 돌리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없습니다. 거짓말인 셈입니다.

 

또 홍 지사가 직접 거론한 것 같지는 않지만 1999년 8월 진주의료원 노조 조합원들이 원장을 감금 폭행했다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다시 따져봤더니 오히려 거꾸로 원장이 조합원들을 때리고 차고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진 : 그렇군요. 그런데도 이렇게 두 신문의 보도에 대해서, 그것도 명백하게 허위 보도라고 잘라 말하기 어려운 국면에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왜 이랬을까요?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입을 막고 싶다는 생각은 어쩌면 도지사 정도 되면 누구나 하기 십상인데,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은 홍 지사의 독특한 언론관 때문이지 싶습니다. 그런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홍 지사 언행을 몇몇 소개해 보겠습니다.

 

도청 마산 이전 공약을 발표했을 때 기자들 질문이 이어지자 "왜 시비를 거느냐"면서 인사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습니다. 진주의료원 관련해 비판적인 언론과는 여러 이유를 들어 인터뷰를 거절했고, 4월 23일 ‘서민 의료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는 특정 기자의 질문에 “마음대로 쓸 거니까 대답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공식 인터뷰에서 특정 언론을 두고 시정잡배처럼 막말을 쓰며 ‘완전 적대적’이라 한 적도 있습니다. 5월에는 경남도민일보와 MBC경남 등 지역 언론 3개를 콕 집어 인터뷰를 하지 말하는 메모가 발견됐습니다. 여기에는 도지사와 부지시의 지시로 짐작되는 내용도 들어 있었습니다.

 

비판적인 매체는 일단 배제하고 보자는 생각이라 할 수 있을까요? (어쨌든 경남도민일보는 남 못지 ㅇㄶ게 홍 지사 비판 보도를 했는데도 소송 대상이 '아직은' 되지 않았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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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오랜만에 옳은 얘기 한 마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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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이 이명박 선수 물러나자 마자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강물 흐름을 막았으니 당연히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운하가 속임수였다는 것은 사실 문제도 아닙니다. 대운하를 하든 말든, 거기 물이 깨끗해진다면 아무 관계없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망구' 제 생각일 뿐입니다만)

 

물론 어쩌면 4대강 사업에서 도랑 살리기가 없었던 것이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여태 했던 식으로 했다면 조그만 도랑 곳곳에도 보를 설치하고 바닥을 파내고(준설하고) 한다고 난리를 떨었을는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수질 개선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면, 그리고 상식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진정으로 ‘4대강을 살리고 싶다면’ 도랑 살리기를 가장 먼저 했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국토의 실핏줄을 썩은 그대로 내버려 두고 대동맥이나 심장을 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이와 관련해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오랜만에 옳은 얘기를 했습니다. <경남신문> 8월 13일치를 보면, 홍준표 선수가 "녹조는 상류에서 질소나 인이 들어 이쓴 축산폐수 또는 생활하수가 들어오기 때문"이라면서, "지천의 하수관거 정비가 우선"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지천' '하수관거' 같은 표현이 조금 어색하고 다르기는 하지만, 요지는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의 본류가 아니라 거기로 흘러드는 이런저런 물줄기들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물론 딱 여기까지만 맞습니다.

 

 

4대강 사업 문제, 말하자면 함안보 등등 4대강 본류에 들어선 이런저런 시설들을 둘러싼 정치 공방을 두고 "정치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든지, 이러저런 보 때문에 "오히려 수량이 풍부해져 녹조 현상이 다른 해보다 줄었다"고 했다든지 하는 얘기는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틀린 말입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얘기들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7월 29일 MBC경남의 ‘라디오 광장’ ‘세상 읽기’에서는 이 도랑 살리기를 갖고 얘기를 한 번 풀어봤습니다. 진짜 강 살리기는 도랑에서 시작이 돼야 마땅합니다. 이명박 선수 4대강 살리기는 그래서 엉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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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해바다는 물론 태평양까지 쓰레기로 넘쳐나고

 

서수진 아나운서 :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김훤주 기자 : 홍수가 나고 태풍이 불면 바다가 쓰레기로 넘쳐난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또 태평양 한가운데 한반도보다 10배나 큰 쓰레기섬이 두 개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요.

 

진 : 그래요. 특히 경남에서는 거제 앞바다에 여름철마다 쓰레기가 쌓여 관광객 감소나 어업 환경 피해는 물론이고 치우는 비용만도 150억원에 이른다고 하죠.

 

거제 바다를 뒤덮은 쓰레기들.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태평양 쓰레기섬은 일본과 하와이 사이에 있다는데요, 1960년대 만들어져 10년마다 열 배씩 커져 왔고, 사람이 만든 인공물 가운데 가장 크다고 합니다. 다른 무엇도 아닌 쓰레기 더미가 인류 사상 최대 인공물이라 하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진 : 그런 바다 쓰레기가 왜 생길까요? 바다에서 살아가는 어민들 때문일까요? 그렇지는 않겠지요.

 

주 : 물론 어민들이 버리는 쓰레기도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육지에서 흘러왔습니다. 낙동강의 경우 평소는 하굿둑에 막혀 내려가지 못하다가, 홍수 등으로 수문을 열 때 한꺼번에 빠져나가 바다를 뒤덮게 됩니다.

 

성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나뭇가지와 갈대, 그물, 스티로폼, 상자, 페트병과 유리병, 사람 옷가지,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은 물론 소나 돼지 같은 가축도 간혹 섞여 있습니다. 죄다 뭍에서 나오는 것들입니다.

 

2. 바다 떠도는 쓰레기 대부분이 뭍에서 나와

 

진 :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말해서, 거제 앞바다가 쓰레기로 더럽혀지지 않고 태평양 쓰레기섬이 조금이라도 크기를 줄이려면 뭍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줄이면 되겠네요.

 

주 : 바로 그래서 도랑 살리기 운동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자기 마을 앞을 지나는 도랑을 되살려서 맑고 깨끗하게 유지해 가자는 취지로 벌이는 운동인데요, 우리나라에서 경남 지역이 가장 먼저 시작했고, 경남에서는 산청 금서면 수철마을이 가장 먼저였습니다.

 

수철마을 도랑살리기 표지판.

 

진 : 지난해 보도를 보니까 창원시 북면 신음마을이 도랑살리기 발원지로 꼽혔다는 얘기가 있던데 사실이 아닌가 보지요?

 

주 : 창원시 차원에서 보자면 그렇다는 얘기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자치단체 차원에서 조직적·체계적으로 도랑 살리기 운동을 벌이는 곳으로는 전국 차원에서 봐도 창원시가 으뜸입니다. 그만큼 열성입니다.

 

3. 실핏줄이 깨끗해야 동맥에 문제가 없듯이

 

진 : 도랑이라면 실개천이잖아요? 낙동강 본류에서 보자면 가장 보잘것없는 존재이기도 하고 물줄기가 시작되는 근원에 가까운 존재로 볼 수도 있는데, 사람 몸으로 치자면 심장과 동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실핏줄, 모세혈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주 : 도랑 살리기 운동이 중요한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는데요, 근본이 되는 국토의 실핏줄을 맑게 하고 더럽히지 않는 운동입니다.

 

말씀대로 실핏줄이 더러우면 언젠가는 심장이나 대동맥을 도는 피도 더러워질 수밖에 없고, 반대로 실핏줄이 깨끗하면 마찬가지 심장이 대동맥도 언젠가는 깨끗해지게 마련이거든요.

 

진 : 그런 도랑 살리기 운동을 창원시가 열심히 하고 있다고요. 그 까닭이 무엇일까요?

 

주 : 이번 달만 해도 동읍 금산·마룡·자여마을 주민이 도랑 살리기 발대식을 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신음마을이 있는 북면 일대에 도랑 살리기 운동이 집중돼 있었는데 올해 들어 동읍으로 영역을 넓힌 셈입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박완수 창원시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고요 한국생태환경연구소처럼 창원에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철마을 도랑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 모습.

 

진 : 그러면 그런 도랑 살리기 운동이 벌어지는 데가 몇 군데나 되는가요? 우리 경남에?

 

주 : 정확한 집계는 없습니다. 2011년까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는데 지난해를 거치고 올해 들어서는 크게 늘어나 쉰 마을 정도가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창원 김해 진주 같은 도시는 물론 창녕 거창 함양 같은 시골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낙동강유역환경청도 민간단체 지원을 통해 도랑살리기를 거들고 있습니다.

 

4. 하지만 정부와 자치단체의 관심은 아직도 적고

 

진 : 그렇다면 도랑 살리기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괜찮을까요? 충남이나 울산 같은 다른 지역에서 견학을 오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거든요.

 

주 :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사실 그렇지 못합니다. 낙동강 권역에 도랑이 2만 개 가량 있다고 보면 경남에 줄잡아 7000개 정도고요, 7000개 가운데 50개밖에 안 됩니다. 게다가 마을이 도랑 살리기를 하는 경우는 도랑 전체가 아니라 마을 앞을 흐르는 몇 백 미터가 대상이거든요. 이렇게 보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적어집니다.

 

진 : 같은 도랑이라도 같은 대접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것 같은데요, 자연 상태 그대로 유지가 잘 돼서 더 이상 손 볼 데가 없는 경우는 일부러 도랑 살리기를 하는 자체가 우스울 수도 있겠고, 어떤 데는 특히 도심의 경우 아예 복개가 돼 버려서 도랑 살리기를 할 수조차 없는 경우도 있겠고요.

 

주 : 그렇습니다. 지금 진행되는 도랑 살리기는, 마을 주민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을 보태면 금방 살아날 수 있는 그런 데가 대부분입니다. 이렇게만 해도 물이 훨씬 깨끗해져서 사람한테 많은 이득을 돌려주고 있습니다.

 

함안보 모습. 얼핏 봐도 강물이 어두운 녹색입니다.

 

진 : 어떤 이득이 있는가요? 마을 앞 도랑을 흐르는 물이 맑아진다 해서 이득이 될 수 있는 그런 것이 금방 떠오르지는 않는데요.

 

5. 도랑이 살아나면 마을이 활기차진다

 

주 : 첫째는 도랑 둘레 농경지에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쓰지 않는 변화입니다. 이래서 해당 지역 농산물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사례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요즘 시골은 인구도 줄었고 찾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물이 살아나고 더불어 마을 가꾸기로 벽화도 만들어지니까 찾는 사람이 늘었고요, 물놀이터까지 갖춘 경우 설 추석 때만 겨우 찾던 손자손녀들이 자주 찾아와 좋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인적이 드문 썰렁한 마을에서 사람 사는 티가 나는 마을로 바뀌었다는 말입니다.

 

진 : 찾는 사람 없는 마을에서 사람들 드나드는 마을로 바뀌었네요. 마을 어르신들 쓸쓸함이나 외로움 같은 것이 많이 가셨겠습니다. 그러니까 자연 환경을 되찾는 데 머물지 않고 더 나아가 공동체를 회복하는 운동이군요. 그런데 아쉽거나 모자라는 구석은 무엇일까요?

 

도랑살리기로 깨끗해진 수철마을도랑.

 

주 : 그래서 내건 지표가 바로 ‘물고기 노닐고’와 ‘아이들이 물놀이하는’, 두 가지입니다. 이 두 가지가 가능하면 도랑 살리기가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아쉬운 것이 하나는 자치단체의 관심이고요, 다른 하나는 법령 정비입니다.

 

6. 제도와 법령 바깥에 팽개쳐져 있는 우리네 도랑

 

진 : 조금 설명해 주시죠.

 

주 : 도랑을 관장하는 법령이 없습니다. 하천법과 소하천정비법 두 개가 있는데요, 이는 건축·토목 측면에서 개발·관리하는 법령인데다, 조그마한 도랑은 그 대상도 아닙니다.

 

8월 7일 함안보에서 배를 타고 낙동강을 둘러보고 있는 홍준표 선수. 경남도 사진.

도랑이 제도권 바깥으로 팽개쳐져 있는 꼴인데요, 그래서 자치단체가 도랑 살리기 활성화 조례 같은 것도 만들기 어렵습니다. 공무원과 자치단체는 법령에 따라 일할 수밖에 없는데, 도랑을 다루는 법령이 없다 보니 이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진 : 국토의 실핏줄을 맑게 하는 도랑 살리기 운동을 규율하고 지원하는 법령이 없다니 안타깝군요. 앞으로 그 필요성을 말하는 소리가 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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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이 자영업자 광고란을 만든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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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의 역할과 목표는 '공동체 구축'


지역신문은 스스로 지역의 공론장 역할을 통해 지역공동체(Local Community) 구축과 지역민주주의 실현을 목표로 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신문이 지역주민의 두터운 신뢰를 받아야 하고, 주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매체여야 하겠죠.


삶에 도움이 되는 신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그게 동네밀착, 주민(독자)밀착, 생활밀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신문에서 평범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고, 주민들의 사소하지만 절실한 불편은 신문에 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신 정치인이나 행정가, 기업가, 잘 나가는 문화예술인, 그들이 제공하는 잘 정리된 보도자료가 지면을 채웠죠.


신문에 평범한 이웃사람들이나 사소한 주민 불편이 사라진 것은 기득권 집단에 우호적인 신문이거나 비판적인 신문이거나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경남도청이나 시·군청, 상공회의소, 경찰서 등 출입처 중심의 취재시스템에서는 출입처를 벗어나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행정의 특정 시책에 비판적이냐, 우호적이냐, 또는 노동·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나 주장을 얼마나 많이 실어주느냐 하는 논조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지역민의 삶에 밀착된 신문은 보기 힘들었습니다.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넘쳐나는 신문이어야 


저희가 '동네사람'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평범한 이웃들의 삶을 기사화하고, 그들의 결혼이야기를 매주 소개하고, 일반 독자들이 보내온 축하·응원·격려 메시지를 매일 1면에 싣고 있는 것은 그런 문제의식 때문이었습니다.


매일 1면에 실리고 있는 '함께 ○○해주세요' 코너.


이런 코너를 통해 기자들도'출입처 바깥'의 취재원을 확보해나가고, 독자들도 신문이 더 이상 나와 동떨어진 사람들만 다루는 게 아니라 나와 내 이웃의 이야기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내가 직접 신문에 등장할 수도 있게 되었죠. 그만큼 신문이 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내 옆에서 손만 내밀면 언제든 만질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 덕분인지 요즘 경남도민일보에는 사소하지만 시민들이 정말 불편해하는 일들에 대한 제보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광려천 산책로 곳곳이 균열되고 페인트층이 벗져진 채 방치되고 있다는 제보, 특정지역 인도가 파헤쳐진 채 공사가 중단돼 불편하다는 제보, 도로확장 공사 현장의 주민 불편, 놀이공원이 개장하기 전 미리 입장권을 팔았는데, 약속된 개장일이 늦어져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제보, 한 고등학교 앞 도로가 교통혼잡으로 학생 등하교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제보 등이 그것입니다.


출입처에만 의존해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사실 예전에는 이런 제보가 들어와도 신문에서 비중있게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명색이 경남 전역을 취재범위로 하는 광역지에서 특정지역에 한정된 사소한 불편을 크게 보도할 수 없다는 이유였죠. 하지만 이제 개념이 바뀌었습니다. 특정 소지역 단위의 불편사항이긴 하지만, 유사한 문제가 다른 지역에도 적지 않을 것이므로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 1면 머릿기사로도 올릴 수 있다는 거죠. 또 그런 기사를 본 독자들이 자기 지역의 비슷한 불편사항을 제보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도 있겠죠. 그래서 이런 제보가 연쇄적으로 줄을 잇고 있다고 저희들은 해석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게 동네밀착 보도이고, 영어로는 하이퍼 로컬이라는 겁니다. 저는 이런 제보로 인한 동네밀착 기사가 종합면과 사회면을 온통 채웠으면 좋겠습니다.


기사뿐 아니라 광고도 독자밀착·지역밀착 정보가 되길


그런데, 저는 또 한 가지 욕심이 있습니다. 신문이 진정한 지역밀착, 독자밀착이 되려면 보도기사뿐 아니라 광고도 그래야 한다는 겁니다. 지역신문에 실리는 광고는 대개 그 지역 자치단체나 유관기관, 대학, 대기업, 백화점, 건설업체, 향토기업에서 내는 것입니다. 1회 광고료도 최소 100만 원에서 300~400만 원에 이릅니다.




그러다 보니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광고를 하고 싶어도 비싼 광고료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자유로운 광고'와 '자영업자 전용 광고' 지면입니다. 앞엣 것은 개인과 비영리 민간단체가 1만 원~30만 원 사이에서 '형편대로' 광고료를 내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뒤엣 것은 말 그대로 자영업자를 비롯한 개인사업자, 소상공인이 이용할 수 있는 광고란입니다. 이는 5만 원에서 50만 원까지 역시 '형편대로' 내면 됩니다.


광고 의뢰 및 제작과정도 간소화했습니다. 매일 오후 4시까지 메일로 광고 문구와 이미지 파일을 보내고, 계좌로 광고료를 입금하면 내일자 신문에 바로 실립니다. 세금계산서 또한 전자메일로 전송해드립니다.


2011년 11월 15일 1개 면에서 시작된 '자유로운 광고'는 이제 2개 면으로 확실하게 정착되었습니다.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나 노동, 여성, 복지 등 거의 모든 비영리단체에서 행사나 모임을 알리는 지면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의 의견이나 주장도 이 광고란을 통해 실립니다. 따라서 '자유로운 광고'는 단순한 광고가 아니라 지역에서 어떤 행사나 활동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정보창고가 되었습니다.




최근 8월부터 시작된 '자영업자 전용광고'도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자유로운 광고보다 광고료가 조금 더 비싼만큼, 자영업자 광고는 컬러 면에 실립디다. 개업 소식이나 상품 홍보는 물론 작은 출판사의 책 광고도 가능합니다. 저는 이런 광고 또한 '지역밀착·독자밀착 정보'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주민이 저렴한 가격으로 무엇이든 알리거나 광고할 수 있는 신문이야말로 지역신문의 존재 이유 중 하나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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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으로 일찍 병을 찾아내는 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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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식 동서화랑 관장의 빈소에 다녀왔다. 주민등록상으로는 88세, 본인의 말씀으론 92세였다. 거기서 들은 이야기다.


"송 관장 님은 건강검진을 받지 않으려 했어요. 그래서 그동안 종합검진은 물론 간단한 검진조차 받지 않았죠. 몇 달 전 몸에 무리가 와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검진은 받지 않았죠. 그런데 사위가 설득했어요. 사위가 의사이거든요. 그냥 사진이라도 한 번 찍어보자. 그래서 CT를 찍었는데 간암으로 나온 거예요. 말씀을 할 수 없었죠. 고민하고 있는데, 송 관장이 사위를 불러 결과를 물었다네요. 솔직히 이야기해라고... 그래서 어렵게 말씀드렸더니... 전혀 충격받은 내색을 않으시고...."


이렇게 말하더란다.


"음... 그럼 사형선고는 받은 셈이고, 사형집행은 언제 하는고?"


고 송인식 관장. @경남도민일보 박일호 기자


그렇게 송 관장은 갔다. 검진을 받은 지 2개월만이다. 만일 그 분이 좀 더 일찍 건강검진을 받았더라면 어땠을까? 수술 또는 항암치료를 받았을까? 그리하여 병을 치료하고 더 오래 살 수 있었을까?


얼마 전 읽었던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는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그 책을 다시 찾아봤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


"이보 도오루 교수의 <면역혁명>이라는 책에 보면 암 환자가 왜 증가하고 있는지에 관한 재미있는 설명이 나온다.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너무 잘 찾아내기 때문이고, 너무 센 치료를 먼저 쏟아붓기 때문이라는 거다. 원래 우리 몸 속에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크기가 작은 암들이 생기고 또 저절로 없어지기를 반복하는데, 우리 몸에서 면역력이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덕분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현대 의학은 CT나 MRI 등을 이용해서 불필요하게 아주 작은 암까지 찾아내고는 거기에다가 강도 높은 치료까지 시행하는데, 그렇게 되면 암세포만 타격을 받는 게 아니라 정작 건강한 세포들까지 모두 영향을 받아 파괴되고 이로 인해 면역력은 약해지게 되고 오히려 암이 맹위를 떨치게 될 기회를 마려해주는 셈이 된다는 게 그의 이론이다."


"몇 년 전 어느 저명한 의사 선생님 한 분이 말기 췌장암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진단 받기 바로 두 달 전 본인이 근무하던 대한민국 최고라는 병원에서 고가의 초정밀 검진을 받았고 본인이 직접 검사결과지까지 확인했다고 하는데, 그 때는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었다고 한다.


검진이 모든 병을 다 밝혀내는 요술망치는 아니다. 검진을 통해 질병을 제 때 발견해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 완치할 수 있다면 최상이다. 그러나 검진과는 별개로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는다는 느낌이 든다. 찾아내는 데에 시간 쓰고 돈 쓰고 에너지 쓰느니, 그럴 바엔 그 시간에 내 몸의 체력을 기르는데 그 공을 들이는 편이 낫겠다."


"요즘 많은 병원들은, 마치 마트 가면 우유에 요구르트를 덤으로 테이프에 붙여주듯이, 기본 검진에 덧붙여 척추 CT나 MRI를 덤으로 더해주는데, 이렇게 하면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십중팔구 디스크가 나온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고 검진해서 이상 안 나오는 사람 없다. 찾으면 찾을수록 나온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못찾고 대수롭지 않은 것만 찾아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건강검진이 만능은 아니며, 오히려 없는 병을 찾아내 더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느리게읽기)는 현직 정형외과 전문의로 아주대학 의과대 교수를 지냈던 김현정 씨가 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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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예술촌, 입주 예술인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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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래대로 돌아간 창원시의 창동예술촌 정책

 

창원시가 창동예술촌 운영을 두고 제3 방안을 선택해 내놓았습니다.(사실은 원래대로 돌아갔습니다) 여태 제시돼 있는 첫 번째 방안은 입주 예술인들로 구성되는 사단법인 창동예술촌에게 운영 전반을 맡기는 것이었습니다. 입주 예술인들이 손수 운영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이를 물리고 내놓은 두 번째 방안은 창동예술촌 운영위원회에 맡기는 것이었는데, 여기 운영위원회는 9명으로 구성되는데 사단법인 창동예술촌에서는 이사 3명만 들어가고 나머지 6명은 바깥 인사로 채워집니다.

 

그러니까 ‘운영위원회 방안’은 사실상 바깥 사람들에게 운영을 맡기고 ‘창동예술촌 방안’은 입주 예술인 스스로에게 운영을 맡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파열이 나고 말았습니다. 입주 예술인들이 이렇게 바뀐 창원시 방침에 동의하느냐 여부를 두고 갈라져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창원시는 물론 입주 예술인들까지 창동예술촌 운영과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창원시는 다시 ‘창동예술촌 총괄기획자’ 모집 공고를 냈습니다. 앞서 창동예술촌 관리·운영을 해온 문화기획사 (주)포유커뮤니케이션즈와 지난 연말 계약을 끝낸 지 여덟 달만에 처음 체계로 돌아간 것입니다.

 

물론 그동안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한 상태에서 창원시가 직접 관리하는 처음 시스템으로 돌아갔다고 해서 그것이 잘못됐다거나 틀렸다거나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다만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한 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떨쳐지지 않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7월 1일 MBC경남의 라디오광장 세상읽기에서 말씀드렸던 제 생각을 블로그에 올려놓으려고 합니다.

 

공무원들도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닌 만큼 이런저런 시행착오는 충분히 할 수 있지만(어떤 면에서는 시행착오를 할 권리를 보장해 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무엇보다 먼저 창동예술촌 입주 예술인들의 자립 능력을 믿는 데서 전망이 나올 수 있다는 요지입니다.

 

창원시 태도는 이렇습니다. “예술촌 운영을 민간주도 방식으로 유도하고자 노력했으나 뚜렷한 방안이 없어 직접 나서기로 했다”, “총괄기획자가 선정되고 사무국이 구성·운영되면 창동예술촌이 활성화될 것이다”. 물론, 분열·갈등이 해소되고 전문성을 갖춘다면 내년 2월 20일 총괄 기획자 공모 계약이 끝난 이후 사단법인 창동예술촌에 운영권을 넘길 수 있다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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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창동예술촌 활성화와 창동-오동동 상권 살리기

 

서수진 아나운서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늘은 무슨 얘기를 준비해 오셨는지 궁금한데요.

 

김훤주 기자 : 반갑습니다. 통합 이후 창원시가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창동예술촌과 창동-오동동 상권 살리기를 한 번 다뤄볼까 합니다. 창동예술촌 사업과 창동·오동동 상권 살리기는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거든요.

 

토요일마다 하는 프리마켓. 아이들이 참여해 공예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서 : 주변에서는 이런 사업이 창원시 통합이랑도 관계가 깊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말하자면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이 되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사업이라고 말입니다.

 

김 : 그렇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창동-오동동 상권 활성화 사업은 바로 창원시의 지역균형발전국 차원에서 진행이 되고 있고, 창동예술촌 사업도 도시재생과와 문화예술과에서 맡고 있지만 통합 창원시의 지역균형발전정책의 상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까요.

 

서 : 그렇군요. 그러면 먼저 창동예술촌 사업과 창동-오동동 상권 활성화 사업의 내용부터 간단하게 소개해 주시지요. 이미 많이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요.

 

김 : 이렇게 말하기가 새삼스러울 정도로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만, 그래도 한 번 짚어보면 이렇습니다. 지난 5월 25일로 마산 창동예술촌이 개장 1년을 맞았지요. 도심재생사업의 하나로 진행하는 우리나라에 유일한 도심 밀착형 예술촌인데요 예산 20억원이 들었습니다. 창원시가 빈 점포 50개를 임대해 예술인들을 입주시키고 일대 골목길과 건물을 새로 단장했습니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니까 이렇게 강아지를 팔려고 들고나오는 할머니도 생겨납니다.

창동-오동동 상권 활성화 사업은 중소기업청이 2011년 5월 창동통합상가, 수남상가, 부림시장, 오동동상인연합회, 정우 새어시장, 마산 어시장 등 6개 권역을 활성화구역으로 선정했습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동안 경영개선에 18억 원 시설 현대화에 100억 원 등이 투입됩니다.

 

3. 창동-오동동 상권 살리기 작업의 현황

 

서 : 그런데 눈에 띄게 뚜렷한 진척이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이런저런 사유로 내부 삐걱거리는 소리도 난다는 얘기들이 나오지요? 상권활성화부터 짚어보면 어떨까요?

 

김 : 인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랍니다. 2012년 3월 오동동·창동·어시장 상권활성화재단이 출범했는데도, 시장 상인들조차 아직 그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할 정도입니다.

 

제대로 된 활동이 없기 때문인데요, 이를테면 한 달에 한 번 열기로 한 이사회는 지난해 한 차례 올해 한 차례 모두 두 번밖에 열리지 않았고요, 한 달 두 차례 회의를 계획했던 활성화협의회는 지난 2월 현재 여섯 차례만 열었다고 합니다. 이러니 사업도 소통도 계획도 제대로 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서 : 창원시 담당 인력이 한 명뿐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창원시는 활성화재단에 상시 조직이 아니고 한시적인 조직이라서 인원을 배정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 같아요.

블로거들 창동-오동동 골목길 탐방 모습. 3.15의거 발원지 표지에서.

김 : 그러니까 조직을 중심으로 보고 사업을 중심으로 보지 않는 데서 생기는 잘못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을 제대로 하려면 조직이 한시적이든 아니든 사람을 써야 마땅한데 조직을 중시하다 보니 할 일이 쌓여 있는데도 인력을 쓰지 않는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여건이 비슷한 경기도 성남시는 실무 총괄 등 6명이 일한다고 합니다. 많이 다르지요.

 

담당 부서인 도시재생과 과장이 2011년 3월 이후 세 번이나 바뀌었다든지, 6개 시장이 대상인데 예산 118억원을 고루 나누는 데 신경쓰다 보니 규모 있는 집행이 어렵다든지 하는 얘기도 있습니다.

 

서 : 겉으로 드러나는 일은 많은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오동동에는 문화광장 조성이 있어요. 전체 5000㎡인데, 3683㎡ 지상에는 개방형 광장이 들어서고 지하에는 90면 남짓 주차장이 생깁니다. 광장 옆 자리 975㎡에는 커뮤니티센터, 전시실, 문화공연장 등이 세워지고 조경 녹지도 330㎡정도 조성됩니다. 모두 204억원이 든다고 하지요.

 

김 : 전국적으로 유행이 된 갖은 길 조성도 있습니다. 며칠 전 오동동 통술골목에 갔더니 소리길 조성 사업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있더군요. 창동 아트존 빛길, 오동동은 말씀드린대로 센스존 소리길, 어시장 아쿠아존에는 물길, 부림시장 네이처존에는 숲길을 만든답니다.

 

 

서 : 국비 지원이 내년이면 끊어진다고 들었는데요, 그러면 지금까지 진행해 오던 사업은 어떻게 되는가요?

 

김 : 용두사미가 될 개연성이 높습니다. 창원시가 국비가 끊어져도 사업을 계속 이어나갈지 어떨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4. 시작도 못하고 꼬여 있는 창동예술촌 활성화

 

서 : 그러면 창동예술촌은 좀 어떤가요? 창원시 행정의 문제와 창동예술촌 운영 주체들의 문제가 한 데 엉겨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창동예술촌 발전 방향 블로거 간담회. 지난해 치러졌습니다.

 

김 : 창원시가 원래는 창동예술촌 운영을 위해 사단법인 창동예술촌을 만들게 했습니다. 예술촌에 입주한 예술가들이 사단법인 회원이 돼서 말입니다.

 

그러면서 운영을 맡아 왔던 업체와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별 문제가 없으면 1년 연장할 수 있도록 계약돼 있었는데 2012년 연말에 계약 갱신을 며칠 앞두고 덜컥 해지했거든요. 요즘 잘 하는 말로 하자면 계약서상 을에 대해 우위에 있는 창원시의 ‘갑질’이라 할 수 있겠지요.

 

서 : 그러면 사단법인 창동예술촌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요. 개성이 뚜렷한 예술가들이라 어려움이 많지 않을까 하는 얘기들이 나돌았잖아요.

 

김 : 그렇습니다. 예술가들에 고유한 어려움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구나 좀 참아줄 수도 있는 사안이지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문제는 창원시가 만들었습니다. 1월 25일 사단법인 창동예술촌이 출범했지만 지금껏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 : 까닭이 무엇일까요? 창원시가 무슨 문제를 만들었는가요?

 

5. 입주 예술인들로 꾸려지는 이사회와 바깥 인사가 다수인 운영위원회

 

김 : 사단법인 창동예술촌의 일상적 사업 집행은 이사회가 맡아서 하게 돼 있었습니다. 모두 입주 예술가들로 구성되지요.

 

창동예술촌 개장 당시 모습. 박완수 창원시장이 보입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그런데 창원시가 별다른 동의도 없이 운영위원회를 만들고 거기서 창동예술촌을 운영하도록 권한을 옮겨버렸습니다. 그 탓에 사단법인 창동예술촌은 이에 찬성하는 회원들과 반대하는 회원들로 갈라져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서 : 운영위원회가 맡는 것하고 이사회가 맡는 것하고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김 : 아시는대로 이사회는 모두 입주 예술가들이고 운영위원회는, 창원시가 밝힌 계획을 따르면, 사단법인 이사 3명과 상인·대학교수·지역예술인 등 9명으로 구성됩니다. 회원이 아닌 사람에게 주도권이 넘어가는 셈입니다.

 

서 : 창동예술촌이 거기 입주해 있는 예술인들만의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창원시의 구상이 타당하다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6. 입주 예술인 못 믿는 창원시, 서로 찢어져 싸우는 입주 예술인

 

김 : 문제는 창원시의 이런 결정이 사단법인 창동예술촌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운영위원회 구성이 문제가 됐을 때 담당 과장은 사단법인 쪽에서 확실한 사업계획서를 내놓지 못했다는 점과 창원시가 주문한 내용이 계획서에 잘 반영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하나는 실력을 못 믿겠다는 얘기이고 하나는 잘 따라 주지 않는다는 불신입니다. 그래서 예술촌을 활성화하고 폭넓은 의견을 담는다는 취지를 내세워 운영위원회를 따로 만들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 : 말은 운영위원회가 자문기구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다면서요?

 

김 : 그렇습니다. 창원시가 사단법인 창동예술촌에 보낸 공문을 따르면 운영위원회는 사업·행사 계획 수립, 발전방안 제시, 입주예술인 선정, 예술인 활동평가 등을 맡는 반면 이사회는 입주예술인들의 단합과 복지, 친목 도모만 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합니다.

 

서 : 사단법인 창동예술촌은 그러면 지금 어떻게 돼 있는지요?

 

경남도민일보 사진.

김 : 서로 찢어져 싸우고 있다고 해도 별로 틀리지 않습니다. 6월 13일 총회에서 현 이사진 전원 사퇴와 운영위원회 결성 안건이 통과됐습니다.

 

하지만 이사진 가운데 4명은 결격 사유가 있는 잘못된 의결이라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고, 운영위원회는 아직 구성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20일 다시 총회를 열어 9명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머물렀습니다.

 

서 : 입주예술인들은 예술인들끼리 서로 믿지 못하고 창원시는 창원시대로 입주예술인들을 믿지 못하고, 창동예술촌과 이런저런 관계가 있는 사람들까지 섞여서 서로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군요.

 

김 : 그런 점은 창동예술촌뿐만 아니라 창동-오동동 상권 활성화 사업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창동-오동동 상권 활성화 사업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책정돼 있는 예산을 갖고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최대한 구축할 수 있는 것은 다 구축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지원받은 결과가 흉물이 되지 않도록 창원시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는 있을 것 같고요.

 

7. 입주 예술인들 자립 능력을 믿을 수 있을까

 

서 : 그러면 창동예술촌 관련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2012년 9월 22~23일 이틀 진행된 창동예술촌 블로거 팸투어.

 

김 : 창동예술촌도 사정이 어렵고 딱합니다. 오는 10월이면 예술인들 입주 계약이 끝납니다. 그렇다고 지금 입주해 있는 예술인들더러 나가라 하기도 어렵습니다. 임대료는 안 내지만 리모델링하고 새로 꾸미느라 들어간 돈이 많기 때문입니다.

 

창원시와 입주예술인들이 충돌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시기를 잘 넘겨야 한다고 봅니다. 창동예술촌 같은 사업은 한두 해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입니다.

 

이를 바탕 삼아 새롭게 논의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태까지 겪은 이런저런 갈등과 시행착오는 반면교사로 삼고 값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여기면서 말입니다.

 

예술인들의 자립 능력을 믿고 그들로부터 발전 방향에 대한 전망을 내올 수 있다고 여기면 매우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서 : 그렇군요. 아까 전국에서 유일한 도심 밀착형 예술촌이라 하셨잖아요. 그렇다면 마산에 사는 많은 사람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내야 하지 않을까요?

 

김 : 저도 생각이 그렇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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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남면집에서 옛날 농주를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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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술상입니다. 파전과 우무 무침, 고구마 줄기 무침 그리고 농주 한 사발입니다. 남해 읍내 장터 가까운 데에 이렇게 술을 파는 집이 있었습니다.

 

7월 31일 남해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치러진, ‘경남 문화관광해설사 신규 양성 교육 과정’에 한 말씀 드리려고 갔다가 운좋게 눈에 띈 집이랍니다.

 

아침 9시부터 정오까지 세 시간 동안 내리 떠들었더니 머리도 어질어질하고 목도 까끌까끌하면서 ‘타는 목마름’이 올라왔더랬습니다. 그런 터에 이렇게 허름하면서도 옛날 맛이 나는 술집을 만났으니 운이 좋다고 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안주들도 심심하고 톡 쏘지 않아 좋았습니다. 특히 파전은 볼품은 저렇게 그다지 있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기름기가 많지 않아 좋았는데요. 무엇보다 걸작은 바로 ‘옛날 농주’였습니다.

 

집주인인 할머니가 손수 담그신다고 하십니다. 그러니까 쌀로 고두밥을 쪄서 말리고 누룩을 빚는 일부터 일체를 다 그렇게 하신답니다.

 

할머니는, 제가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은데, 먹고 살려고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하셨습니다. 나이 마흔 줄에 남편을 잃고 홀로 되셔서 줄줄이 달린 당신 자식들을 키우셔야 했답니다.

 

그래서 남해군 남면 어느 마을에서 가진 것 하나 없이 읍내로 나오셨답니다. 그로부터 남의 집 살이를 비롯해 갖은 고생을 하셨고 그 끝에 이렇게 가게를 내게 됐다고 하십니다. 그렇게 나오신 지가 벌써 스무 해가 넘었다고 하신 것 같습니다만.

 

사실 처음에는 저 막걸리가 목에 탁 걸려 잘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누룩 냄새가 진하게 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뻑뻑하기까지 해서 술술술 목넘김이 좋은 느낌을 주는 그런 술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시중에 나도는 들쩍지근한 얄궂은 막걸리에 나름 길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한 되 짜리 PET병 두 통을 사갖고 집에 와서 마시는 동안에 그런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바뀌었습니다. 마시면 마실수록 맛이 새로웠습니다.

 

아울러 술이든 아니든 먹을거리들은 사람 생각이 크게 작용을 하게 마련인데 ‘이것이 바로 살아 있는 누룩을 갖고 전통 방법으로 담근 좋은 술’이라고 여겼더니 정말 좋아졌습니다.

 

앞에서 목넘김이 좋은 느낌을 주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마저 막걸리가 목에 착착 감기는 그런 느낌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냥 차고 시원한 느낌만 주면서 곧바로 식도를 넘어가 버리는 그런 막걸리가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농주여서, 그 뻑뻑함이 곧바로 배를 가득 채우는 포만감으로 다가온 것이었습니다.

 

 

막걸리 한 모금 입에 물고 이리저리 돌아봤습니다. 바깥쪽에는 이렇게 옥수수가 달려 있었습니다. 아마 나중에 씨앗으로 쓰려고 말리는 것 같았습니다.

 

 

안쪽에는 또 엄나무 자른 가지가 두 개 묶인 채 달랑거리고 있었습니다. 엄나무는 아시는대로 척사(斥邪)-삿됨, 삿된 기운을 멀리 쫓아내는 구실을 합니다.

 

 

그리고 할머니 파전 부치고 하는 부엌 머리에는 프라이팬들이 얌전하게 나란히 걸려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할머니 성품이 깔끔한 것 같다고 짐작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보기 좋았습니다. 할머니랑 두런두런 이런저런 얘기 나누면서 한 시간 남짓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언제 남해 가는 길 있으시면 한 번 들러 보시지요. 아스팜탄 따위 인공 감미료를 넣어 만든 시중 막걸리에 길든 입맛에는 거슬리겠지만, 말 그대로 ‘옛날 농주’의 스러지지 않은 참 맛을 알려주는 그런 술이었습니다.

 

 

할머니한테 한 잔 드시라 권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술을 담그는 할머니가 정작 당신은 술을 못 마신다 그러시더군요. 하하. 마지막 한 가지, 술값이랑 안주값은 아주 헐했답니다. 막걸리 한 되 6000원, 파전 하나 3000원.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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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서 전두환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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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이 추징금과 비자금 탓에 여러 사람들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저는 전두환에게 받을 빚이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런 때문에 이런 글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공공의 눈을 어찌 개인 문제로 어지럽힐 수 있겠습니까? 하하.

 

전두환이 지금 많은 사람들에게 비판과 비난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전두환은 적어도 우리 경남 지역에서는 아직 여전히 청산하지 못한 과거입니다. 무엇을 청산해야 하는지, 어떻게 청산해야 하는지, 누가 앞장서 청산해야 하는지 따위를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라도 되면 좋겠습니다.

 

8월 12일 저녁, MBC경남 ‘라디오 광장’의 ‘세상읽기’에서 나눈 얘기들입니다. 끄트머리에서 “권율 장군에게 효수(梟首)당했다고 <선조실록>에 기록이 나오는 사람입니다”까지만 전파를 탔고 나머지는 시간이 모자라 말하지 못한 대목입니다.

 

저는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전두환을 (전) 대통령이라 하지 않습니다. 전두환은 대통령이 아니라 반란 수괴로서 학살자이고 독재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MBC경남 공식 호칭이 '전두환 전 대통령'이어서, 거기 출연하는 저로서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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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직 대통령이냐, 학살자 독재자냐

 

서수진 아나운서 : 안녕하세요? 오늘 얘깃거리로는 무엇을 준비했는지요?

 

김훤주 기자 : 오늘은 이른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를 한 번 해 보면 좋겠습니다. 전 전 대통령은 합천 출신으로 경남에서 배출된 첫 대통령이기도 합니다.

 

진 : 요즘 들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 문제가 제기되면서 크게 쟁점이 되고 있기는 하지요.

 

주 : 지금 시점에서 전 전 대통령을 과연 어떻게 봐야 합당한지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과연 전직 대통령 전두환인지 아니면 독재자 학살자 전두환인지 말입니다.

 

진 : 전 전 대통령이 1980년 당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광주 시민들을 군대를 동원해 진압한 것은 사실로 인정되고 있지요. 아울러 1980년부터 1987년까지, 허수아비 정당인 민주정의당을 창당하고 그를 기반으로 국정 전반을 장악하고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자기한테 맞서는 사람을 탄압한 것도 사실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주 : 법원 판결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1995년 12월 검찰에 구속기소된 전 전 대통령은 1심에서 뇌물수수와 반란·내란 수괴 등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이어진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이는 1997년 4월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습니다. 추징금 2205억원과 함께 말입니다.

 

그런데 같은 해 12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그해 대선에서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협의를 거쳐 전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무기징역을 특별사면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추징금은 특별 사면 대상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2. 추징금 낼 돈은 없어도 육사발전기금 낼 돈은 있다

 

진 : 당시 추징금은 어떻게 됐는지요?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금융 재산은 은행 통장에 들어 있는 29만원이 전부’라는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요.

 

합천 율곡면에 있는 전두환 태어난 집.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29만원 발언은 2003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나왔는데요, 그러면서 측근들과 자식들도 겨우 생활하는 정도라 추징금을 낸 돈은 없다고 했습니다. 애초 자진해서 낸 돈은 312억원이었습니다.

 

검찰을 통해 2000년 벤츠 승용차 9900만원과 용평 콘도회원권 1억1000만원이 강제집행되는 등 지난 16년 동안 모두 533억원이 추징됐습니다. 전체 추징금 2205억원의 25%를 밑도는 수준입니다.

 

진 : 그런데 지금 확인되기로는 장남과 처남을 비롯해 가족들이 겨우 생활하는 정도가 아니라 커다란 기업을 경영하는 등 잘 살고 있다고 하는데요.

 

주 : 전 전 대통령의 2세와 3세가 관련 재판이 끝나고 1년 뒤인 1998년부터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였기 때문이라 합니다. 이를 두고 대부분 매체에서는 현금과 무기명채권 등으로 숨겨온 재산을 이 때부터 본격 이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장남과 차남을 비롯해 손자·손녀 등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스물여덟 건 가운데 스물두 건이 1998년 이후에 이뤄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이들 자녀와 손자·손녀 소유로 돼 있는 재산에 대해 검찰 본격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3.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뻔뻔한, 반란 수괴

 

29만원 전두환.

진 : 한동안 잠잠하던 전 전 대통령의 숨은 재산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쏠린 때가 지난해였지요? 그해 6월 8일 아내, 손녀 등과 함께 육사발전기금 200억원 달성 기념행사에 초청돼 육사 생도들의 퍼레이드를 참관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주 : 당시 전 전 대통령은 장세동 전 안기부장, 김진영 전 육참총장, 정호용 전 내무부 장관, 고명승 전 3군사령관 등 이른바 5공 핵심 인사들과 자리를 함께했는데요, 이와 더불어 전두환 노태우의 이름이 1000만 이상 5000만원 미만 발전기금을 출연한 명단에 올라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통장에 29만원밖에 없다더니 무슨 돈이 있어서 1000만원을 냈느냐는 지탄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추징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여론도 크게 일어났습니다.

 

진 : 전 전 대통령은 이렇게 추징금 낼 돈이 없다면서도 측근들과 골프를 치러 다니는 등 마땅찮은 행보로 비판도 종종 받았습니다. 우리 경남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지요?

 

4.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으면 안 되는 전두환

 

주 : 경남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가장 가까운 날짜는 2011년 5월 20일부터 23일까지입니다. 거제와 고성을 찾았습니다. 측근인 장세동 전 안기부장 등과 함께였습니다. 삼성조선과 대우조선 공장을 시찰하고 이틀 동안 두 차례 골프를 쳤으며 기념식수까지 했습니다. 자기 처지도 잊고 안하무인으로 굴었습니다.

 

자기한테 잘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내 이희호님과 악수하는 전두환.

 

진 : 전 전 대통령이 97년 특별사면을 받았다고 했잖아요? 그렇다면 지금 전 전 대통령의 법적 지위는 어떻게 되는가요? 전직 대통령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지요?

 

주 :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 있습니다. 박정희 시절인 1969년 1월 22일 만들어졌는데요, 전직 대통령에게 현재 대통령 보수의 95%를 연금으로 주고, 기념사업을 지원하며, 경호와 교통·통신 및 사무실 제공 등의 혜택을 제공합니다.

 

그러다가 1995년 12월 29일 법률이 개정돼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경호·경비를 제외한 모든 예우를 박탈하도록 바뀌었습니다.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5. 전두환 고향 합천에는 반란 수괴 공원이 있고

 

진 : 그런데도 우리 경남에서는 전 전 대통령 출신지여서 그런지 전 전 대통령 또는 그 조상을 기리는 일들이 종종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전 전 대통령은 2006년에는 5·18 민주화운동 탄압 관련으로 받은 훈장 등에 대해 서훈 취소 결정이 나오기도 했는데, 그런데도 생가라든지, 그 호를 딴 일해 공원이라든지 하는 하는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습니다.

 

진 : 모두 전 전 대통령이 태어난 합천과 관련되는 것들입니다.

 

주 : 전두환 생가는 본인이 대통령으로 있던 1983년 복원됐습니다. 당시 경남도가 6100만원을 들여 마련했습니다.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 했다는데, 지금은 찾는 관광객이 거의 없어 거의 방치 수준이라고 합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설 유지 관리비로 2억3000만원 가량 들었고 앞으로도 해마다 1700만원이 들어갑니다. 뿐만 아니라 일해공원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일해공원'에서 '일해'는 전 전 대통령 아호입니다.

 

도비 20억원을 비롯해 68억원을 들여 만든 공원 이름이 원해는 '합천 생명의 숲'이었습니다. 그런데 2007년 심의조 당시 합천군수가 비난 여론이 전국적으로 끓었는데도 일해공원'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게다가 2008년 군비 3000만 원으로 전 전 대통령 친필로 ‘일해공원’ 표지석까지 세웠습니다.

 

6. 창녕 영산호국공원과 경남도청에서는 전두환 조상이 잘못 기려지고

 

진 : 합천군과 이웃한 창녕군에는 전 전 대통령의 조상을 기리는 공원까지 있다고 하던데요?

 

영산호국공원에서 있는 부조. 가운데 말타고 칼 휘두르는 이가 전두환 조상 전제 장군입니다.

 

주 : 이또한 전 전 대통령 통치 시절에 벌어진 일입니다. 아직 바로 잡히지 않았습니다. 지역 유지들과 관료들이 그런 일을 했습니다.

 

창녕군 영산면에 가면 영산호국공원이 있는데요, 여기에서는 창녕·의령 일대에서 임진왜란 당시 가장 크게 의병을 이끌었던 망우당 곽재우 장군은 자취도 없고 합천 일대에서 부장(副長) 정도 노릇을 했던 전제라는 인물이 중심에 서 있습니다.

 

정유재란 당시 영산현감을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 뒤 울산 전투에서 권율 장군에게 효수(梟首)당했다고 <선조실록>에 기록이 나오는 사람입니다.

 

진 : 이런 것을 보면 전 전 대통령이 안하무인으로 굴면서 자기가 지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까닭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전 대통령 집권 당시이든 아니면 물러난 지금이든, 지역에 있는 토호들이 이렇게 전 전 대통령을 감싸고돌기 때문이 아닐까요?

 

주 : 저도 생각이 그렇습니다. 당시 관료들은 전 전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 조상 전제를 '경남을 빛낸 선현' 여섯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고 경남도청 4층 대회의실에다 초상을 안치하기도 했습니다.

 

7. 지역 주민들이 동정심, 양비론, 지역감정, 노예기질을 버려야

 

전 전 대통령 또는 그 뒤를 잇는 세력들이 지역 토호들과 이해관계를 함께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되풀이되고 아직도 고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는 그런 토호들과는 이해 관계나 인식이 다른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깨치는 수밖에 다른 방안이 없다고 봅니다.

 

2007년 10월 19일 고향 합천을 찾은 전두환. 경남도민일보 사진.

 

전두환이라는 인물을 지역 일반 대중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보는 대신에, 대통령을 지내기는 했지만 내란과 반란으로 권력을 찬탈해 국민 의사와 반해 억지로 대통령을 하면서 학살과 독재를 일삼은 사람으로 여겨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은 것입니다.

 

또 그렇게 해서 대통령을 하기는 했지만, 집권 기간에도 그 정통성을 대중적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퇴임 뒤에는 민중의 거세찬 요구로 열릴 수밖에 없었던 대한민국 법정에서, 내란이라는 불법 부당한 행위에 뒤따른 권력 찬탈 그 자체였다고 판결났다는 사실도 알아야 하겠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아무 이해 관계도 없으면서 막연한 동정심이나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는 어설픈 양비론, 또는 그래도 같은 지역 사람이니까 하는 풋내기 지역감정, 과정이야 어찌 됐든 대통령을 한 양반 아니냐는 쪽팔리는 노예기질 따위에서 하루라도 일찍 벗어나야 하겠다는 생각을 외람되지만 한 번 해 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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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쟁의와 신문들의 자해공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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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현대자동차 노동쟁의 관련해 한두 마디 할까 합니다. 저는 사실 현대차 쟁의 그 자체보다 이를 다루는 보도 매체들의 행태에 눈길이 더 쏠립니다. 이보다 더 주관적이고 제멋대로고 보고 싶은대로만 보고 말하고 싶은대로만 말하는 그런 일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8월 26일 저녁 MBC경남 라디오 광장 세상읽기에서 말씀드렸던 내용입니다. 일부는 시간에 쫓겨 방송에서 말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전체 맥락에서는 그래도 할 얘기는 그럭저럭 했다고 여깁니다. 진정으로 탐욕스러운 존재는 과연 누구인지를 한 번 생각해 봅니다.(몇몇 대목은 뜻이 좀 더 잘 통하도록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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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쟁의 자체보다 매체들의 변죽이 더 시끄러운


서수진 아나운서 : 안녕하세요? 오늘은 무슨 얘기를 좀 해 볼까요? 


김훤주 기자 :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의 잔업·특근 거부와 부분 파업으로 세상이 떠들썩합니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파업이 색다르거나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조선·중앙·동아·문화·세계일보 같은 매체들이 떠들어대기 때문입니다. 


진 : 그런 보도를 보면 노조 요구가 지나치게 무리하다는 논조인 것 같던데요, 그렇지 않은가요? 


현대차 파업으로 수출 항만이 텅 비었다는 연합뉴스 사진.


주 : 배부른 노동자, 귀족노조, 자기 앞만 챙기는 노조 이렇게 공격하면서 현대자동차 사용자가 해외에 공장을 지으러 나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습니다. 


진 : 배부른 노동자, 귀족노조라는 말이 크게 틀리지는 않잖아요? 보도를 보면 연봉이 8000만원 심지어는 9000만원을 웃돈다는 얘기도 나오던데요. 


2. 현대차 노동자 초과근로의 원인은?


주 : 우리 사회 많은 사람들이 노동을 잘 모르는 현실, 그리고 해방 이후 노동자와 노조를 나쁘게 봐온 세력이 사회 전반을 장악하면서 만들어진 노조 멸시 또는 혐오 정서를 보도 매체들과 사용자가 교묘하게 활용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연합뉴스 사진.


노조 얘기를 들어보면 20년 근속 노동자 기본급이 한 달에 200만원이 안 됩니다. 연봉 2400만원입니다. 그러니까 실제 8000만원을 받는다 해도 나머지 5500만원은 잔업·특근 같은 초과·연장 근로를 통한 수입입니다. 


자기 몸 갉아먹은 대가이고, 잔업 특근을 해야 생활임금을 받을 수 있는 저임금 시급제가 원인입니다. 


진 :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그렇게 일을 많이 하는가요? 


주 : 현대차노조 권오일 대외협력실장은 25년차인 자기 기본급이 250만원인데 주말에 14시간씩 일하고 한 해에 3000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가 6000명 넘는다고 했습니다. 


통계를 보면 대한민국 노동자 평균 근로시간은 2193시간이고, 이를 한 해 50주로 어림잡아 계산하면 주당 평균 43.9시간이 나옵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주당 4시간 가량 법정근로시간보다 초과 노동을 하는데요, 현대차는 이보다 많은 평균 2678시간입니다. 


한 해 50주로 잡으면 주당 평균 53.6시간, 매주 14시간 가량 더 일하는 셈입니다. 노조는 이 때문에 지난 7년 동안 조합원 196명이 숨졌고 올해 상반기도 벌써 23명이 과로로 죽었다고 했습니다. 


진 : 그렇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그렇게 오랜 시간을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드문 것도 사실이지 않아요? 그런 덕분에 어쨌든 많은 돈을 벌기도 하고요. 


주 :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노동자가 연장근로를 자청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데 이런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에 하던 주야 맞교대 대신 주간 연속 2교대제, 노동시간을 줄이고 밤샘 근무를 없애는 이 방안을 노조가 내놨고 그것을 지금 시행하고 있는데 사용자 반응이 부정적이었어요. 


3. 노조 요구가 무려 180가지나 된다는 은근한 악선동


진 : 현대차 노조가 사용자에게 해달라고 하는 요구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무려 180개나 된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180가지나 되는 요구를 내걸고 파업을 벌여 이렇게 생산공정이 멈췄다고 몇몇 매체들은 보도합니다. 연합뉴스 사진.


주 : ‘180’이라는 숫자는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그것도 많이 하고 있다는 느낌을 은근히 주기 위해 사용자와 일부 신문들이 일부러 강조하는 측면이 있는데요. 서수진 아나운서가 있는 MBC에도 노조가 있잖아요. 노조는 보통 해마다 임금 교섭을 하고 2년마다 단체협약 교섭을 합니다. 


올해는 현대차 노사가 그런 단체협약을 교섭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요, 그 항목이 경우에 따라서는 180가지 아니라 200가지가 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대차처럼 덩치가 큰 노조에서 요구사항을 180개로 정리했다면 사실은 굉장히 압축한 셈이라고 봅니다. 


저희 경남도민일보는 노조가 70명 정도로 규모가 적은데도 단협 교섭이 있을 때는 50가지 넘는 항목을 내놓고 교섭을 시작하거든요. 


진 : 조금 전 보도를 보니 노조 요구안이 75개, 세부 항목 기준으로는 180개고 이 가운데 사용자는 임금과 성과급을 제외한 73개 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고 나오네요. 


주 : △기본급 13만498원 인상 △정년 연장 △회사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현재 750%에서 50% 인상 △대학 진학 안한 자녀 기술취득 지원금 1000만원 지급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사내 생산공정과 상시업무에 대한 하도급 금지 등이라고 신문·방송에서는 보도하고 있습니다. 


4. 대학 안(못) 간 자녀 기술 취득 지원금이 문제라고?


진 : 이 가운데서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하고 △대학 미진학 자녀 기술 취득 지원금을 그런 언론에서는 문제로 삼고 있던데요. 

오지랖 넓은 자칭 시민단체 활빈단의 노조 반대 2인 시위. 연합뉴스 사진.

주 : 그러잖아도 오늘 점심 때 저희들 얘깃거리가 됐었는데요, 먼저 대학 미취학 자녀한테 1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부터 한 번 얘기해 보겠습니다. 아주 친노조 성향이 센 후배인데요, 이 친구도 처음에는 아무래도 그건 너무하지 않느냐고 얘기를 해요. 이런 매체들 보도에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하지만 따져보면 이렇습니다. 아마 MBC노조도 마찬가지고 저희 경남도민일보도 액수는 적지만 고등학생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면 전액이든 일부든 장학금을 회사에서 줍니다. 그런데 대학에 진학하지 안하거나 못하는 자녀는 그런 돈이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이러다 보니 오히려 무조건 대학에 들어가고 보자는 학력 에스컬레이트가 심해져서 쓸데없는 거품이 많이 들어간 셈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현대차 노조의 진학 안한 자녀에 대한 기술 취득 지원금은 형평에도 맞습니다.


그리고 대학으로만 쏠리는 사회 현상을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는 그런 긍정 효과가 있습니다. 아니면 우리 사회 전체가 동의해서 모든 기업과 기관과 단체들이 구성원 자녀 대학 장학금 지급을 하지 않도록 만들든지요.


4. 현대차 순이익 9조563억원은 문제 삼지 않는 까닭은?


진 : 그러면 순이익 30%를 내놓으라는 요구는 어떻게 보시는가요? 


주 : 현대자동차 순이익부터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보도에서는 이런 부분이 빠져 있습니다. 


8월 6일, 298이라는 숫자만 남기고, 현대차 정규직 전환을 못한 채 끝마친 비정규직 노동자 철탑 농성. 연합뉴스 사진.


지난해 현대차 순이익이 9조563억원이고 회사 창업 이래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이것을 제대로 나누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노조와 자본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탐욕스럽고 남 생각 않는 이기적인 존재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애시당초 노동부도 불법이라 했고 대법원도 불법 파견이므로 정규직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판결한 사내 하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제대로 전환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협력업체·하청업체 부품 단가 후려치기도 개선됐다는 이야기는 제대로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1000억~2000억원도 아니고 1조~2조도 아니고 10조에 이르는 이익을 냈으면서도 그렇게 이익을 내도록 하는 데 보탬이 됐던 있는 사람이나 업체랑 나누려 하지 않는 현대자동차 사용자부터 먼저 나무라야 이치에 맞다고 보는 까닭입니다. 


그러고 나서 노조의 이런 요구가 지나치다고 하면 누구든 받아들일 것입니다. 


진 : 그러고 보니 다들 현대차노조가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하면서도 정확한 조합원 숫자는 알지 못하네요. 도대체 몇 명이나 되죠? 


주 : 저도 이 참에 한 번 알아봤습니다. 울산 지부 23625명 아산위원회 2536명 전주위원회 3531명 남양위원회 5103명 판매위원회 7093명 정비위원회 2470명 그리고 모비스위원회  978명 대략 4만5000명 정도 됩니다. 


5. 해외 공장 이전 악선동은 나라 전체에 대한 자해 공갈


진 : 엄청납니다. 사내하청이나 협력·하청업체 직원까지 치면 더 많아지겠군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용돼 있는 현대자동차가 이번 파업을 빌미로 해외 공장 이전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언론들도 거들고 있고요. 

현대차 노사 교섭 모습. 연합뉴스 사진.

주 : 조·중·동·문 그리고 경제신문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데요, 따지자면 자해공갈단보다 못한 행태입니다. 


아시는대로 부산 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비크로 공장을 옮겨가는 바람에 엄청난 사회 문제가 터졌잖아요? 공장이 있던 영도 일대는 풍비박산이 됐고요. 그런 일이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울산에서 전주에서 아산에서 또 일어나라고 부추기는 꼴입니다. 


게다가 지역 경제를 파탄시키자는 악선동이기도 합니다. 노조에서 기본급을 올리고 상여금을 더 받으면 그런 부분은 대부분 해당 지역에서 소비되거나 저축으로 금융기관에 들어가기 때문에 보탬이 됩니다. 


하지만 그런 공장 이전은 해당 지역은 물론 나라를 통째로 말아먹자는 자해 수준 공갈입니다. 노조와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줄 수만 있다면, 이른바 국민 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쳐소 상관없다는 그런 자해 공갈입니다. 


6. 해외 공장 이전은 노조나 임금이 아닌 비싼 땅값 탓


진 : 하지만 파업으로 말미암은 손실이 만만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공장을 여기에서 돌릴 수 없다고 하고요. 


주 : 세상에 부분 파업 이틀 하고 잔업·특근 거부 주말에 했다고 이런 호들갑을 떠는 나라는 대한민국 말고는 없을 것으로 저는 봅니다. 


게다가 잔업·특근 거부가 이렇게 생산 차질을 불러온다는 식으로 문제가 되는 바탕을 들여다보면, 평소에 이런 불법 초과근로를 바탕삼아 사용자가 생산을 해왔다는 사정이 속살 그대로 빤히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파업 때문에 공장 옮기겠다는 얘기를 사용자가 평소에는 하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옮겨가겠다고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이런 국면이 되니까 현대차 사용자와 일부 매체들이 입을 맞춰 말을 바꿨다고 봐야겠지요.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에 공장 짓는 가장 큰 이유는 임금도 아니고 파업도 아닙니다. 비싼 땅값 때문입니다. 공장을 새로 짓거나 늘리려면 땅값이 비싸 공장터 마련하는 초기 투자 비용이 엄청나게 듭니다. 


그러니까 땅값이 상대적으로 싼 외국으로 눈길을 돌린다고 합니다. 이런 비정상적으로 비싼 땅값부터 잡아야 공장이 외국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7. 하청업체 비정규직 위한 노조 요구는 왜 거의 보도되지 않을까?


연합뉴스 사진.


진 : 그런 측면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노조쪽 다른 요구도 한 번 짚어 주시지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사용자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인가요? 


주 : 그런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조·중·동·문이나 경제신문 입맛에 맞지 않는 것들이 여럿 있습니다. 불법 파견 비정규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물가연동제를 바탕으로 서로 협의를 거쳐 납품 단가 결정. 


그리고 또 있습니다. 순이익이 평균보다 더 나오면 하청업체와 반드시 함께 나누는 이익공유제 도입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나 하청·협력업체 사용자나 노동자는 두 손 들고 반길 내용입니다. 


신문 방송에서 크게 다뤄도 좋을 그런 내용인데요, 현대차를 비롯한 여러 노조들이 언제나 모든 면에서 잘한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렇게 진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저는 봅니다. 


진 :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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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일본의 전쟁범죄를 비난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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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인류 역사에서 가장 야만적인 인권침해 사례를 꼽으라면 나는 서슴없이 일본군 성노예(sex slaves, 이른바 '위안부')와 민간인 집단학살(genocide)을 든다. 불행히도 두 사건은 모두 우리나라가 최대 피해국이다. 국가권력이 가장 힘없는 국민을 희생자로 삼았던 범죄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러나 두 사건의 다른 점도 있다. 성노예가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 백성에 대한 범죄라면, 민간인학살은 대한민국 국군과 경찰이 자국민을 죽인 것이다. 독일의 홀로코스트도 집단학살이라는 점에선 같지만, 나치가 유대인을 죽였다느 점에서는 대한민국의 경우와 다르다.


범죄의 가해 주체가 달랐던 만큼 잘못된 과거에 대한 청산 과정도 확연히 다르다. 독일의 경우 1945년 패전 후 전범재판에서 주모자급 12명이 교수형을 받았고, 일선 책임자 1000여 명도 사형 선고를 받았다. 독일 자체적으로도 유대인 학살 등 전쟁범죄에 대한 색출과 재판을 계속해 1990년까지 6400여 명에게 유죄판결을 내렸으며, 공소시효를 아예 없애고 지금도 전범 추적을 계속하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법도 만들어 지금까지 약 78조 원을 배상했다. 참회와 사죄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1970년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의 유대인 희생자 위령탑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한 것을 비롯, 헬무트 콜 총리도 그랬고,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도 지난 8월 20일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강제수용소였던 뮌헨 인근의 다하우 추모관을 방문해 헌화하고 희생자들에게 속죄했다.


반면 일본은 성노예 범죄에 대해 반성과 사죄, 보상, 처벌은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종전 직후 연합군에 의해 이뤄진 전범재판에서도 성노예는 물론 731부대의 생체실험과 관동대학살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았다. 일본 자체적인 전범 색출도 없었음은 물론 오히려 전범을 추모·추앙하며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이런 일본에 대해 전 세계의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과 미국 곳곳에서 '위안부 소녀상' 또는 '추모비'가 세워지고, 경남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보급한 '위안부' 교육자료집과 다큐멘터리가 시민들의 박수를 받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진주 문산면 상문리에서 발굴된 암매장 유골.


문제는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저질러진 민간인 학살이다. 이는 1948년 정부 수립 과정에서부터 1953년 휴전협정에 이르기까지 제주 4·3과 여순사건, 보도연맹, 형무소 정치범 학살, 산청·함양·거창사건, 부역자 처단 과정의 학살 등을 포함한다. 유족과 학계에서는 그 희생자 수를 최대 100만 명으로 보기도 하지만, 아직 제대로 집계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이 문제를 규명하기 위하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을 제정하여 조사를 벌였지만, 진실규명이 이뤄진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2010년 진실화해위원회 공무원직장협의회가 활동기간 종료를 앞두고 발표한 글에서도 실제 희생자 숫자의 5%도 안 되는 신청인에 대한 조사만 이뤄졌다고 했다.


그나마 진실규명이 이뤄진 사건에 대해서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후속 조치는 없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에 대해 희생자들에 대한 배·보상 특별법 제정, 과거사재단 설립 등을 포함한 여러 내용의 권고사항을 전달했지만 이후 집권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모두 무시했다.


진실화해위 결정문. 유해안치시설 설치를 지원하라고 권고했다.


지자체도 마찬가지였다. 진실화해위는 지자체에 대해 위령사업과 유해안치시설 설치 등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듣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남만 해도 2004년 마산 진전면 여양리에서 발굴되었던 163구의 유해가 경남대의 컨테이너 속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으며, 2008년 산청군 시천면 외공리에서 발굴된 270여 구와 2009년 진주에서 발굴된 유해 등이 충북대 임시안치소에 보관되어 있다.


이러고도 과연 대한민국이 일본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최근 창원시의회에 상정된 '창원시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 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의 통과 여부가 주목받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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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아닌 종교 활동을 하는 이석기-주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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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5월 12일 모임에 대해 여태껏 ‘날조’·‘모략’이라 했던 데서 태도를 바꿔 ‘농담’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발언들이 있기는 했지만 진지하게 한 말은 아니고 장난삼아 했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글에서 썼던 일부 표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여겼습니다.

 

한국일보에 5월 12일 있었던 모임 발언 ‘녹취록’이 공개됐는데, 그를 두고 저는 ‘만약 사실이라면’이라고 전제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게 생겼습니다.

 

이정희 선수가 확인을 해준 셈이니까요.농담이든 아니든 그런 발언이 사실과 다르지 않다고 말씀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래 글에서 그런 부분을 빼거나 고쳤습니다.

 

9월 2일 저녁 MBC경남 라디오광장의 ‘세상읽기’에서 방송된 내용이랍니다.

 

지난 대선 방송토론에서 문재인 박근혜 당시 후보와 나란히 앉았던 이정희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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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진 아나운서 : 통합진보당 이석기 국회의원의 발언이 엄청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통합진보당 간부가 그 때문에 구속되고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넘어와 있는 상황이죠.

 

김훤주 기자 : 5월 12일 밤에 서울 어느 종교시설 강당에서 통합진보당 당원 130명 가량이 모인 자리에서 오고간 얘기라고 합니다. 그 녹취록이 8월 30일 한국일보를 통해 일부 보도가 됐고, 다시 9월 2일 오늘부터 내일까지 이틀 동안 종이신문을 통해 전면 공개되고 있습니다.

 

진 : 법무부가 박근혜 대통령 결재를 받아 국회로 보낸 체포 동의 요구서 내용도 화제가 됐습니다. 봤더니 한국일보가 보도한 녹취록 내용과 거의 같았다고 하지요?

 

주 : 예, 그리고 그이들 생각이 시대착오적이고 현실과 맞지 않다는 사실만은 짚어야 마땅할 것 같습니다. 장난감 총을 구입해 인명살상용으로 개조하자거나, 압력밥솥 폭탄 매뉴얼도 있다거나 하는 발언, 통신·우편·석유시설 등을 폭파하기 위한 논의 등이 그렇습니다.

 

1. 한 마디로 말하면 웃기는 짬뽕이다

 

진 : 그런 얘기를 듣고 한편에서는 심각하게 위험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다른 한 편에서는 무슨 개그 프로그램처럼 웃긴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어요.

 

주 : 여러 사람이 섞여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데가 세상이지요. 저는 웃긴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무섭다거나 위험스럽다고 반응하는 이들은 ‘만약’ 그 사람들 얘기한 내용이 실제 상황으로 일어난다면, 하고 가정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가정대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습니다.

 

진 : 문제가 된 5월 모임은 전쟁 대비 논의를 하는 자리였다고 하잖아요? 만약 전쟁이 터진 상황에서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몇몇이 그렇게 후방을 교란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주 : 그런데요, 문제가 된 그 녹취록을 보면 통신시설이나 석유비축시설 파괴는 그들 스스로도 할 수 없다는 자백을 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 경찰과 공무원 조직이 그렇게 만만하고 허술한 집단이 아닙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요,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통합진보당 몇몇이 얘기하는 그런 생각들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거의 동의 또는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중이 공감하지 못하는 행동은 언제나 일탈 또는 해프닝으로 끝나고 맙니다.

 

진 : 그렇지요.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쟤네들 왜 또 저런데?" 이렇게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덜떨어진 사람들이 또 사고를 쳤구나 하는 정도 아닐까 싶어요.

 

주 : 한 마디로 웃기는 짬뽕입니다. 자기들이 지도하고자 하는 대중들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조차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자기끼리 하는 자기 만족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 : 왜 그럴까요? 왜 그런 상황을 모를까요?

 

2. 김일성이 솔방울로 총알을 만들었다고 진짜 믿는 주사파

 

주 : 한국일보가 공개한 녹취록에 나오는 언행은, 이른바 주사파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주사파랑은 전혀 관련이 없지만, 그래도 한 때 운동을 했기에 몇몇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석기 체포 동의 처리 관련 태도를 밝히는 민주당 원내 지도부. /경남도민일보에 나온 연합뉴스 사진

 

진 : 그래요? 주사파들은 좀…… 어떤 사람들인가요?


주 : 똑같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북한 이야기가 나오면 좀 많이 달라집니다. 그쪽은 북한을 두고 성공한 체제라고 합니다. 북한 핵실험도 옹호합니다. 심지어는 북한 체제가 좋다면서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월이 좀 지나기는 했지만, 김일성 주석 관련한 전설 같은 이야기를 사실로 믿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진 : 전설 같은 이야기라고요?

 

주 : 예, 김일성 주석이 항일 시기에 솔방울로 총알을 만들고 모래로 밥을 지으며 가랑잎을 타고 두만강을 건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제가 이런 얘기가 있더라면서 주사파 한 명한테 정말이라 생각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거든요. 그랬더니 그 사람이 아주 진지한 낯빛으로 그렇다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진 :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신고라도 하셨어요?

 

주 : 일단 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 성립 대상이 아니고요, 또 단지 생각이 다르고 덜 떨어졌다는 이유로 처벌까지 받으면 너무 불쌍하잖아요? 그 때 저는 속으로 ‘아, 이 사람은 지금 운동이 아니라 신앙생활을 하고 있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통합진보당에서 5일 오후 4시 40분 즈음 연락이 왔습니다. 이 사진을 거론하시기에, 행여나 싶어서 말씀해 놓겠습니다. 저는 어느 누구도, 이를테면 이석기 선수를 빼고는, 주사파라고 얘기한 적이 없습니다.

 

 

3. 비(非)주사 반(反)주사 진보진영의 책임이 정말 크다

 

진 : 주사파가 그런 사람들이군요. 그런데 어떻게 해서 그런 비현실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주사파가 원내3당인 통합진보당에서 주류가 될 수 있었을까요?

 

주 : 주사파의 무조건적인 결집력과 맹목적인 충성, 이런 것이 많이 얘기가 됩니다만, 크게 본다면 주사파 아닌 다른 진보세력이 더없이 무능해서 이렇게 된 것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진보라고 할 수도 없는 골수 수구세력이 바로 주사파인데요, 그런 주사파한테 진보진영의 대표선수 또는 얼굴마담 노릇을 하도록 허용했으니 통합진보당 안에 있는 다른 진보세력, 또는 노동당이나 민주당 아니면 정당 바깥에서 정치운동을 하고 있는 진보세력은 그야말로 처절하고 철저하게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합니다.

 

4. 주장은 이제 그만, 사실을 제시해야

 

진 : 지금 통합진보당은 공개돼 있는 녹취록이 날조 왜곡 조작됐다는 얘기를 되풀이 말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요?

 

주 : 5월 12일 모임이 통합진보당은 경기도당 차원 공식 행사라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모임에서 오간 얘기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면 됩니다. 만약 찍어놓은 동영상이 있으면 금상첨화입니다.

 

지금 국민들이 주문하고 바라는 것은 통합진보당의 주장이 아니라 통합진보당의 사실입니다. 주장은 하지 말고 사실만 밝히면 됩니다. 그런데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진 : 9월 2일 그러니까 오늘 오전 그날 모임에 참여했던 도당 간부들이 기자회견을 국회에서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도 사실은 밝히지 않은 채로 주장만 하고 말았나요?

 

주 : “국정원이 교묘하게 짜깁기해 흘린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녹취록’이란 것을 언론을 통하여 보았습니다. 일부 참가자들의 발언도 앞뒤 자르고 교묘하게 편집하여 취지를 현저히 왜곡하고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앞뒤를 어떻게 자르고 편집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5. 대중에게는 그 날 모임 발언이 중요할 뿐

 

진 : 그런데, 그렇게 혐의를 뒤집어쓰고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형국이 지금 통합진보당인데, 혐의를 만들어낸 쪽이 사실 관계를 입증하는 책임이 있지 통합진보당 책임은 아니라는 얘기도 분명히 있습니다.

 

국정원의 압수수색. 연합뉴스 사진.

 

주 : 옳으신 얘기입니다. 백번 타당합니다. 만약 법정이나 재판에서 검찰 또는 국정원을 상대로 한다면 그런 입증 책임이 누구 몫인지 따져야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 통합진보당은 대한민국 사회의 다수 대중을 상대로 정치하고 있습니다. 억울하고 번거롭더라도 그나마 지금 정도 지지라도 잃고 싶지 않다면, 그 날 그 자리에서 있었던 실상을 있는 그대로 공개해야 마땅하다고 저는 봅니다.

 

진 : 지금 중요 혐의로 제기돼 있는 내란 음모는 국정원이 앞으로 재판에서 증거를 제출하기도 어렵고 공소 유지도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 : 그렇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저는 내란이 아니라 장난 정도로 봅니다. 지지는커녕 국민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엄청나게 멀어져 버린 시대착오적 정치집단이 벌인 코미디라 할 수 있습니다.

 

내란 음모가 되려면 실현이 가능하다는 실질적 위험이 있고 수단·방법·시기도 특정돼야 하는데, 이건 우스꽝스럽기만 합니다. 게다가 실제 기술적·물질적 준비에 대한 토론 말미에는 오히려 구체적인 대비가 불가능하다는 말이 조직원 입에서 나올 정도입니다.

 

진 : 그런데 통합진보당은 ‘녹취록은 유출 자체가 실정법 위반이고 처벌대상이다’, ‘국정원 감청도 불법이다’, ‘압수·수색 과정에도 위법이 있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국정원이 만든 광기 어린 마녀사냥이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석기. 우리를 석기시대로 끌고 가는 장본인.

주 : 저도 다 맞다고 봅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이 그런 과정·절차는 지엽말단으로 보고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조중동 같은 수구매체 때문도 아니고 그냥 그렇습니다.

 

그 날 거기에서 오간 얘기가 무엇이냐에 관심이 꽂혀 있습니다. 그리고 통합진보당은 아직 시원하게 털어놓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주문하고 바라는 바를 일부러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또 마녀 사냥이라는 표현을 통합진보당이 썼는데, 원래 유럽 중세에서 마녀 사냥은 마녀가 아닌 멀쩡한 사람을 마녀로 몰아 죽이는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면,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통합진보당의 몇몇은 마녀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상한 사람인 것은 분명합니다.

 

진 : 통합진보당으로서는 자기가 억울하게 불법으로 당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고 엉뚱한 데 관심을 보이니까 많이 답답하겠습니다.

 

주 : 하지만 정치를 하려면 사람들 마음을 얻어야 하고, 마음을 얻으려면 그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해야 합니다. 자기 좋고 편한대로만 하려면 정치를 하지 말아야지요.

 

그런 면에서 이번 사태는 겉으로 하는 언행이 다르고 속으로 하는 생각이 또 다른 주사파의 실상과 속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훤주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이제 지역시민운동도 외눈박이가 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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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교통에서 안전성은 아주 중요한 사안입니다. 아무리 빠르고 또 비용이 적게 들어도 사고가 나거나 사람이 다치거나 하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창원도시철도 관련한 시민운동(물론 전체는 아니고 일부)을 보면 둘 다를 보지 못하고(또는 안하고) 하나만 볼 줄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물론, 이런 제 견해가 맞지 않다면 언제든 곧바로 물릴 의향은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여기는 까닭은 지금 창원시를 상대로 도시철도 관련 시민운동을 하는 주력 단체 또는 지도자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지난 8월 19일 월요일 저녁, MBC경남 라디오광장의 세상읽기에서 한 번 짚어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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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진 아나운서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김훤주 기자 : 창원도시철도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좀 나누고자 합니다. 도시철도는 사업비도 엄청나고 특히 서민들 교통환경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지역 주민 모두가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입니다. 


1. 노면 전차가 더 합당하다고는 하는데


서 : 그동안 신문이나 텔레비전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는 했지만 중요하게 다뤄진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요. 대체적인 내용이 어떤지부터 말씀해 주시지요. 


스페인에서 운행되고 있는 노면 전차. 경남도민일보 사진.


김 : 창원시 도시철도는 기본계획에 따르면 노면 전차 형태입니다. 자동차도로에 그냥 레일만 깔고 다니는 식입니다. 노선은 마산 가포에서 창원을 거쳐 진해구청까지 이르는 33.88km입니다. 


국비 60% 도비 20% 시비 20% 해서 모두 6468억원이 들어가게 돼 있습니다. 올해 타당성 용역이 끝나면 기본설계와 실시 설계를 잇달아 한 다음 2015년 착공해 2020년 완공할 계획입니다. 


서 : 창원시와 시민단체가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세부 내역을 검증하기로 했는데요,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죠? 앞으로 더욱더 커질 기미도 있는데요, 수요 예측이 지나친지 여부, 어떤 차량시스템이 적합한지 등등 쟁점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김 : 노면 전차 방식을 트램이라고 하는데, 차량 위에 전선을 붙이지 않으면 무가선 트램이라 합니다. 이와 달리 바이모달이 있는데, 때에 따라 버스처럼 운행할 수도 있고 기차처럼 운행할 수도 있는 구조라고 합니다. 


그런데 창원시에서는 둘 다 검토는 하지만 일단은 노면 전차, 즉 트램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서 : 시작도 전에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요? 까닭은 무엇일까요? 


김 : 첫째는 트램으로 하면 전체 사업비 가운데 60%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지만 바이모달은 철도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 일부 구간은 50%, 또다른 일부 구간은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수송 능력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창원도시철도의 하루 탑승 인원이 2021년 기준으로 10만 7000명인데, 바이모달로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네덜란드에서 운행되고 있는 바이모달. 경남도민일보 사진.


서 : 그렇다면 정확한 내용은 따져봐야겠지만 처음부터 바이모달을 상정하지 않고 배제한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국비 예산 지원을 받기 위해서. 


김 : 그런 측면이 큽니다. 전체 예산 6468억원에 대한 국비 지원 비율이 60%이므로 따져보면 거의 4000억원 가까이 되는데, 공무원으로서는 이게 크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만 볼 수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100만명 이상 도시라면 버스로는 교통 수요를 해결할 수 없고 따라서 철도교통수단을 기본축으로 교통망을 재편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합니다. 


2. 수요예측 적정성, 차량 시스템 적합성, 사업비 증가 같은 쟁점도


서 : 쟁점을 한 번 짚어보면 좋겠습니다. 특히 시민단체 쪽에서는 수요 예측 뻥튀기, 노면 전차 트램 차량 시스템의 적합성, 사업비 증가, 또 다른 교통 혼란 유발, 시내버스와 택시 경영난·고용난 여부 등을 제기해 왔습니다. 


가까운 김해의 경전철처럼 해마다 700억원 가량 되는 주민 혈세를 낭비해야 하지는 않나 하는 걱정이 꽤 많은 것 같아서요. 


김 : 물론 수요 예측이 잘못돼 그렇게 될 개연성도 있습니다.(그런데 김해경전철은 민간사업자에게 최소 수익을 보장해줘야 하지만 창원도시철도는 자체 사업이라 그런 부담은 없습니다.) 창원시는 엄정한 기준이 적용됐다지만, 타당성 용역에서 나온 하루 11만7630명 승차는 지나치다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이를테면 148만명 광주의 도시철도 승객이 4만8000명, 153만 대전도 9만6000명, 51만 김해는 3만3000명밖에 되지 않는 등 전국 15개 도시철도 가운데 수요 예측 대비 이용율이 50% 넘는 데는 서울지하철 8호선뿐이며 30% 미만도 11곳이나 된다는 것입니다. 


도시철도가 들어서면 교통혼잡이 예상되는 불종거리 일대. 경남도민일보 사진.


서 : 지난 7월 24일 도시철도 건설 예정 구간을 창원도시철도타당성검증시민대책위가 버스 투어를 했어요. 여기서 집중 제기된 문제가 향후 사업비 증가 부분이라고 하던데요. 


김 : 도시철도 건설 예정 구간에 불종거리 어시장 등 도로가 좁은 구간이 있는데 그런데도 도시철도를 놓으면 교통혼잡이 불보듯 뻔하고 결국 상가와 건물을 사들여 길을 넓힐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사업비가 1조원을 훌쩍 넘어간다는 얘기입니다. 


서 : 노면 전차와 바이모달 가운데 어떤 차량을 쓸지에 대해서도 창원시와 시민대책위가 의견이 다르다고 했는데, 상황이 어떤지 말씀해 주시죠. 


김 : 노면 전차 무가선 트램은 건설비가 256명 탑승 기준에 km당 226억원으로 비싸지만 수송 수요, 미관, 기술 등은 뛰어납니다. 반면 바이모달은 93명 탑승 기준에 km당 70억원으로 건설비가 쌉니다.


시민대책위는 수요 예측도 잘못된 마당에 바이모달이면 충분하고 또 경제적이라 하고 창원시는 국비가 주어지므로 크게 문제가 없고 오히려 종합적으로 볼 때 노면 전차가 낫다는 태도를 보입니다. 


3. 수요예측 맞는지와 어느 차량이 좋은지는 따로 떼어 논해야


서 : 어쩌면 양쪽 모두 나름 타당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실제로 어떤지요? 


김 : 수요 예측이 맞는지 여부와 어떤 차량이 좋은지 여부를 한데 섞어 이야기하면 옳지 않을 것 같습니다. 수요 예측이 맞는지 여부를 먼저 따지고, 그렇게 해서 맞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면 두고두고 애물단지가 될 테니까 그냥 접어야 됩니다. 


그런 다음에, 만약 수요 예측이 도시철도를 해도 될 정도라고 나오면, 그 때 가서 어떤 차량 시스템을 쓸는지 검토하고 거기서 더 합당하게 결론이 나는 쪽으로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창원시 도시철도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시민단체 대표들. 경남도민일보.


서 : 그렇군요. 할지 말지 자체를 결정하는 문제랑 이것으로 할지 저것으로 할지 정하는 문제가 같이 뒤섞여 있었군요.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갈피를 잡기 어렵겠죠? 


김 : 그래서 창원시와 시민대책위가 엉뚱한 오해를 사는 측면도 있습니다. 노면 전차는 현대로템에서 생산하고, 바이모달은 한국화이바가 생산하거든요. 마치 창원시와 시민대책위가 이 두 업체를 각각 대변하는 듯이 비치는 측면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4. 한국화이바 바이모달에 문제 생겨도 언급 않은 시민단체


게다가 시민단체 쪽은 한국화이바가 만들어 세종시에서 시범운행하고 있는 바이모달에 문제가 생겨 운행이 중단됐다는 사실을 여태 말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손 : 그런가요? 알면서도 말을 하지 않았을 리는 없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김 : 글쎄요. 저도 까닭을 모르겠습니다. 서울쪽 신문 통신에서는 적어도 올 1월부터 관련 보도를 냈는데요, 그러니까 몰랐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몰랐다고 한다면 오히려 더 꾸중을 들어야 마땅한 일이기도 하고요.


어쨌든 올해 초 시범운영에 투입된 두 대 가운데 한 대는 고장난 엔진을 수리하고 있고 다른 한 대는 성능 인증을 위해 빠졌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또 3월에는 냉각계 고장으로 눈쌓인 10도 비탈길을 오르지 못해 운행을 중단해야 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그래서 다섯 달 시범운행만 하고 올 3월 세종시에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서 : 그렇게 안전성 또는 기술성에 결함이 있다면 작은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진실버스 투어를 하면서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설명하는 시민단체 대표급 인사.


5. 버스업자 택시업자 걱정 대신해 주는 시민단체


김 : 아울러 저는 도시철도 건설에서 주민 편의가 핵심 쟁점으로 꼽히지 않는 현실이 이상합니다. 시민단체들이 왜 버스 업자 택시 업자 걱정을 대신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주민 편의가 가장 중요한데, 이런 주민 편의가 증진되느냐 아니냐, 증진된다면 얼마나 증진되느냐 이런 논의가 되지 않고, 오히려 버스·택시업자 손해 보전에 대해 논란이 일어나는 것이 저는 엉뚱합니다. 


국책 사업으로 영업 환경이 크게 변화됐다 해도 그에 적응하거나 말거나 하는 것은 해당 업체 또는 업자의 몫이지 손해를 배상할 일은 아니라는 판결을 법원도 내렸을 정도거든요. 거가대교 건설 관련해 해운업체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었습니다. 업체가 패소했지요.


서 : 그렇죠. 주민 편에 서서 본다면 버스·택시업자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그 사업이 주민들을 얼마나 편하고 좋게 해주느냐가 돼야 마땅하겠지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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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울 토박이는 왜 경남으로 귀촌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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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한지 5년만에 영농조합 실무 총책 맡은 서울 토박이 

유덕재 함안친환경안전농산물영농조합법인 사무국장 


농사 경험도 전혀 없는데다 서울이 고향인 사진작가 유덕재(58)씨가 귀촌한지 5년만인 지난해 1월 영농조합법인 사무국장을 맡았습니다. 


유 국장은 농촌 마을을 내실 있는 공동체로 만드는 데도 관심이 있어서 자기가 사는 경남 함안 법수 강주마을을 탈바꿈시키는 일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찾고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마을로 만들기 위해 벽화도 입히고 해바라기밭도 가꾸고 축제도 마련했답니다. 


퍽 인상적인 강주마을 벽화.


거실에서 명함을 주고받았습니다. 유덕재씨의 명함은 두 겹이었습니다. 첫 장에는 사단법인 경상남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경남친환경유통사업단 운영지원본부장이 있습니다. 


한 꺼풀 넘기니 함안친환경안전농산물영농조합법인 상호와 사무국장 직책이 나타났습니다. 밑에는 ‘Professoinal Photographers of America/Art Director Yoo duk-jae’라고 적혀 있습니다. 


영판 농사꾼 같은 서울 토박이 


“경남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1만6000명 회원을 바탕으로 2012년 4월 결성됐고 거기서 함안지부 사무국장을 맡고 있어요. 산하 경남친환경유통사업단은 7월 24일 오후 2시 경남도청 대강당에서 발대식을 합니다. 


창원 농협경남본부 금요장터, 사천 홈플러스 첫째 셋째 수목장터, 창원 내서 삼풍대에서 열리는 둘째 토요일의 푸른내서주민회 알뜰장터에도 참여합니다. 경남도청 구내식당에 친환경 잎채소 공급도 하고요.” 


유덕재 국장. 빨간 자동차는 크라이슬러에서 만든 랭글러라고 했습니다.


“함안친환경안전농산물영농조합법인은 조합원이 96명입니다. 2011년 6월 등록하고 이듬해 9월 경남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습니다. 친환경쌀을 주로 하면서 잎채소·뿌리채소·열매채소도 하고 된장·고추장·간장도 한답니다. 저는 주로 판로 개척과 영농조합법인 총괄 관리 등을 합니다.” 


유 국장은 안경과 곱슬머리를 빼면 ‘영판’ 농사꾼 모습이어서 저는 사진작가 명함이 이채롭게 여겨졌습니다. “저기 적힌 영어는 무슨 뜻입니까?” “거 뭐 미국프로사진작가협회 회원이라는 얘기입니다.” 


그 밑으로 몇 줄이 더 달려 있습니다. ‘국제순수사진작가협회 기술이사’, ‘교육과학기술부 재능기부단체 사진강사’, ‘함안교육지원청 협약단체 사진 강사’. 


‘아 이 사람 경력이 아주 다채롭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에서 인정받는 사진 실력을 갖춘, 농업인단체 실무 책임까지 맡고 있는 ‘농사꾼’으로 보였으니까 말씀입니다. 


제게는 그이가 강주리가 고향이고 도시로 나갔다 돌아와 자리잡고 사는 모양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고향이 서울입니다. 서울서 태어나 줄곧 살았습니다.”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그러면 농사는요?”라는 물음이 절로 나왔겠지요. 


“여기서 처음 지어봤지요. 벼농사를 해 보려 했는데 장비도 없고 할 줄도 모르겠고 못하겠더라고요. 고추도 한 300평 심었는데 또한 안 됐습니다. 태풍 불고 하니까 바람에 가지가 찢어지고 해서요. 농사지을 생각은 접었습니다. 귀농이 아니고 귀촌이지요.” 


경상남도자원봉사센터(센터장 김현주)의 대학생 자원봉사단이 강주마을에 들어와 해바라기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또다른 궁금증이 샘솟았습니다. 강주리, 함안, 경남이 고향도 아닌데, 서울 토박이가 어떻게 이리 멀리 떨어진 데까지 왔을까? 


“오랫동안 농촌을 동경해 왔어요. 서울에서는 상업 사진을 했어요. 스튜디오까지 갖추고 직원도 썼습니다. 카탈로그에 나오는 상품이나 정장 또는 캐주얼을 차려 입은 모델 사진 작업이지요. 


아들이 하나 있는데 대학 공부 마쳐 놓고 직장까지 잡은 뒤에 작품 활동을 해보려고 부산으로 갔습니다. 부산 사람들이 성격이 좋더라고요. 한 2년 했습니다. 


농업단체 일하면서 사진 활동 병행 


2007년 이 마을로 들어왔습니다. 제대로 알았으면 오지 않았겠죠. 공장이 많잖아요. 윤외리 들판에 들렀다가 왔는데, 노을이 아주 좋았습니다. 집이 남향이라 서쪽 오른편 논으로 해가 지고 있었는데, 너무 아름다웠어요. 


노을이 아름다운 그이의 집 거실에서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대지가 123평이고 건평은 30평 정도? 집짓는 비용까지 1억원 넘어 들었지요. 당시 돈이 좀 있었는데요, 짓고 나서도 조금 남았습니다.” 


유 국장은 처음에는 농사까지 지으면서도 사진 작품 활동을 주로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유 국장은 자신의 사진과 관련된 지식·감성과 기술 등을 재능기부로 내놓았답니다. 이런 활동이 그이를 농업인단체 활동으로 이어지게 만들었습니다. 


“꽤 유명하신 분인데, 남용현씨라고, 함안친환경안전농산물영농조합법인 회장이세요. 급식센터 공급장 문을 열 때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영농조합 행정을 책임질 사람이 없다고 해요. 직원은 2명이고요. 


주말이나 이럴 때 사진 활동을 많이 했으니까, 사무국장을 해도 되겠다 싶었지요. 2012년 1월 일하기 시작했어요.” 


나름 잘 운영되는 함안친환경안전농산물영농조합법인 


유 국장을 따르면 이 영농조합은 모범적이랍니다. 경남도교육청 학교급식 평가대회에서 함안이 1등을 했습니다. 친환경급식이 가장 잘 되는 지역이라는 얘기입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대부분 농협이나 일반 유통업체가 급식 재료를 공급하는데 함안에서는 농민이 만든 이 단체가 학교급식을 주도합니다. 유 국장의 영농조합은 함안 30개 학교, 함안이 아닌 2개 학교에 학교급식 재료를 대고 있습니다. 


“농민 단체가 직접 하면 문서 작업 등에 어려움이 있지만 농민한테 바로 이득이 간다는 장점이 큽니다. 규모가 크지 않아 도정이나 전처리 시설이 미흡한데 행정 지원을 받아 조만간 해결될 것 같습니다. 전처리란 이를테면 양파나 마늘 껍질을 까는 것인데 그만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지요.” 



이밖에 ‘아라가야 도란미(米)’ 상표 등록이나 취급자 인증 같은 일은 유 국장이 주도해서 이뤄낸 일이랍니다. 


도란미는 쌀로 지은 밥이 놓인 밥상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눈다는 뜻입니다. ‘취급자 인증’이란 급식재료를 가져와 학교별로 작게 나눠 재포장하는 일(=소분 작업)을 다른 데 맡기지 않고 직접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는 얘기입니다. 


기부도 활성화했습니다. 복지회관 같은 데 무농약 쌀을 지원하고 장애인 시설이나 취약계층 어린이공부방을 찾아가 본인 재능 기부도 하고 사진 찍는 출사도 나갑니다. 


실비는 영농조합에서 제공합니다. 10명 남짓에게 서울 구경도 시켜줬습니다. 2박3일 경기도 남양주 아프리카문화원과 종합영화촬영소 견학 등을 하고 동대문·남대문 시장을 함께 돌아다녔습니다. 


강주 마을을 풍요롭게 꾸미는 활동 


유 국장은 ‘재미있다’, ‘즐겁다’는 낱말을 입에 달고 있었습니다. ‘서울 있을 때보다 훨씬 만족스럽다’는 말도 했습니다. 맨날 회의를 하고 날마다 출장이 이어져서, ‘쓰러질까봐 두렵다’고도 했습니다. 까닭은 바로 강주 마을에 있었습니다. 


강주마을을 위해 봉사를 자원한 대학생들. 여기에는 경상남도자원봉사센터(센터장 김현주)의 뒷받침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마을회의에도 잘 안 나갔습니다. 동네에서 사람 취급도 못 받았지요. 하지만 뜻한 바 있어서 마을을 특화 마을로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담벼락에 벽화를 그린다든지 말입니다. 2012년 봄이었는데, 처음에는 마을회의에서 반대가 심했습니다. 


하지만 적극적인 사람 셋만 있어도 하겠다는 생각으로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결국 동의가 됐고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하는 해비타트한국운동본부에서 벽화 작업을 무상으로 해주도록 만들기도 했습니다. 


마을 담벼락을 벽화로 꾸미는 작업을 하고 있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


지난해 가을에는 ‘강주마을 발전 추진위원회’(조문삼 위원장·조현구 부위원장)도 꾸려졌습니다. 그런데 해비타트 벽화 작업이, 서울서 와야 하니까 거리 문제 등으로 미뤄졌습니다. 


강주마을 주민들의 회의하는 모습.

마을 주민들이 해바라기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요즘은 도시든 시골이든 이렇게 공동체를 위해 자기 품을 내는 일이 무척 드뭅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언제 오나 언제 오나 이러던 차에 경상남도자원봉사센터와 경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랑 연결이 되고, 노루표 페인트가 공장이 함안에 있거든요, 거기서 페인트를 원가에 얻고 지역 예술가들 재능 기부를 받고 해서 이번 9~11일 벽화 작업을 했습니다.” 


농촌이든 도시든 자기한테 이득이 없는데도 제 몫을 크든 작든 떼어 내어놓는 사람은 드문 세상물정입니다. 강주 마을도 예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마을을 위해 금전이나 물건이나 토지를 조건 없이 내어놓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생겨났습니다. 


“마을이 말굽 모양입니다. 산이 ‘ㄷ’자 모양으로 감싸고 가운데 들판이 있고 그 경계에 마을이 걸쳐 있지요. 악귀를 물리치고 행운을 가져온답니다. ‘둘레 산기슭을 따라 나무를 심자’고 제안했어요. 전혀 가꾸지 않아 볼품이 없었거든요. 


그랬더니 ‘아무 조건 없이 써라’고 기꺼이 허락해 주시는 분이 생겼습니다. 물론 보류하신 분도 계시고요. 올해는 마을회의를 여러 차례 거치면서 스스로 결정해 추진해보자고 했는데 해바라기를 하자고 결론이 났습니다. 


80가구 정도 있는데요, 아무 대가 없이 해바라기를 심도록 해준 것이 다섯 분에 5000평 정도 됩니다. 5월 27일 4000평에 마을 주민에 대학생 자원봉사자까지 더해 모종을 심고 씨앗을 뿌렸습니다. 


강주마을 앞들에 심긴 해바라기.


자금도 내놓으셨습니다. 10만~30만원씩 해서 500만원 정도 모였습니다. 정부 지원 받지 말고 스스로 해보자, 자력갱생을 하자, 돈부터 먼저 들어오면 반드시 분란이 생긴다, 등등 의견을 주고받은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옛날에는 여기 집 앞에 종일 있어도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었어요. 지금은 자원봉사 하러도 오고, 해바라기나 벽화 보러도 오니까 사람이 사는 것 같은 마을 같은 마을이 됐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아직 완성은 아닙니다. 오히려 갈 길이 멉니다. 고작 첫걸음을 옮겼을 따름입니다. 하지만 외부 지원 없이 마을이 스스로의 동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 자체는 아주 소중합니다. 


정이 넘치는 농촌 마을공동체 


별난 일이기는 하지만, 귀촌 6년째인 서울 토박이 유덕재 국장이 바로 마을 내부 동력 가운데 하나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농촌·농업은 물론 경남이나 함안과도 무관한 ‘서울내기’가 어떻게 이런 농촌 마을 살리기를 할 생각을 다했을까요? 궁금했습니다. 


“정이 넘치는 공동체를 많이 구상해 왔었습니다. 세상에 정이 메말라 있으니까요. 또 원래 공동체에 특히 도시빈민운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한창 나이 때 도시빈민을 마주한 적이 있었거든요. 어떻게 발전해 가나 눈여겨봤지요. 


천주교도시빈민사목위원회나 빈민운동에 앞장섰던 제정구 국회의원 등이 경기도 시흥에 보금자리신협 만들어 기술 있는 사람한테 종잣돈을 대주고, 협업농장 등을 하면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 얼마 전 생협 매장에 갔더니 그 보금자리에서 나온 딸기잼이 굉장히 유명해져 있더군요.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마을 잔치도 하고 그러잖아요. 언젠가 한 번은 구상했던 대로 도전을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은 끝까지 할 계획입니다.” 


귀촌한 뒤 기억에 남는 일 하나만 얘기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빗길에 미끄러져 허리를 되게 다쳤고 지금도 후유증이 있는데, 그것 빼고는 온통 재미와 기쁨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사람 대접을 받잖아요. 처음에는 서울서 왔다고 제대로 대접을 못 받았습니다. 마을 분들 변화도 재미있습니다. 처음에는 부정적인 분도 많았지만 적극 믿어주는 분들이 있어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많이 바뀌셨고 함께 즐거워하시고 기뻐하시는데 저도 기쁨과 보람을 함께 느낍니다. 벽화 작업을 할 때 자원봉사자들 먹이려고 얼마나 싸 들고 오시는지… 좋았습니다. 


마을회관에서 빈대떡을 굽고 막걸리까지 장만해서 내셨어요. 부침개도 만들고 그밖에 마실거리를 내놓으시거나 현금을 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마을 분위기가 달라졌고 동네 인심이 새로워졌습니다. 서로 나누고 베풀며 커지고 풍성해진 것입니다. 정부를 비롯한 바깥 지원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살 길을 찾아나선 덕분으로 보였습니다. 


50대 들어서 새롭게 열어가는 나날 


마을 들머리 자기 집 앞에 서서 사진을 하나 찍었습니다.


유덕재 국장은 자식이 장성한 뒤 이렇게 새로운 삶을 열었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아내에게도 자기 일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삶과 가치관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제각각 사는 것입니다.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겠지만, 서로가 상대에게 기대거나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이라는 면에서 저는 좋아 보였습니다. 


7월 27일 토요일 오후 5시 강주마을에서 해바라기 축제가 열립니다.(열렸습니다.) 유 국장은 원래는 기부만으로 열려 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마을 주민들이 회의를 거쳐 마을기금에서 500만원을 내놓았습니다. 


노래와 풍물과 연주와 낭송 등이 어우러집니다.(그리고 나중에 와서 보니까 돼지수육이랑 막걸리도 풍성했습니다.) 


초대장에는 이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소박한 마을 만들기의 보람이 거기 담겨 있었습니다.


착한 바람이 날마다 찾아오는 강주마을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손길이

마을 어르신들의 노고와 내 고장을 아끼는 그 사랑이

이제는 보람과 웃음과 동행의 이름으로

사람 사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덧붙임 : 해바라기 축제 행사는 예정대로 27일 풍성하게 치러졌습니다. 마을 들머리 폐교에서요. 모자라는 구석도 여럿 지적이 됐겠지만, 스스로 애쓰고 함께 돕는 모습에서 밝은 앞날이 싹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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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학교로 꾸는 해딴에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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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학원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고 익힐까요? 물론 100%는 아니지만은요, 학교나 학원이 아이들에게 제 노릇을 다 못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자기 힘으로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현실이 그 방증이랍니다.

 

1. 명문 대학 졸업했어도 제 앞가림 못하는 현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경남에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조선업체가 여럿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지금 휘청거리기는 하지만, 하나 같이 월급도 세고 다른 대우도 빵빵한 대기업이랍니다.

 

여기 취직한 젊은이 이야기인데요. 그이는 설계가 전공인데 이른바 서울에 있는 명문 사립대학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자기 소속 부서에서 제작한 설계도를 보고 만든 제품이 불량으로 반품돼 왔다고 합니다.

 

설계도를 보고 이렇게 용접했겠지요.

 

확인해 보니 그 젊은이가 설계를 제대로 못한 탓이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 부서에서는 바로 연장근로를 해서 ‘불량 수리’를 하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다들 저녁을 먹고 와서 함께 일하기로 했답니다. 젊은이는 남겠다고 했습니다. 동료들은 자기 책임이 크다 보니 혼자 남아 일하려나 보다 여겼습니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사람이 없었습니다. 나무람이나 꾸중은 없었다고 합니다. 당일은 물론 다음날도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며칠 지나 상관한테로 전화가 걸려왔답니다. 어머니였습니다. 아들이 서울 집에 와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젊은이의 첫 직장 생활이 이렇게 끝났습니다.

 

2. 경남도민일보가 만든 사회적기업 '해딴에'

 

경남도민일보가 지역사회에 보탬도 되고 즐겁고 재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로 지난해 ‘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라는 사회적기업을 만들었습니다. 나름 이윤을 내면서도 사회에 이바지하자는 기업이 사회적기업입니다.

 

 

‘해딴에’는 ‘해가 떠 있는 동안에’를 뜻하는 경상도 지역말입니다. ‘해딴에’에서 ‘어린이·청소년 여행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고 아이들을 모아 함께 길을 떠나는 일을 다달이 한 차례 하고 있습니다.

 

함께 다녀보면 아이들이 무엇이든 스스로 해결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밥과 반찬을 입에 떠넣고 자기 얼굴과 몸을 씻는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먹거나 씻고 나서 뒤처리를 할 줄 모르는 경우도 태반이지요. 간식으로 먹은 과자 봉지나 음료수 병은 팽개쳐지기 일쑤랍니다.

 

3. 스스로 몸을 움직여 뭔가를 만들어내는 즐거움과 보람

 

그래서 단순한 체험이나 놀이는 조금씩 줄이고 대신 작더라도 무엇인가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습니다. 8월에는 어느 골짜기에서 문화재를 살펴본 뒤 물놀이를 하는 중간에 밥 지어 먹기를 했습니다.

 

 

밥짓기라지만 지어 놓은 밥을 프라이팬에 옮겨 기름을 두르고 김치랑 다른 반찬과 섞어 볶음밥을 만드는 한편 간단하게 국을 끓이는 정도였습니다.

 

이렇게만 했을 뿐인데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서로 의논하고 일거리를 나누며 협력해야 했습니다. 누구는 물을 떠 오고 누구는 버너에서 불이 꺼지지 않도록 가림막을 쳐야 했으며 어떤 이는 밥을 덜어 치댔고 어떤 이는 볶는 재료들을 섞었고 누군가는 국 끓일 재료를 씻었습니다.

 

서로 맞지 않아 실랑이도 벌였지만 대체로는 순조로웠습니다.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먹고 나서 설거지하고 치우기도 즐겁게 스스로 했습니다. 아이들 대부분은 집에서도 설거지를 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해야 하거나 할 수 있는 일로 여기지조차 않습니다.

 

또 이렇게 해서 먹는 밥은 맛이 좋습니다. 보통은 한 그릇도 먹지 않았을 아이들이 두세 번 밥을 퍼 먹었습니다. 아무래도 자기 노력이 들어갔기 때문이겠습니다.

 

 

4. 학교도 학원도 놓치는 틈새에서

 

이런 아이들을 보면서 틈새학교를 떠올렸답니다.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이지만 실제 삶에는 도움이 되는 기술과 지식과 마음가짐을 익힐 수 있습니다. 학교와 학원의 틈새에서요.

 

먹을거리를 함께 장만하고 설거지도 함께 하며 여러 산천경계를 찾아 속깊은 체험도 하고 또 그날 있었던 일들을 말로 정리하고 글로 남겨두는 그런 활동을 기본으로 한답니다.

 

아이들이 ‘제 몸을 움직여 뭔가 만들어내는 능력’, ‘자기 멋대로보다는 함께 의논하고 협력하는 능력’,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말글로 정리·기록하는 능력’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지 싶습니다.

 

나중에 프로그램이 완성되거든 지역사회에 내놓겠습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실컷 활용하도록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지역사회에 공동 자산이 되지 않겠습니까! ^^

 

김훤주

 

<기자협회보>에 9월 4일치에 실은 글을 조금 가다듬고 내용도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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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처진 경남 자원봉사, 홍준표는 무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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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있었던 한 포럼을 바탕으로 삼아 7월 8일 저녁 MBC경남의 라디오광장 ‘세상읽기’에서 경남의 자원봉사 문제를 한 번 짚어봤습니다. 이날 포럼 현장에는 지역 매체 어디에서도 취재하러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마 왔더라면 나름대로 작으나마 특종을 챙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 아쉽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쉬워할 까닭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취재하러 오지 않은, 이날 포럼의 값어치를 알아보지 못한 사람들의 몫이랍니다.


어쨌든, 지난해 당선된 홍준표 도지사의 분별없는 영향력이, 지역 사회 자원봉사에도 끼쳐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원봉사 담당 공무원은 그날 포럼을 참관했습니다. 그이들이 홍준표 선수한테 제대로 전달이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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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훤주 기자 : 7월 2일 경남발전연구원에서 경남 여성 정책 포럼이 열렸습니다. 경남 지역 자원 봉사 활동의 현황을 짚어보고 내실화를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짚어보는 자리였습니다. 


중앙자원봉사센터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감정기 경남대 교수와 김현주 경남자원봉사센터장 등이 토론을 벌였습니다. 


서수진 아나운서 : 자원봉사활동, 어쩌면 아주 가깝게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다른 한편으로는 대다수 지역 주민의 실제 생활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는 그런 영역 같아요. 


김 : 한편으로는 학생들 생활기록부에 적기 위해 마지 못해 하거나 주부나 여성단체들이 주로 참여하고 대다수 사람들은 강 건너 불구경처럼 자기 일로 생각하지 않는 측면도 있고요. 


1. 자원봉사센터는 도대체 무엇을 할까?


서 : 그런데 자원봉사센터라는 것이 있던데요, 그게 하는 역할이 무엇이지요? 



김 : 2005년 자원봉사활동기본법이 제정이 됐고요, 경남의 경우는 2001년 제정된 자원봉사활동조례를 2006년 전면 개정했습니다. 이런 법률과 조례에 따라 경남도 단위와 일선 시·군마다 자원봉사센터를 두게 돼 있습니다. 관이 주도하고 민이 따라가는 형식입니다. 


서 : 그러면 경남에는 경상남도자원봉사센터와 열여덟 개 시·군에 자원봉사센터가 있겠군요. 


주제 발표를 했던 경남발전연구원 연구원들.


김 : 그런데 창원은 2010년 통합 창원시로 새로 출발했기 때문에 옛 창원과 마산과 진해 지역에 하나씩 해서 모두 스무 군데입니다. 


시·군 기초 단위 자원봉사센터는 해당 지역에서 자원봉사 수요를 찾아내고 자원봉사자를 공급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요, 경남 광역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 지원하는 기능을 합니다. 


현재 진행되는 시·군 단위 자원봉사를 지지·격려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나 형태를 다양하게 개발하는 데 더해 자원봉사자에 대한 교육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역학까지 하고 있습니다. 


서 : 말하자면 자원봉사가 좀더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기관인 셈이네요. 그런데 그런 기관 운영을 민간에서 하나요? 아니면 관에서 하나요? 


김 : 자원봉사라 하면 기관이든 단체든 누가 뭐라고 하기 전에 민간 영역에서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 기본이고, 그렇다면 그 센터 또한 민에서 해야 마땅한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2. 관에다 기대고 하는 자원봉사


서 : 그렇다면 예산도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오고 그래서 운영 또한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좌우되는 모양이지요? 


김 : 그렇습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법률 제정과 예산 지원을 민간에서 먼저 요청한 때문이 크다고 합니다. 정부는 예산을 대 주니까 걸맞게 관리 감독을 할 수밖에 없고요. 


서 : 그렇게 해서 지원되는 예산이 대체로 얼마나 될까요? 


맨 오른쪽 중앙선테장이 발표하는 모습.


김 : 경남자원봉사센터 2013년 예산이 4억8900만원입니다. 상근 인원은 모두 8명이고요. 


서 : 다른 시·도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일까요? 


김 : 서울·제주 등 열여섯 개 기존 광역자치단체에 세종특별자치시까지 더해 열일곱 광역단체 가운데 열두 번째입니다. 서울이 50억원으로 가장 많고요, 경남보다 예산이 적은 데는 인구가 훨씬 적은 강원도와 전라남도 충청북도 그리고 제주도 세종시뿐입니다. 


3. 쥐꼬리만도 못한 경남도의 예산 지원


서 : 경남이 그래도 인구로 치면 2012년 11월 현재 322만 명으로 서울 경기도 부산 다음으로 네 번째 많은데, 예산이 그렇게밖에 안 된다니 놀라운데요. 


김 : 저도 좀 놀랐습니다. 인구가 30만 명 가량 많은 부산은 당연히 10억원을 넘고요, 광역시는 물론이고 광역도 가운데서도 충남·전북·경북이 경남보다 예산이 많습니다. 


서 : 그렇군요. 예산이 적으면 아무래도 운영에 어려움이 없지 않겠습니다. 


김 :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예산이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5억2300만원과 5억2400만원으로 지원금이 비슷했는데 올해는 이처럼 5억원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서 : 그러면 우리 경남의 자원봉사 현황은 어떤지요? 예산이 적어서 참여도 저조하지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4. 자원봉사가 줄어드는 유일한 지역, 경남


담당 공무원입니다. 포럼에서 오간 얘기들이 홍준표한테 제대로 전달됐을까요?


김 : 이날 정책 포럼에서 김현주 경남자원봉사센터장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사람 숫자가 유일하게 줄어든 데가 바로 경남이었습니다. 


2010년과 대비하면 전국적으로 자원봉사 활동 인원이 157만명에서 216만명으로 늘어났지만, 경남만 15만8800명에서 15만4200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심지어 서울이 19만7000명에서 34만4000명으로 15만 명 정도, 광주가 3만3800명에서 7만600명으로 곱절 넘게 많아졌고요, 경기도 33만8000명에서 41만7600명으로 8만 명 등 다른 16개 자치단체 모두 적어도 1만명 이상 증가했지만 경남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서 : 전국 열일곱 자치단체 가운데 경남만 그렇게 자원봉사가 줄었다니 자존심이 좀 상합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예산 말고 다른 문제도 있는지요? 


김 : 운영 체계가 효율적이지 못한 측면도 크게 지적됐습니다. 자치단체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자치단체가 직영하는 시·군 단위 센터가 스무 군데 가운데 열여덟 곳이었습니다. 


직영 센터는 시장 군수나 간부 공무원이 센터장으로 있기 때문에 상대적 자율성이 적은 반면 자원봉사에 대한 식견이나 전문성이 없는 특정 인물에게 좌우되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운영을 전문 기관에 위탁하거나 자율성이 보장되는 법인으로 조직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서 :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를 좋게 해 주고 나눔과 베풂을 생활화함으로써 지역사회를 더욱 밝고 아름답게 하는 일이 바로 자원봉사라 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경남이 다른 시·도보다 처진다니 좀 갑갑합니다. 


5. 인력도 모자라고 임기 보장도 안 되고


김 : 인력 부족 문제도 짚어졌습니다. 안전행정부가 시·군 단위 자원봉사센터 직원 배치 기준을 정해 공문을 냈습니다. 


깅현주 경남센터장. 아무 까닭없이 임기 3년이 보장되지 않는 문제도 제기했습니다.


거기 보면 인구가 5만 명이 되지 않는다 해도 최소한 4명은 돼야 하는데, 지금 실정을 보면 창원·김해·거제만 5명 이상이고 나머지는 모두 4명 이하입니다. 그러니까 최소한 활동에 필요한 기초 인력 자체가 모자라는 문제가 있는 셈입니다. 


서 :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서 자원봉사 활동도 덩달아 저조해진다는 결론인 셈이네요. 그밖에 다르게 나온 얘기는 없었는지요? 


김 : 센터장 임기 보장, 센터 직원 신분 보장과 급여 인상이 꼽혔습니다. 센터장 임기 최소 3년 보장 자체가 중앙 정부 안전행정부가 세운 지침인데, 이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는 얘기였습니다. 단체장 마음대로 갈아치운다는 것입니다. 


서 : 자원봉사라는 영역을 두고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그리고 민간 봉사 단체가 서로 필요에 따라 만나져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자원봉사센터일 텐데요, 그 바른 운영을 통해 우리 경남의 자원봉사가 좀더 활짝 꽃피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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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초토화한 한전, 월영동도 박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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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 MBC경남의 라디오광장 세상 읽기 원고입니다. 저녁 6시 30분 어름에 방송됐습니다. 이번에는 마산 월영동 일대 송전철탑 설치를 둘러싼 다툼을 다뤘습니다. 


밀양에서는 이미 여덟 해째 송전철탑 설치를 두고 한전이 주민과 맞서고 있습니다. 밀양과 마산을 비교·대조해 보면 어떨까요?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을까요? 일단 규모가 다르고 전압이 다르고 단체장의 태도가 다릅니다. 


다음으로 같은 점을 꼽아보면 한전의 태도가 똑같고 주민 건강권·재산권이 침해된다는 점도 같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까 주민들이 한전에 반대하는 것도 같습니다. 물론 그 반대하는 정도는 다르겠지만은요.(일부 시간이 모자라 방송하지 못한 대목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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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진 아나운서 : 안녕하세요? 


김훤주 기자 : 밀양에서 한전이 초고압 송전철탑 건설 문제로 8년째 주민들과 갈등하고 있지요? 그런데 창원 마산합포구에서도 송전철탑 설치에 나서 주민들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1.6㎞ 구간에 15만4000V 송전탑을 월영동 네 개 예곡동 한 개 해서 모두 다섯 기를 건설하겠다는 것입니다. 


진 : 그렇지요. 지난달 말 알려지면서 현안이 되고 있습니다. 밀양과 비교해 보면 좀 어떤가요? 규모가 많이 작은 것 같은데요. 


주 : 먼저 전압이 마산 월영동에서는 15만4000V로 밀양 76만5000V보다 크게 작습니다. 전자파도 밀양이 훨씬 많고 마산은 적겠습니다. 거리도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신고리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송전려고 부산 기장, 울산 울주, 경남 양산·밀양·창녕에 걸친 90.5㎞ 구간에 모두 161개 송전탑을 건설하는데요, 그 절반에 가까운 69개 철탑이 밀양에 들어서도록 계획돼 있습니다. 


주거지역과 동떨어진 도로공사 현장 사무소에 열린 주민 설명회.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 : 그렇게 규모가 훨씬 작은데도 사람들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주 : 먼저 밀양에서 제가 되는 바람에 사람들이 송전탑이 들어서는 위험성을 좀더 쉽게 알게 됐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옛날에는 한전에서 송전탑을 세우겠다 하면 나라에서 하는 일이고 전체를 위하는 일인데 참아야지 하고 넘어갔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그렇지 않습니다. 


진 :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을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주 : 서마산변전소에서 마산 지역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이 하나뿐이고 이 송전선이 재해 등으로 훼손되면 전력 공급이 끊어지기 때문에 송전선로를 하나 더 만들어 안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비용은 20억원이 책정돼 있습니다. 문제는 송전선이 대규모 아파트와 학교 같은 인구 밀집 지역을 통과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주민들은 매설,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1. 지중화 주민 요구를 한전이 받아들였다고?


진 : 그런데 밀양에서는 지중화는 물론이고 우회도 안된다던 한전이 주민들 요구대로 주민 요구를 일부나마 받아들여 대안을 제시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어떤가요? 


주 : 주민들이 요구한 지중화와 관련해 한전이 방안을 내놓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형식만 그럴 뿐이고 실제로는 원래대로 하겠다는 데에 더 무게가 실려 있는 것 같습니다. 


주민들은 지중화를 하더라도 사람 사는 마을과 떨어진 임야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전은 그냥 단순히 월영동 일대 선로를 지중화하는 안을 제시하면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원안대로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진 : 보도를 보면 한전이 한 가지 안이 아니라 모두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주 : 월영동 일대만 지중화하는 안 말고도 두 개를 더 내어놓기는 했습니다. 하나는 청량산 임도를 활용하는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밤밭고개와 국도 2호선을 활용하는 방안입니다. 


그런데 한전은 둘 다 불가능하거나 어렵거나 토지 사용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사실상 월영동 일대 지중화 방안 하나밖에 제시하지 않은 셈입니다. 


밀양 주민들. 경남도민일보 사진.


2. 한전 편드는 밀양시장과 달리 주민을 편드는 창원 단체장


진 : 그런데 자치단체의 태도가 밀양시와는 많이 달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고요. 밀양은 시장이 한전 편을 드는 반면 창원은 합포구청장이 주민 편을 든다고 들었습니다. 


주 : 물론 밀양도 시장님이 처음부터 한전을 편들지는 않았습니다. 능동적·적극적으로 주민들을 찾아다니면서 아픈 데를 어루만지지는 않았지만, 말양 엄용수 시장님도 한전이 내는 개발 행위 허가 신청을 보류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막판에 와서 주민들더러 한전이 바라는대로 보상을 받고 끝내라 하고 이제는 관변 단체들까지 나서서 지역 주민들을 을러대고 있습니다. 


하지만 창원은 아무래도 박완수 시장님의 의지가 반영됐지 싶은데, 송전선로 지나가도록 돼 있는 지역을 관할하는 마산합포구 구청장님이 주민들과 합의하지 않는 이상 한전이 낸 허가 신청을 불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전이 지난달 21일 개발제한구역 공작물 설치 행위와 장비 진입을 위한 산지 훼손에 대한 허가를 마산합포구청에 신청을 했는데 이를 허가하지 않겠다고 한 것입니다. 


구청장님은 그 사유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송전탑 건설 필요성에 공감하고, 기술적으로 지중화가 어려운데다 비용도 7∼8배 더 들어간다는 한전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구청으로서는 주민의 건강권과 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 : 일단 밀양처럼 극한 대결로 치닫지 않도록 완충 작용을 했으니 그 자체로도 잘한 노릇이지만 나아가 주민 건강권과 재산권을 송전탑 건설보다 앞세웠다는 점에서도 올바른 가치 판단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마산합포구 구청장은 중재 노력도 적극 하겠다고 얘기했다지요? 


주 : 구청장님은 지난 3일 한전이 예산을 늘려 지중화가 가능하면 가장 좋고 그렇지 않으면 한전의 산지 훼손 신청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못박았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현장을 여러 차례 찾아가고 대안을 마련하려 했으나 아직 뾰족한 방법을 찾지는 못했고, 하지만 한전과 주민이 만나 원만하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조정과 중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어정쩡하게 있다가 막판에 한전을 편드는 밀양시장님하고는 크게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3. 밀양과 창원, 단체장 태도가 다른 까닭은 뭘까?


진 : 밀양과 창원의 단체장 태도가 아주 다른데요. 이런 차이가 생긴 까닭이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가요? 


주 : 마산과 밀양은 비슷한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두 군데 다 대규모 민원이 제기된 적이 있고 또 모두 주민들이 승리를 거뒀습니다. 


밀양은 얼음골 먹는샘물 공장 문제로 단장면 감물리 주민들이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면서까지 싸워 물리쳤고 마산도 구산면 수정만 매립지에 STX조선기자재 공장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수정 주민들이 싸워 이겼거든요. 


이렇게 기억과 경험이 비슷한데도 지금 나타나는 자치단체의 태도는 180도 다릅니다. 한 쪽은 주민을 존중하고 다른 한 쪽은 주민을 무시합니다. 아무래도 두 분 시장님의 성향 또는 주민을 대하는 자세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먼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가 9월 4일 국회에서 열었던 765kv송전탑 지역 답사 보고대회. 경남도민일보 사진.


거기에 더해 밀양은 송전탑 건설이 국책사업이라 할만큼 규모가 크고, 그래서 일개 시장이 주민 편에 서서 개입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반면 마산합포구는 단체장이 손쉽게 결단해도 될 정도로 지역에 국한되는 조그만 사업이라는 점이 다르지 않을까요? 


진 : 과거 경험을 두 지역이 비슷하게 공유하고 있는데도 이런 차이가 나오는 배경에는 설치되는 송전탑의 규모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는 사실이 있다는 얘기군요. 이번에는 한전의 태도를 한 번 비교해 볼까요? 


4. 한전 태도는 밀양이나 창원이나 매한가지


주 : 송전탑 설치에 나서는 한전의 태도는 밀양이나 창원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한 번 정한 노선은 바꿀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물질적 보상을 통해 해결하려 하는 자세도 같습니다. 마산에서 한전은 마을회관을 지어주는 보상책을 생각했습니다만, 주민들이 그런 보상에 자신들의 건강과 재산을 넘기지 않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벽에 부닥쳐 있습니다. 밀양은 아주 많이 알려져 있어서 따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진 : 앞으로 진행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밀양처럼 극한으로 치달을까요? 


주 : 여태까지 한전이 보여온 행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주민들이 물러서지 않을 경우는 극한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전에게는 밀양처럼 대규모냐 아니면 월영동 일대처럼 소규모냐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크든 작든 선례를 남기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5. 물러선 적 없는 한전, 그러나 이젠 기본 정책 바꿔야


송전철탑. 경남도민일보 자료 사진.


제가 알기로는 이렇게 송전탑 세우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전이 물러선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한 지역에서 주민들 요구를 따라 물러서면 그것이 선례가 돼서 다른 지역에서도 주민들 요구대로 끌려다니고 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진 : 그런 사정이 있군요. 어쨌든 한전이 내세우는 이유는 비용 문제와 기술적인 문제지요? 어떻게 좋은 방안이 없을까요? 


주 : 하나마나 한 말이지만, 한전이 태도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아무리 공익 목적이고 사회 전체를 위한 일이라 해도 그 구성원 개인개인에게 그로 말미암는 피해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거든요. 


지역 주민들의 권리를 완전하게 보장하면서 전력을 공급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송전탑 문제를 최소화하려면 송전선 까는 거리를 줄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핵이 됐든 화력이 됐든 전력 소비가 많은 지역에 발전소를 짓는 식으로 기본 정책을 전환할 필요성도 저는 있다고 봅니다. 


진 : 결국은 당장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오늘 얘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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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 기행에서 최참판댁을 처음 찾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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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람사르협약과 람사르환경재단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대표이사 고재윤)은 2008년 설립됐습니다. 습지에 관한 국제규약인 람사르협약에 가입한 나라들의 제10차 당사국 총회가 경남 창원에서 같은 해 10월 열리게 된 데 따른 일이랍니다. 


경남도 출연기관인 람사르재단은 이 총회의 성공 개최와 총회 이후 지속적인 환경 경남 브랜드 구축에 목적이 있습니다.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환경 보전 실현을 위해 재단은 바람직한 습지 정책을 세우고 습지와 환경에 대한 인식을 증진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경남은행·농협경남지역본부·STX그룹은 출연금을 비롯해 여러 방법으로 재단의 활동을 거들고 있습니다. 지역에 뿌리를 둔 기업으로서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람사르환경재단은 이들 기업에 대해 고마워하는 마음을 담아 경남도민일보와 공동 주관으로 ‘언론과 함께하는 습지 생태·문화 기행’을 마련하고 직원 자녀를 초청해 올해 다섯 차례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참가 청소년들의 습지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이는 한편 람사르재단 홍보도 겸하는 이번 기행은 8월 11일(일) 하동 최참판댁, 사천 비토섬과 광포만의 갯벌을 찾아가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이날 오전 9시 경남도청을 출발해 11시 즈음 하동 최참판댁에 가 닿았습니다. 


2. 최참판댁이 습지랑 무슨 상관? 


경남의 남서쪽 하동군은 지리산과 섬진강과 남해바다로 구성돼 있습니다. 지리산으로 차도 기르며 버섯과 산나물 약초 따위도 거둔답니다. 악양천·화개천·횡천강 따위가 섬진강과 만나는 일대 기름진 들녘에서 농사를 짓고, 강가 솔숲에서 물놀이도 즐기지요. 


섬진강을 받아들이는 남해 바다는 때로 거슬러올라 하동읍내까지 재첩이 살도록 만들었습니다. 옛적엔 하동포구 80리 화개 쌍계사까지 뱃길을 마련했고 요즘은 갯가를 매립해 농경지도 만들고 화력발전소도 지었습니다. 


이런 하동에 자리잡은 최참판댁은 소설 속 허구의 산물입니다. 박경리(1926~2008) 선생이 쓴 소설 <토지>에 나오는 주인공 서희의 아버지가 최참판입니다. 


소설에서 최참판댁은 하동 악양 평사리에 있습니다. 이를 따서 하동군이 2008년부터 3년 동안 최참판댁을 지금 자리에 지어 올렸습니다. 


최참판댁 사랑채 누마루에서.


그렇다 해도 최참판댁이 완전 허구는 아닙니다. 가까운 악양면 정서리에 조부자집(=조씨 고가)이 있는데요, 이 옛집과 이에 얽힌 이야기를 박경리 선생이 <토지>에 일부 녹여 넣었다고 합니다.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최참판=조부자, 최참판댁=조씨 고가 이렇게 되겠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는 습지에 대한 인식 증진입니다. 여기에 최참판댁 탐방이 들어 있는 사실을 두고 어떤 이들은 최참판댁=조부자가 습지와 무슨 상관이냐고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최참판댁 사랑채에서는 악양들판이 내려다보이는데, 이 들판이 논밭으로 바뀌기 이전에 원래는 습지였습지요. 그런 자취가 남아 있는 데가 바로 들판 한가운데 동정호랍니다. 


최참판댁에서 내려다보이는 악양들판.


습지를 개간해 만든 논들을 최참판 집안이 소유함으로써 최참판댁과 일대 마을이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악양천이 섬진강과 마주치는 일대에 물기를 머금은 습지를 베풀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일행은 최참판댁에 한 시간 정도 머물렀습니다. 해설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사랑채와 안채와 별당과 사당 따위를 둘러보며 옛적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짐작해 봤습니다. 시원한 누마루에 올라 섬진강과 부부송과 동정호를 한 눈에 내려보는 즐거움도 누렸답니다. 


3. 설화 <별주부전>의 무대 사천 비토섬 


토지장터에서 점심을 먹고 사천시 서포면 비토섬으로 옮겨갔습니다. 설화 <별주부전>이 태어난 곳이랍니다. 충남 태안군 남면 원청리도 <별주부전>이 태어난 동네라는데 어쨌거나 이런 이야기를 품은 데가 곳곳에 있고 그에 따라 사람들이 한 번 상상해 볼 수 있다면 그로써 충분하다 하겠습니다. 


비토(飛兎)섬과 월등도, 별학도, 굴섬, 작은굴섬, 거북섬, 목섬, 까치섬 따위가 있습니다. 비토는 날아가는 토끼, 월등도(月登島)는 달이 떠오른 데인데 여기서 자라 꾐에 속아 용궁까지 갔던 토끼가 우여곡절 끝에 돌아왔으나 달빛에 어린 바다 위 그림자를 뭍으로 잘못 알고 서둘러 뛰어내리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월등도 들머리에서. 갯물이 슬금슬금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토끼섬이 생겼고 토끼 아내는 토끼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다 떨어져 죽어 목섬이 됐습니다. 거북은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거북섬으로 남았습니다. 별학도는 자라(鱉)와 두루미(鶴)로 짜여 있습니다. <별주부전> 동물 형상이 여기에 다 있는 셈이랍니다. 굴섬에서 굴은 움푹 파인 굴(窟)이기도 하고 사람이 껍데기를 까서 먹는 굴(石花)이기도 하답니다. 


일행은 월등도 들머리에서 갯벌로 들어갔습니다. 햇볕이 매우 따갑고 무더위도 대단했으나 바람 만큼은 시원하게 불어왔습니다. 


사천시에서 설치한 조형물.


사천중학교 윤병렬 선생님이 안내를 맡았는데요 칠면초와 갯질경이 따위 염생식물을 일러주며 맛보게도 했고, 바닷물이 빠지고 남은 웅덩이로 이끌어 거기 사는 물고기랑 게·조개 따위를 살펴보게도 했습니다. 


윤 선생님은 일대 논이 대부분 옛날에는 바다였고 갯벌이었다고 했습니다. 인간이 필요에 따라 습지를 간척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설화의 탄생지이기도 한 갯벌은 갖은 생물이 더불어 사는 터전 구실을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어로 활동을 보장해 주고 있습니다. 또 때로는 간척을 허용해 곡식이 자라게도 한답니다. 


이날 바다는 오후 5시 전후에 가장 많이 빠지게 돼 있었습니다. 2시 즈음 섬으로 들어갈 때는 갯벌이 드러나 있지 않았으나 한 시간 가량 뒤 나올 때는 절반 정도 나와 있었습니다. 비토갯벌은 아직 인공의 작용을 덜 받아서 자연 형상 그대로랍니다. 차지고 기름지고 풍성합니다. 


광포만 갯벌. 저 조그만 구멍마다 게가 뽀글거리고 있습니다.


옛날 도로를 만든다고 끊어놓았던 갯벌을 다시 이어 복원도 했지만 원래부터 대부분 갯벌이 산기슭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산은 기슭을 통해 모래와 흙과 자갈 따위를 갯벌로 줄기차게 대주기 때문에, 개흙이 바닷물에 쓸려나가도 언제나 여기 갯벌은 이렇게 풍성하답니다. 


4. 갯잔디가 무성하게 자라는 광포만 


경남에서 갯벌이 가장 많은 데가 사천입니다. 또 사천서는 광포만 갯벌이 으뜸입니다. 광포만으로 곤양천 물줄기가 흘러들면서 맞은편 조도 일대까지 드넓은 갯벌을 풀어놓고 있습니다. 원래는 조도(鳥島=새섬, 섬이었으나 간척으로 뭍이랑 이어졌습니다)에 올라 광포만 전체를 조망하려 했으나 날씨 너무 더워 생략했습니다. 


광포만은 매우 중요한 갯벌이라고 합니다. 자연 그대로여서 보전가치가 높습니다. 갯잔디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게 무리짓고 있습니다. 갯잔디에는 기수갈고동 같은 조그만 생물들이 산답니다. 기수갈고동은 철새들 먹이로 아주 좋습니다. 


멀리 갯잔디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광포만.


광포만이 낙동강 하구나 창원 주남저수지를 찾은 철새들이 순천만으로 갈 때 중간 기착지 구실을 할 수 있는 까닭이 여기 있다고 합니다. 윤 선생님을 따르면 광포만 일대에 스무 가지 넘는 멸종위기종이 삽니다. 많은 생명들이 어우러져 사는 습지인 것입니다. 


윤병렬 선생님은 관찰 도구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갯벌 생물들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관찰 도구가 없어도 가만히 조금만 갯벌을 들여다보면 여러 움직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날은 손가락만한 말뚝망둥어들 갯벌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가장 많았습니다. 가슴·꼬리지느러미가 걷기 알맞도록 진화한 물고기인데, 새들 먹이로도 안성맞춤이랍니다. 이런 갯잔디는 전통 자연 해안선이 그대로 남아 있는 데만 자라지 콘크리트 따위로 망가진 바닷가에는 없습니다. 


이날은 별로 보이지 않았지만, 광포만은 여러 게들로도 이름이 높습니다. 콩처럼 조그만 콩게, 옆으로 길고 좁은 길게, 네모나게 생긴 방(方)게, 한 쪽 발만 굵고 큰 농게, 펄을 잔뜩 묻힌 칠게 따위가 함께합니다. 


게들은 앞발로 번갈아가며 펄을 입에 넣는답니다. 더러워진 개흙을 삼켜 유기물은 먹고 개흙은 다시 깨끗하게 싸내지요. 게들의 바다 정화 활동입니다. 


학생들은 돌아오는 버스에서 이날 하루 보고 듣고 느낀 바를 글로 풀어내기도 했습니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개념이나 생각이 아니라 눈·코·귀·입과 살갗으로 겪은 바가 생생하게 표현돼 있을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참가 학생들이 쓴 글들을 소개하겠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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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는 왜 전두환 조상 초상을 안 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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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과 그 족속이 결국 추징금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참 추잡한 집안입니다. 대를 이어 내려가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정의를 더럽히고 있습니다. 전두환은 깨끗하게 씻어내면 낼수록 좋은 그런 존재임이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습니다.


경남에는 전두환 잔재가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경남도청 4층 대회의실에는 전두환 조상 초상이 첫째입니다. '향토 출신 선현'이라는 한자 제호 아래 여섯 사람이 있습니다. 다른 5명과 함께 왼쪽에서 두번째 자리에  걸려 있는 '영수 전제 장군'이 그것입니다. 


전제라는 인물은 전두환의 14대 조상입니다. 전두환이 대통령이던 시절 봉안됐습니다. 당시 경남도지사는 이규효였습니다. 


1. 권율에게 목이 베인 인물이 경남의 선현(先賢)?


초상 아래에는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창녕 박진·의령 정암에서 승첩했고 정유재란 때는 울산 도산전투에서 선봉장으로 크게 전공을 세우고 전사했다"는 기록이 붙어 있습니다.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선조실록>은 '도산전투'에서 전제가 "도원수 권율에게 베어져 조리돌림 당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박진·의령 정암 기록도 엉터리입니다. 1592년 의병장 곽재우가 박진·정암에서 승첩했을 때 전제는 합천에서 의병장 전치원 휘하에 있었습니다. 그러니 박진·정암 전투에 전제가 참가했을 까닭이 없습니다. 


게다가 같이 봉안돼 있는 문익점·김종직·조식·사명당·정기룡은 사적이 뚜렷하고 또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이들과 견주면 품격마저 크게 떨어집니다. 


전제가 임진왜란에서 의병장으로 활동했고 나중에 그러니까 정유재란인 1597년에 영산현감을 지낸 행적은 사실로 인정됩니다. 그러나 여기 적힌 내용은 사실이 아닙니다. 


2. 12년 넘게 전제 초상 떼어내지 않은 경남도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2001년 7월 11일 최철국 경남도 문화관광국장은 "1984년 당시 이규효 도지사의 지시로 공보실에서 심의위원회를 거쳐 봉안됐다"고 밝혔습니다. 심의위원회는 문화재위원회를 뜻합니다. 


최철국 국장은 경남도의회에서 전제 장군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던 당시  "최근 전제 초상의 도청 봉안이 잘못됐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던 만큼, 문화재위원회를 통해 경남을 대표하는 역사 인물들을 확정한 다음 초상의 존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13일 경남도 문화관광국은 "이달이나 내달에 문화재위원회를 소집해 전제 초상 처리 문제를 안건으로 올릴 계획"이라고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전제 초상은 그대로 달려 있습니다. 


왼편 정기룡 장군, 오른편 사명당 대사.


2004년 전두환 비자금이 세상 사람들 관심을 끌게 되자 다시 전제 초상 철거 문제가 다시 제기됐습니다. 그 때도 경남도는 철거를 하려면 전제 장군에 대한 역사적 고증이 필요한 만큼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전제 초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는 점을 고려해 이번에는 어떻게든 매듭을 지을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전제 초상은 그대로 달려 있습니다. 1984년 당시 문화재위원회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절차를 거쳤지만 당시 대통령 전두환의 조상이기 때문에 모셨다는 소문이 무성했습니다. 


3. 아직도 전제가 중심인 창녕 영산호국공원


창녕군 영산면 남산호국공원에는 이 '전제'를 엉터리 기록으로 기리는 건축물이 있습니다. '전제장군 충절사적비', '임진왜란 호국충혼탑' 그리고 거기 새겨져 있는 '임진왜란 화왕산 승전도'입니다. 1982년 들어섰습니다. 


당시 창녕군수는 황태조였고 경남도지사는 최종호였습니다. 충절사적비 내용은 이렇습니다. △영산현감으로서 훌륭한 목민관이었고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을 모았으며 △영산 박진과 의령 정암에서 크게 싸웠고 △화왕산성에서도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영산현감은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이 아니라 1597년 정유재란 때 했으며 따라서 당연히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독자적으로' 의병을 모을 처지에 있지 않았으며, 박진·정암 전투에 참여할 수도 없었습니다. 


'임진왜란 화왕산 승전도'는 너비 3m, 높이 2m 정도 되는 조각입니다. 왜병과 싸우는 전제의 모습이 한가운데 두드러지게 새겨져 있습니다. '임진왜란 호국충혼탑' 빗돌에도 '전제'는 "특히 의병을 일으켜 선봉에 나섰던 전제 장군"입니다. 


모두 엉터리입니다. "특히" '화왕산 승전'은 있지도 않았습니다. 화왕산에서는 아예 전투가 없었던 것입니다. 다만 1597년 왜병이 다시 쳐들어온 정유재란이 있었을 때 '농성'이 있었을 뿐입니다. 


당시 상황은 <화왕입성동고록>에 적혀 있습니다. 1597년 7월 21일(음력) 방어사 곽재우가 창녕 일대 민관군을 거느리고 화왕산성에 들어가 있었던 데 대한 기록입니다. 


4. 전투가 없었는데 어떻게 승전을?


여기에는 전투 관련 기록이 전혀 없습니다. 당시 왜병은 화왕산과 화왕산성이 매우 험난해서 함락할 수 없음을 알고 함양 황석산성으로 나아갔습니다. 물론 전제도 이 화왕산성 농성에 참여는 했습니다. 


'조전장 전제 호 영수 영산현감 무오 거 초계'라고 적혀 있습니다. 지금 합천군 초계면 출신으로 영산현감을 하고 있는 영수 전제가 조전장을 맡았다는 얘기입니다. 전제는 딱 그만큼일 뿐입니다. 



전제에 앞서는 인물이 있습니다. 방어사 곽재우와 종사관 성안의와 조방장 이영과 조전장 장응기입니다. (화왕산성에서 전부가 없었음은 따로 따진다 해도) 이렇게 전제보다 앞서는 인물이 네 분이나 있는데도 영산 호국공원은 지금도 전제가 중심입니다. 


5. 전두환 잔재 청산 생각조차 못하는 경남과 창녕


전두환은 민주주의에 반역했습니다. 공화국의 정의를 무너뜨렸습니다. 군사반란의 우두머리입니다. 역사도 그렇게 규정했고 법정도 그렇게 판단했습니다. 


이런 사람 눈에 잘 보이려고 토호들이 경남도청에 전제 초상을 봉안했고 영산 그 공원에 전제 관련 엉터리 기념물을 들이세웠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전두환이 권력을 잃은 때로부터 따져봐도 25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도 지금껏 그대로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창녕에 인물이 없고 경남에 정의가 없기 때문입니다. 창녕에는 전제의 후손뿐 아니라 곽재우나 성안의나 이영이나 장응기의 후손도 있을 텐데, 이렇게 엉터리 기록을 문제삼는 인물이 그런 집안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마음만 먹으면 도청 대회의실 전제 초상 정도는 바로 떼어낼 수 있을 텐데, 그이에게는 이렇게 하고자 하는 정의가 없는 모양입니다. 그 아래 졸개들이나 국회의원 또는 경남도의원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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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영역에서 북한추종 걸러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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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란음모는 성립되지 않을지라도


통합진보당 소속 이석기 국회의원과 그 관련 인물들의 5월 12일 모임 발언으로 진보진영이 통째로 비난받고 있습니다. 그러잖아도 좁은 입지가 더욱 좁아진 것은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일은 둘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이런 모임 발언을 한 이석기 의원과 관련 인물에 대한 국정원의 내란음모 혐의 적용이고 다른 하나는 이석기 의원 등의 발언에 나타난 맹목적인 북한 추종 성향이랍니다. 


내란음모는 성립되려면 전복과 참절을 하는 위험성이 뚜렷하고 조직도 실체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석기 의원과 그 관련 인물들이 내란을 음모할 실력을 갖췄는지는 많이 미심쩍고 오히려 그 발언을 뜯어보면 시대착오적이라 해야 마땅하지 싶습니다.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 9월 4일 국회 모습. 한겨레 사진.


그래서 이번 내란음모 적용을 두고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올 개연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이들은 무죄가 나면 그것을 두고 '없는 일을 조작·날조한 결과'라며 명예 회복을 위한 활동에 나설 것입니다. 그래서 이석기 의원과 관련 인물들과 통합진보당은 무죄냐 아니냐를 더 중요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이들을 제외한 진보진영은 그 발언에 나타난 북한 추종 성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이석기 의원과 관련 인물뿐 아니라 진보진영에 포함되는 모든 사람과 세력이 유권자 대다수의 비난을 받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석기 의원과 관련 인물은 그래도 그럴만한 발언을 했으니 당연하다 하겠는데, 다른 진보진영은 이번 일을 마른하늘에 날벼락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2. 북한 추종 성향과 공존한 다른 진보들의 책임



한겨레 사진.

하지만, 따져보면 이석기 의원과 그 관련 인물들의 발언으로 이렇게 함께 비난을 받게 된 데는 사실 이석기 의원이나 그 관련 인물들과 달리 북한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온 이런저런 진보진영도 책임이 큽니다. 이런 비난을 스스로 불러들인 측면이 없지 않다는 얘기랍니다. 


먼저 경남 지역 진보진영을 대표할만한 인물들의 행적을 살펴봐도 그렇습니다. 2012년 총선에서 창원 의창 선거구에 통합진보당 후보로 출마했던 분이 있습니다. 2006년부터 이태 동안 민주노동당 대표를 했습니다. 


당시 주류, 그리고 지금 이석기 의원이나 관련 인물과는 성향이 다르다고 알려진 분입니다. 그렇지만 당시 주류의 지지를 받아 대표가 됐고 또 본인이야 많이 애썼겠지만 주류를 넘어 다른 색깔도 보이지 못했습니다. 


앞서 두 차례 대통령 후보로 나왔고 지난해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나섰던 분도 있습니다. 마찬가지 이석기 의원과는 성향이 다릅니다. 


이 분은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심상정·노회찬 두 예비후보를 물리치고 민주노동당 후보로 뽑혔습니다. 이 분은 당시 국면에서 심상정 또는 노회찬에게 대선 후보를 넘기지 않으려는 주류에게 활용당했다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심상정·노회찬 두 분에 대해서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분들은 2008년 민주노동당을 탈당하면서 진보신당(지금 노동당)을 만들었습니다. 그랬다가 총선을 앞두고 그 정당과 당원들을 떠났습니다. 그러고는 2011년 겨울 민주노동당과 더불어 통합진보당을 만들었습니다. 


이어진 총선에서 양쪽은 모두 국회의원이 되거나 국회의원을 배출한 다음 다시 갈라섰습니다. 노회찬·심상정 등은 통합진보당을 통해 이석기 의원 그리고 그 관련 인물들과 이렇게 공존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공존의 결과가 지금 우리 앞에 있습니다. 


3. 진보와 북한추종의 공존은 이제 끝내야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을 반대하는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 한겨레 사진.


적절하지 않은 공존은 공생이 아니라 공멸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그러므로 이석기 의원과 그 관련 인물이 아니면서 스스로를 진보라 여기는 사람·세력이 진정 진보진영의 앞날을 걱정한다면 이제 이런 공존은 그만두는 편이 낫겠습니다. 


통합진보당은 몰라도 그밖에 다른 진보정당들로서는, 유권자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도 당원 자격을 제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지배집단과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권력 세습과 주체사상에 대해 찬동하는 사람은 걸러내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이렇게라도 구분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 진보진영은 제대로 된 취급을 한참 동안 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 


김훤주


※ 경남도민일보 9월 10일치 데스크칼럼에 실었던 글을 조금 다듬고 보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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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기행, 현장은 힘이 세다-학생들 소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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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뜻밖에 초행도 많았던 최참판댁 


기행을 시작한 첫 날은 몹시 무더웠답니다. 가만 있어도 땀이 흘러내리는 한여름 날씨였습지요. 바다나 계곡에서 하는 신나는 물놀이도 아니고, 조금은 재미없고 지루할 것 같은 ‘습지 생태·문화 기행’이라니……. 그럼에도 출발 시각에 맞춰 아이들이 8월 11일 오전 9시 경남도청으로 두런두런 모여들었습니다. 


이번 기행은 습지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아보고 깨닫기 위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련한 행사랍니다.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과 함께하는 습지 생태·문화기행은 11월까지 다섯 차례 진행됩니다. 


재단을 후원해 주는 경남은행·농협경남본부·STX 그룹의 직원 자녀들과 함께 하는 이번 기행에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동행합니다. 


최참판댁 으뜸 명당 사랑채 누마루에서.


다녀올 때마다 한 번은 전체 진행 상황을 적어서 알리고 다른 한 번은 참가 학생들의 소감을 소개하겠습니다. 첫 날은 하동 최참판댁, 그리고 사천 비토섬과 광포만을 찾았습니다. 


많이 알려진 곳이라 다들 한두 번은 찾았으리라 짐작했는데 뜻밖에 초행도 많았습니다. 박경리(1926~2008) 선생의 소설 <토지>에 나오는 주인공이 서희인데 그 아버지 최치수 참판이 거처한 사랑채는 최참판댁 건물 가운데 가장 명당이라 할 수 있습니다. 


멀리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 물길이며 너른 들판이 누마루에 서면 한 눈에 담긴답니다. 그 누마루에서 아이들은 섬진강과 지리산에 대해 <토지>에 대해 조선시대 건축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최참판댁을 돌아본 아이들의 소감이 다양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섬진강변을 지나며 한껏 분위기를 만끽했다. 최참판댁 가는 오르막길을 걸으면서도 최참판댁이 어떤 집인지 전혀 몰랐다. 도착해서 보니 정말 이런 곳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넓은 평야와 섬진강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의 조화가 너무 절묘했다.”(창원경일고교 2학년 박진우) 


별당채와 그 앞 연못.


“조선시대 건물을 그대로 되살린 최참판댁은 사랑채 안채 별당 행랑채로 되어 있다. 남자들이 머무는 사랑채 기둥은 하늘을 상징하는 원기둥이고, 여자들이 기거하는 안채와 별당의 기둥은 땅을 상징하는 사각기둥인 것을 알게 되었다.”(창원대방중학교 2학년 박소열) 


“최참판댁 건물에는 계단이 있는데 키 큰 하인이 양반을 내려다보거나 키 작은 양반이 하인을 올려다보는 것을 막기 위해 20cm 정도의 계단이 3개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 산신은 남자지만 최참판댁을 둘러싼 지리산의 신은 여자여서 지리산에 오르면 편안해지고 마음이 안정된다고 한다.”(창원 대방중학교 1학년 박주완) 


“최참판댁에 와서 보니 어떻게 지어졌는지 알 수 있었고 소설 <토지>가 얼마나 유명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저번에 왔을 때보다 더 자세한 것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창원삼정자초등학교 6학년 이채훈) 


한 번 나선 걸음에 한 가지만 제대로 익혀도 훌륭합니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되어 좋았다는 친구도 있고 다시 찾은 길에 자세히 알게 된 것이 있어 좋았다는 친구도 있습니다. 




하동 악양의 너른 들판이 습지이고, 그 습지로 말미암아 악양이 <토지>의 배경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신기해했습니다. 


2. 에어컨 바람을 이긴 비토섬 갯벌의 매력


점심을 먹고 찾아간 곳은 토끼와 자라 설화 탄생지인 사천 비토섬이랍니다. 이번에 가장 크게 인기를 얻은 곳이기도 합니다. 갯벌로 내려가니 무더운 열기가 한층 가셔져 있었습니다. 

너무 더워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이렇게 탐방하기도 했습니다.

비토섬 갯벌을 담는 참가 청소년들.


에어컨이 시원한 차에서 내리기를 꺼리던 아이들도 점점 갯벌의 매력에 빠져 들었습니다. 이날 설명을 해주신 사천중학교 윤병렬 선생님과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었습니다. 


“비토섬이 별주부전의 무대라고 해서 놀랐습니다. 비토는 날아가는 토끼라는 뜻이라 합니다. 목섬은 토끼 아내가 토끼 남편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거북이와 토끼상이 있는 곳에서 밑으로 내려가면 바다가 있는데 물이 빠지면 갯벌이 된다고 합니다.”(중동초등학교 6학년 신현경) 

갯가 소금기 많은 데서 자라는 칠면초 같은 염생식물을 일러주는 윤병렬 선생님.

“나는 그동안 땅과 바다가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토 갯벌을 보고 새롭게 생각이 바뀌었다. 갯벌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생물이 살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게가 가장 많았다. 돌 사이로 재빠르게 쌩~하고 지나가는 물고기들도 보았다. 정말 갯벌은 바다 생물들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흔히들 식물은 소금에 닿으면 죽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바다와 함께 공생하며 살아가는 식물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에 소금기를 품은 식물 그리고 밖으로 소금기를 뿜어내는 식물처럼 같은 공간에서도 다들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석동초등학교 6학년 김예지)


“비록 예전에 비하면 개간이 많이 되었지만 바다내음 나는 풍경과 그 속에 사는 소라·게 등의 어우러짐이 나를 만족시키기에 손색이 없었다. 물수제비뜨기 같은 놀이도 하였는데 아버지와 어릴 적에 했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거창 대성고등학교 2학년 조현욱) 



“갯벌에서 조개·게·고동·따개비 등 여러 생물을 봤다. 내가 탐구에 관심이 있어 선생님께 ‘이게 뭐예요? 왜 이래요?’ 하며 질문을 했다. 직접 보고 만지고 설명을 듣고 하니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 갯벌에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 숨쉬는데 걸을 때마다 밟혀 너무 미안하다. 갯벌 훼손은 어느 누구도 하지 않으면 좋겠다.”(진해장천초등학교 5학년 2반 신유민) 


“비토갯벌의 모든 것이 신비로웠고 처음 보는 것들도 있었다. 부드러운 갯잔디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니는 게, 수많은 고동과 고동 안에 자리잡은 게들……. 모르면 재미없지만 알면 알수록 신비로운 갯벌이다. 갯벌을 비롯한 모든 자연은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율하초등학교 6학년 신정환) 


3. 갯벌생물들을 몸소 누려본 광포만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경남에서 가장 너른 갯벌 사천 광포만이었습니다. 들어갈 때는 바닷물이 가득했던 곳이 섬을 돌아 나올 때는 마치 마술이라도 부린 듯 갯벌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스코프를 통해 갯벌생물들을 보는 방법을 윤병렬 선생님이 일러주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맨 마지막에 본 광포만 갯벌이다. 이상하게 날아다니는 생물체가 있었는데 말뚝망둥어라고 한다. 새우같이 생긴 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신기했다. 망원경으로 보니까 게들이 춤추는 것처럼 보여 정말 귀엽고 재미있었다.”(용남초등학교 5학년 김혜리) 


“광포만에는 다양한 생명이 살고 있었다. 여태까지는 책과 인터넷에서만 보고 실제 모습은 못 봤는데 이번에 보니 더 실감이 났다. 환경을 깨끗하게 하는 것에 대해 한 번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환경개발론자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지사지는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라는 의미다. 우리가 만약 생명체라면 하고, 개발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하는 말이다.”(구산중학교 2학년 이옥해) 


책이나 이론보다 몸으로 익힌 것들일수록 훨씬 힘이 세답니다. 여행은 떠나면 고생이라 하지요. 하지만 그 더위에 나서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소중한 것들을, 몸으로 가슴으로 한껏 담고 돌아가는 아이들이 지친 기색도 없이 뿌듯해 보였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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