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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랑살리기 어린이 기자단의 재미와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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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감 속도감 있게 펼쳐져 

생각 이상 좋은 성과 거둬

 


1. 도랑 살리기를 주제로 잡은 까닭은


도랑살리기 NIE 어린이·청소년 기자단 활동이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치러졌습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하고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가 주관했으며 지역신문발전위원회(지발위)가 지원했습니다. 


지발위는 5월 2일 ‘2013년 지역신문발전기금 NIE 콘테스트 지원 사업’ 공모를 통해 전국 지역 일간신문 가운데 경남도민일보와 강원도민일보 두 군데를 선정했습니다. 아시는대로 NIE는 신문 활용 교육입니다. 


경남도민일보는 진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과 마산 가고파초교(교장 정대현)를 파트너로 삼아 제각각 20명씩 참가할 어린이와 청소년을 모았습니다. 진주생협 간부들과 가고파초교 선생님들은 취지에 적극 공감하고 협력해 줬습니다. 


수철마을 도랑 다리 아래에서.


경남도민일보가 진주권서도 적극 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점(진주생협)과, 경남도민일보가 있는 동네에 먼저 보탬이 될 필요가 있다는 점(가고파초교)이 이렇게 결정하도록 했답니다. 


오리엔테이션은 7월 6일(토)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2동 경남도민일보(가고파초교 학생) 강당과 같은 달 14일(일) 진주시 신안동 진주생협 교육장에서 이뤄졌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과 방법 결과까지 한 눈에 보도록 정리한 자료집도 제공했습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물론 어머니 아버지도 함께 일정, 운영 목적과 예상 효과를 공유했으며 보도 사진 잘 찍는 방법, 글쓰기, 취재노트 활용법 교육도 진행됐습니다. 아울러 왜 ‘도랑 살리기’를 주제로 삼았는지도 짚어졌습니다. 경남도민일보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도랑 살리기'를 기획연재해 왔습니다.


2. 도랑은 우리 국토의 실핏줄


물은 돌고 돕니다. 돌고 돌던 물이 땅에 떨어져 줄기를 이뤄 흐르는 처음이 도랑입니다. 도랑이 모여 굵은 하천을 만들고 하천이 다시 합해져 큰 강이 됩니다. 경남을 흘러 부산 다대포 앞바다로 빠지는 낙동강도 마찬가지랍니다. 


물이 더러워지고 말고는 도랑을 어떻게 사람들이 가꾸느냐에 따라 판가름됩니다. 낙동강 본류 유역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으며 오염되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오염은 상류 도랑에서 이뤄집니다. 



상류 도랑을 깨끗이 가꾸면 낙동강 본류까지 깨끗해집니다. 본류를 통해 바다로 들어가는 오염도 줄일 수 있습니다. 낙동강 본류가 대동맥이고 밀양강·황강·남강·함안천 같은 지류가 그냥 동맥이라면, 지역 주민들이 함께하며 지내는 도랑은 실핏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도 실핏줄이 깨끗하면 온 몸이 건강하듯이, 국토도 실핏줄인 도랑물이 깨끗하면 전체가 깨끗해지게 마련입니다. 


3. 도랑살리기 어린이 청소년 기자단을 하는 목적


도랑 살리기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된 고장이 바로 경남이고, 이는 지역 자치단체와 낙동강유역환경청 같은 공공기관, 민간환경단체의 앞선 자각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은 고맙게도 쉽게 알아들어줬습니다. 이러면 기자단 운영 목적과 예상 효과는 훨씬 쉽게 이해가 됩니다. 



자꾸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사회 문제들에 대한 인식·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글쓰기 능력과 사물에 대한 관찰력 그리고 표현력과 발표력을 키웁니다. 


이에 더해 도랑이 지닌 가치를 체험함으로써 환경·생태에 대한 인식을 구체화하며 집단으로 신문을 만듦으로써 의견을 조율하고 힘을 합쳐 무언가를 이루는 공동체의 가치를 느끼는 효과가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취재는 저마다 두 차례씩 진행됐습니다. 처음 수철마을을 찾았고요(진주생협 7월 20일, 가고파초교 7월 28일), 두 번째로는 창녕·함안보를 둘러봤습니다(진주생협 8월 10일, 가고파초 8월 17일). 


4. 우리나라 도랑 살리기 1번지, 수철마을


정자에서 마을 할아버지들과 인터뷰하는 아이들.


산청군 금서면 수철 마을은 그 위로 마을이 없는 ‘하늘 아래 첫 동네’랍니다. 마을 앞 도랑을 두고 주민들은 2010년 살리기에 나섰습니다. 도랑 둘레뿐 아니라 마을 전체에 쓰레기가 넘쳤는데 지금은 많이 깨끗해져 사라졌던 물고기도 돌아오고 아이들이 물놀이를 해도 될 정도로까지 좋아졌답니다. 


낙동강을 가로질러 함안군 칠북면과 창녕군 길곡면을 잇는 함안보는 낙동강에서 가장 하류에 있는 대형 보(洑)랍니다. 평균 3m 정도 높이로 물을 가둬 두는데 수력 발전도 합니다. 


수철마을에서 학생들은 4~5명으로 나뉘어 담당 선생님과 함께 마을 앞 도랑을 아래위로 돌아다니며 취재했습니다. 학생들은 물이 생각보다 맑다고 놀라워하면서도 아래로 갈수록 쓰레기가 조금이이기는 하지만 더 많이 눈에 띄는 데 대해 아쉬워했습니다. 


그래도 보이는 쓰레기.


매점·밥집 주인, 이장, 여러 할아버지·할머니와 인터뷰도 했습니다. 


도랑이 살아나면서 마을 분위기도 살아났다, 도랑이 살아나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져 사람 사는 마을 같이 됐다, 한 번 살아난 도랑을 다시 더러워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애쓴다, 도랑이 살아나면서 사람들이 농약·비료 따위를 적게 쓰거나 전혀 쓰지 않게 되면서 먹을거리랑 마을이 깨끗해지면서 사람살이도 깨끗해졌다는 얘기들을 아이들은 취재노트에 받아 담았답니다. 


나무그늘에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5. 그래도 '우야든동' 잘 놀아야 잘 산다


하지만 이렇게 더운 여름날 바깥에 나왔는데, 더욱이 시원하고 깨끗한 물줄기까지 있는데 물놀이 한 판 하지 않으면 정상이 아니겠지요. 


학생들은 아침 나절 취재를 마친 다음 점심을 먹고는 커다란 정자나무 아래서 기사를 썼습니다. 잘 쓰는 아이도 있고 그렇지 못한 축도 있지만 분위기는 진지했습니다. 



그런 뒤 개울에 들어가 물놀이를 즐겼습니다. 도랑 살리기의 보람을 몸으로 누리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시간 가량 즐겁게 놉니다. 그러면 배가 출출해집니다. 준비해 간 간식으로 그 배를 채워야 했지요. 공부든 놀이든 즐거워야 합니다. 그래야 잘 익힐 수 있고 잘 어울릴 수 있습니다. 


창녕·함안보는 8월 10일(진주생협)과 17일(가고파초교) 찾았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 경남부산지역본부(본부장 김영도)의 협조로 진행은 원활했습니다. 


6. 4대강 사업의 현장 창녕함안보


김문기 경영팀장은 모든 분야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어린이·청소년이라도 취재는 취재인만큼 중립적이어야 하겠기에 고맙지만 사양해야 했습니다. 


취재노트에 적는 품이 아주 진지합니다.


현장을 돌아보기 앞서 창녕·함안보 관리사업소(소장 김종정)로부터 설명을 들었습니다. 기본 현황에 더해 보와 댐의 차이, 창녕·함안보와 낙동강의 수질의 관련성 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 반대와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이지만 당사자다 보니까 창녕·함안보 설치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주로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은 달랐습니다. 제대로 묻고 따지지 못한 구석도 있었지만, 특히 수질과 녹조 관련해서는 대담한 ‘돌직구성’ 발언이 적지 않았답니다. 



이어 전시관과 어도·수력발전소 등을 둘러보고 짙은 녹색을 띠고 있는 강물을 내려다봤습니다. 보에 갇혀 있다 흘러넘치는 강물의 소리도 들었습니다. 


그런 다음 가까운 밥집에서 점심을 먹고는 창녕 옥천 골짜기로 발길을 돌려 맑고 깨끗한 물웅덩이를 찾아 즐겁게 놀았습니다. 이렇게 놀기 전에 취재한 결과를 기사로 옮겨놓는 일은 기본이었습니다. 



7.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했던 신문 만들기 과정


이런 취재 결과는 8월 24일(토)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열린 ‘도랑 살리기 NIE 어린이·청소년 신문 만들기 컨테스트’에서 종합됐습니다. 낮 2시부터 5시 30분까지 진행됐는데, 대부분이 지루해하지 않고 재미나게 신문을 만들었습니다. 


4절 크기 종이 두 면을 채우는 것이었는데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이상용 한국생태환경연구소 수질환경센터장이 “대학생보다 잘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성과가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다 만든 신문을 저기 벽에다 붙여놓았습니다.


아이들도 하얀 백지를 받아든 처음에는 막막해 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서로 논의하고 역할을 나누고 기사를 쓰고 광고를 붙이고 가다듬고 하면서 지면이 알차지고 깔끔해졌습니다. 놀라웠습니다. 


심사와 시상은 다섯 부문으로 나뉘어 이뤄졌습니다. 


□신문 만들기 최우수상=산들팀(주혜진 진주여중 1·양세정 배영초 6·장지예 동성초 5·김진영 초전초 5· 천기주 사천여중 2) 

□취재소감 발표 최우수상=리틀가고파팀(이주한 가고파초 5·차재창 가고파초 5·정준석 가고파초 6·정호일 가고파초 5) □사진 찍기 △최우수상=조세빈(금성초 6)△우수상=주혜진(진주여중 1) 이지원(동성초교 5) □기사 쓰기 △최우수상=이주한 △우수상=송윤주(가고파초 6), 이지양(가고파초 6) 


□최재노트 작성 △최우수상=천기주 △우수상=주혜진 송윤주. 이들에게는 모두 190만원에 해당하는 상금과 상장·수료증이 주어졌습니다. 



8. 다양하게 활용해야 할 기자단 프로그램


전체를 두고 말하자면, 일정이 늘어지지 않아 지루하지 않고 긴장감이 있었습니다. 진지한 취재와 글쓰기 중간중간에 즐거운 놀이를 알맞게 배치해 관심과 재미를 함께 누릴 수 있었습니다. 



또 오리엔테이션에서 취재를 거쳐 글쓰고 신문 만들기까지 속도감 있게 진행돼 참가한 아이들이 재미를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적극 관심을 보여주고 협조를 아끼지 않은 진주생협과 가고파초교, 그리고 함께한 아이들 어버이들이 계셔서 이렇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마련한 ‘도랑 살리기 NIE 어린이·청소년 기자단’ 프로그램을 여러 방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 지역사회 어린이·청소년에게 조금이나마 더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지역 사회의 여러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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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장이 서울시장을 공격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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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5일 정전협정 파기를 선언한 후 대규모 군민대회를 여는 등 내부적으로 연일 긴장상태를 고조시키며 주민 결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략)… 전문가들은 김정은 체제가 내부적으로 전쟁 분위기를 조성해 긴장상태를 고조시키는 것은 '외부 위협'을 빌미로 주민결속을 꾀하려는 일종의 통치전략이라고 분석했다."(연합뉴스 3월 7일자)


위에 인용한 기사처럼 외부의 적과 대립국면을 조성함으로써 내부 결집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은 비단 북한이 아니더라도 동서고금의 많은 통치자들이 써먹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실제 인류 역사에서 벌어진 많은 전쟁이 그로 인해 시작됐다.


나쁜 정치인들이 호남에 대한 지역감정을 조장해 비호남 사람들의 결집을 꾀한 것도 역시 같은 수법이다. 마찬가지로 새누리당 김태호 국회의원이 경남도지사 시절인 2005년 '부산항 신항' 명칭을 문제 삼아 부산시는 물론 참여정부와 대립국면을 만들어 선거에 활용했던 것도 그렇다. 당시 김태호 지사는 공무원과 관변단체 등 도민 3만여 명을 동원, 관제데모를 열었다. '참여정부'와 '문재인' '오거돈'의 이름을 불태우기도 했다.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둔 시점이었다.


2005년 12월 23일 오후 마산종합운동장에서 진해신항쟁취 범도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신항’명칭 무효 경남도민총궐기대회에 참가한 도민들이 화형식을 하고 있다./경남도민일보


여기서 톡톡히 재미를 본 김태호 지사는 2007년 '준혁신도시'라는 억지를 쓰며 또 한 번 참여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 때도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 서울까지 가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신항 명칭' 싸움이나 '준혁신도시'나 둘 다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부산과 경남, 마산과 진주 지역민 간 감정의 골만 깊어졌다. 그러나 김태호를 비롯한 당시 한나라당 정치인들은 정치적 이익을 확실히 챙겼다. 이 과정에서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은 '배신자' 취급을 당했다. 심지어 한 지역신문은 관제데모에 문제를 제기한 공무원노조를 겨냥, '공노조는 도민 아닌가?'라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일이 지금 진주에서 또 벌어지고 있다. 이번엔 '서울 등축제 반대 투쟁'이다. 투쟁을 지휘하는 장수는 '준혁신도시 투쟁' 때 경남도 정무부지사였던 이창희 진주시장이다. 투쟁 예산도 5억 원이나 편성했다. 이미 여기에 들어간 돈을 더하면 7억 원이라 한다. 서울 등축제 총예산이 10억 9000만 원이라는데, 반대 예산이 7억 원이라…. 과하다. 준혁신도시나 신항 명칭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집회 참석자에게 돈을 지원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도 있다. 반대 투쟁에 참여하지 않거나 '더 알찬 축제를 치러 서울 등축제를 확실히 압도하는데 주력하자'는 식의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은 거의 배신자 취급을 당한다고 한다.


진주시내 곳곳에 걸려 있는 펼침막 @서성룡 페이스북


서울시가 지역 축제까지 모방하여 치르는 건 분명히 비난받을 일이다. 그렇잖아도 블랙홀이 되어버린 서울시의 욕심이다. 하지만 등축제가 특허 등록 대상이 못되는 바에야 그걸 법적으로 막을 방도는 없다. 서울 등축제로 인해 진주에 올 관광객을 얼마나 빼앗겼는지, 그로인한 금전손실이 얼마인지 입증하기도 어렵다. 아니 오히려 진주시의 이런 배타적인 투쟁이 거부감을 일으켜 관광객 유치에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진주시장과 정치인들이 이토록 지나치게 나서는 이유를 정치적 목적 말고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반대 투쟁의 승부는 올 11월 이전에 가려지게 되어 있다. 전쟁을 일으키고도 패한 장수는 전범으로 처단된다. 막대한 돈과 인력, 행정력을 쏟아부어 싸우는 일이라면 이를 주도한 이들은 최소한 직(職)이라도 걸어야 한다. 과연 지금 진주에 시장직이나 의원직을 건 장수가 있는가? 혹 책임은 지지 않고 정치적 이득만 챙기려는 건 아닌지 염려되어 하는 말이다.


※경남도민일보 9월 13일자에 실었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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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 줄어도 밀양 송전탑은 강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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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 추석을 코앞에 둔 때에 밀양 송전탑 문제를 한 번 더 다뤄봤습니다. MBC경남 라디오광장의 세상 읽기를 통해서입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지역 주민들의 자식들도 추석 명절에 고향을 찾아오겠지요. 그이들은 지금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까요? 


참 마음이 짠해집니다. 추석이라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도대체 대한민국 국민을 편하게 해 주는 대한민국 정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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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밀양 송전탑은 핵발전 시설 수출 위해 필요하다?


김훤주 기자 : 밀양 송전탑과 관련해 한 말씀 드려 보겠습니다. 밀양 송전선로와 원자력 발전 그러니까 핵발전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한 번 짚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서수진 아나운서 : 정부와 한국전력은 밀양 765㎸ 송전탑을 설치해야 하는 이유를 부산 기장에 있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가 내년 상업운전에 들어간다는 것이었어요. 


보상안 발표 등을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고 주민 대화를 밀어붙이는 데 대해 항의하고 자리를 떠나 나온 주민들.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신고리 3호기가 준공돼 발전을 하면 거기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 같은 전력 소비지역으로 실어날라야 하고 그래서 밀양 일대에 765kV 송전선로와 송전탑이 필요하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자꾸 어긋나고 있습니다. 


진 : 최근 무슨 발표나 보도가 있었던 모양이죠? 신고리 3호기 건설이 순조롭지 않다는? 


주 : 신고리 3호기는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신고리 3호기 상업운전을 서두르는 까닭이 전력난 등 우리나라 전기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핵발전 시설 수출을 위해서라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을 빚었습니다.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이 난 셈입니다. 


진 : 한전이 아랍에미리트에 원전 시설을 수출했지요. 4개라고 했던가요? 그러면서 그 계약서에 동일 모델인 신고리 3호기를 때맞춰 건설해 보임으로써 안정적인 모델임을 입증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었습니다. 


주 : 구체 내용을 보면 이렇습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와 186억 달러에 수출 계약을 하면서 신고리 3호기가 준공 시점을 넘기고도 가동되지 않을 경우 지연된 기간만큼 다달이 공사비의 0.25%에 해당하는 지체보상금을 물겠다고 명시했다고 합니다. 


2.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신고리 3호기 건설 부품


진 : 그런데 한전이 준공 시점을 자꾸 늦추고 있는 모양인가 봐요? 


주 :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지난 5월 한전과 정부가 밀양 송전탑 설치를 주민이 반대하는데도 밀어붙인 적이 있습니다. 할머니들이 속옷 차림으로 맞섰지요. 그 때 한전은 올 12월 준공해 상업 운전에 들어가게 되고 그러려면 송전탑 설치를 미룰 수 없다고 했습니다. 


765kV 초고압 송전탑이 설치된 지역 답사 보고하는 자리.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 : 그런데 곧바로 존공 시점이 내년 3월로 미뤄졌지요.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부품·기기들이 신고리 3호기 원전 건설에 사용됐다는 이유였습니다. 


주 : JS전선의 제어케이블과 주식회사 우진의 조립케이블 등이 신고리 3호기에 설치가 됐었는데 이것들에 대한 시험성적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었습니다. 그래서 부품을 갈아 끼우고 다시 시험을 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시일이 더 걸리게 생겼던 것입니다. 


진 : 그렇다면 신고리 3호기 상업운전이 내년 3월에 시작되지 못한다는 얘기인가요? 어디에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주 : 핵발전시설을 만드는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이 밝힌 자료입니다.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부품들에 대한 재시험 결과가 합격으로 나온다 해도 준공 시점은 내년 8월로 잡혀 있습니다. 


게다가 합격이 아니라 불합격 판정이 나오기라도 하면 기기 검증 자체에만도 1년 넘게 걸리기 때문에 2015년 들어서야 가동될 개연성도 없지 않다고 합니다. 


진 : 그렇다면 한전이 지금 다시 밀어붙이려고 하는 송전탑 설치 재개 방침이 힘을 잃을 수도 있겠네요. 재시험 결과는 언제쯤 나오나요? 


주 : 오는 11월에 나오는데요, 합격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합니다.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부품들이 형편없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전은 송전탑 설치는 내년 3월이 되기 전에 끝내야 한다고 못을 박고 있습니다. 


진 : 한편에서는 수명이 다 된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 연장을 위해 밀양 송전탑을 설치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노후 원전의 가동을 연장하지 않고 그냥 폐쇄하면 밀양 송전탑 설치가 필요 없다는 얘기로도 들리는데요. 


주 : 먼저 고리 1호기가 있는데요, 지금 가동이 일시 중단돼 있습니다만, 1977년 준공돼 정해진 수명 30년 동안 2007년까지 상업운전을 했고요, 거기서 10년 수명을 연장해 2017년까지 가동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3. 고리 지역 핵발전 총량은 10년 뒤 줄어드는데도


정부와 한전의 꽉 막힌 태도에 복장이 터지는 지역 주민들.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 : 그리고요? 고리에는 다른 원자력발전소도 있지 않나요? 


주 :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신고리 3호기 말고도 신고리 4호기가 건설 중이고요, 마찬가지 가동이 일시 중단돼 있는 신고리 1·2호기도 2011년과 2012년에 상업운전을 시작했습니다. 


이밖에 1983년과 85년 86년에 상업운전에 들어간 고리 2·3·4호기도 있습니다. 신고리 5·6·7·8호기는 아직 건설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예정은 돼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고리 1호기가 4년 뒤인 2017년에는 한 번 연장된 수명이 끝나고, 8월 말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6차 장기 송배전설비계획을 따르면 건설하려고 하는 신고리 7·8호기가 경북 영덕의 천지 1·2호기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이런 사정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진 : 간단하게 정리하면, 고리 1호기가 수명 재연장을 하지 않고-지역 주민들 반대도 크니까 말입니다- 신고리 원전 7·8호기까지 건설되지 않는다면 밀양 등지에 들어서는 765kV 초고압 송전선로가 필요 없다는 얘기가 되겠네요. 


주 : 그에 더해 고리 핵발전 2·3·4호기도, 30년 수명을 다 채우고 한 차례 더 10년씩 수명을 연장한다 해도 2023년부터 2026년 사이에 모두 폐쇄됩니다. 


그렇다면 고리와 신고리에 생산되는 전력량은 지금보다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밀양 일대 초고압 송전철탑은 과잉 설비가 되는 셈이지요. 


4. 대한국민을 위하지 않는 대한민국 정부


밀양을 찾은 국무총리 정홍원. 홍준표 선수도 보이고 엄영수 선수도 보입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 : 하지만 어쨌든 정부는 밀양에 송전탑 설치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지난 11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밀양을 몸소 찾아와 주민들에게 보상을 해주고 지역 숙원 사업도 해결해 주겠다고 밝혔습니다. 


주 : 반대 주민들이 보상 따위는 필요 없다는데도 그럽니다. 추석이 지나고 나서 곧바로 송전탑 설치를 밀어붙이겠다는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입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지역 주민의 희생과 피해가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을 것이 뻔합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진정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면, 적어도 반대가 극심한 상황을 그대로 두고 더이상 공사를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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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 종합콘텐츠 기업으로 재편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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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전략과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고 탐색해온 한국경제 최진순 기자가 '뉴스의 미래는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언론사 관계자들과 연쇄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저를 인터뷰했는데요. 물리적 거리 때문에 서면인터뷰로 진행되었습니다. 기록 차원에서 최진순 기자의 양해를 얻어 여기에도 올려두고자 합니다.


인터뷰 원문 보기 : 뉴스의 미래는 있는가③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


'뉴스의 미래는 있는가'란 주제로 주요 언론사(닷컴)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진행 중입니다. 이 연재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지난 10년간 온라인 미디어 환경에서 주도적인 활동을 하면서 일정한 성과와 교훈을 갖고 있는 업계의 리더들입니다. 전현직 기자도 있고 기획자들도 등장합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뉴스 유료화가 본격 착수되고 있지만 아직 실마리를 찾은 것은 아닙니다. 업계 리더들의 소중한 경험을 통해 뉴스기업 그리고 저널리즘의 미래 앞에 가로놓인 장벽들을 넘어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오늘은 그 세번째 인물로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을 만났습니다. 


독자 여러분 중에 꼭 이야기를 들어보았으면 하는 분들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이 연재에 등장한 모든 분들을 모시고 '뉴스의 미래' 좌담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최진순>


"지역신문은 단순히 뉴스상품만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라 종합 콘텐츠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지역주민의 사소한 불편까지 적극적으로 취재해주는 것이 지역신문의 할 일이다"

"기자가 일반 독자와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독자들에겐 '정말 필요한 매체'라는 인식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지역신문이 '이웃과 이웃을 연결시켜 주는 소통망'이 되고, 이를 통해 우리 지역에 탄탄한 '지역공동체'를 구축하는 게 목표이자 비전"


약한 자의 힘을 내건 경남도민일보 웹 사이트. 지역의 뉴스를, 지역민의 이야기를 독자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지역신문의 경쟁력이라고 믿는 김주완 편집국장. 김 국장은 지역과 독자를 결합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최진순 주>


2년 전인 2011년 9월1일 <경남도민일보>는 기획, 심층기사 등 신문기사를 유료화했다. 지역신문은 물론이고 국내 신문사 중에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보다 1년 전에는 '4대강 살리기 광고' 게재를 비판하는 독자의 인터넷 질문에 답변했다. 


이에 앞서 2008년엔 경남도민일보 공식 블로그를 개설했다. 2010년엔 전국 파워블로거들과 함께 인터넷신문 100인닷컴을 창간했다. 창원시를 거점으로 한 지역 커뮤니티를 구체화했다. 지역신문과 기자들로서는 그동안 할 수 없었던 그러나 해야 하는 일들의 가장 앞줄에 김주완 편집국장이 있었다.


김 국장은 <경남도민일보>의 창간 멤버로 개인 블로그는 물론 페이스북 페이지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갖고 활약해오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해왔던 그대로 하면 100% 죽는다"며 지역신문의 새 판짜기에 골몰해왔다. "공공저널리즘의 모범을 만들겠다"는 신념도 밝힌 바 있다.


최근 뉴스 유료화의 흐름 속에 55명의 기자를 이끄는 <경남도민일보> 김 국장이 생각하는 뉴스의 미래는 무엇인지 물었다. 김 국장은 세심하고 소상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해왔다. 인터뷰는 구글독스로 진행됐으며 답변 내용을 그대로 게재했음을 밝혀 둔다. <최진순>


Q.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란 책을 냈습니다. 이 책은 김 국장 개인에게, 그리고 재직 중인 경남도민일보 동료 선후배 기자들에게 어떤 목적과 의미가 있습니까?


그동안 지역신문이 정작 지역주민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나름 고민을 해왔습니다. 사랑은커녕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지역신문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고발하는 책(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 2007, 커뮤니케이션북스)을 쓰기도 했고요.


그런 상황에서 2010년 편집국장을 맡게 되었고, 이제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입장이 아니라 직접 극복해 나가야 할 입장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역신문들끼리 서로의 시도와 노력에 대한 정보교류가 너무 없습니다. 우리의 고민과 시도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재직 중인 경남도민일보 동료선후배들에게도 우리 스스로 해온 새로운 시도와 노력에 대한 배경이나 의도, 의미를 이해하고 공유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새로 입사하는 사원들에게 교육용으로도 쓰고 있습니다.


Q. 100인닷컴, 독자에게 광고나 기사면 제공, 창원시와 스토리텔링 프로젝트 등 많은 일에 직간접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같은 프로젝트들은 어떻게 시작했는지요? 특히 뉴스 유료화는 언제, 어떻게 시작했으며 현재 어떤 상황입니까? 


일단 제가 편집국장을 맡던 2010년은 저희 회사 경영이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그 위기를 빨리 극복해야 했고, 이를 위해 지역스토리텔링 등 새로운 콘텐츠 사업으로 수익을 다변화하는 게 절실했습니다. 그런 노력의 결과 '지역신문은 단순히 뉴스상품만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라 종합 콘텐츠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렇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뉴스유료화는 우리 스스로 만든 콘텐츠에 가치를 부여하려는 시도였습니다. 독자에게도 '경남도민일보가 생산한 뉴스는 공짜로 뿌려지는 질낮은 상품이 아니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또한 알다시피 우리나라 지역신문은 포털에 뉴스를 팔지도 못하고, 뉴스캐스트 기본형에도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차피 '트래픽 장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유료화를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신문 말고도 다른 신문에서 볼 수 있는 기사까지 돈을 받는다는 것은 독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었고, 스스로 낯뜨거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부분 유료화'를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만의 기획이나 특종, 단독, 분석기사 등 하루 10여 개 기사가 유료로 걸립니다. 하루 평균10여 명 정도가 결제하고 있습니다.


Q. 지금까지 진행된 경남도민일보의 뉴스룸 혁신은 어떠가요? 콘텐츠의 변화(지면제작 방향의 변화를 포함)도 있겠고 온라인 서비스의 변화도 있겠습니다만 혁신의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어떤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까? 또 지역신문 기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저희도 자치행정부와 시민사회부, 경제부의 경우, 출입처 중심의 취재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출입처를 벗어나 일반 독자와 스킨십을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고, 취재분야별 담당기자를 지정하여 출입처에 안존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네사람' '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가족인터뷰' 등 평범한 시민들을 인터뷰하는 고정란을 통하여 기자가 일반 독자와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반 독자들이 보내오는 축하, 응원, 격려, 칭찬 메시지를 사진과 함께 매일 1면에 싣고 있는 것도 그런 목적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형성된 네트워크 덕분인지 사소하고 지엽적으로 보이지만, 시민에겐 정말 불편한 문제점들이 제보로 들어오고 있고, 그런 제보에 의한 취재를 신문에 비중있게 다룸으로써 독자들에겐 '정말 필요한 매체'라는 인식을 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기존의 뉴스가치에 대한 고정관념이 기자들에게 남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주민의 사소한 불편이 비록 작고 지엽적인 문제로 보이지만, 다른 지역에도 흔히 있을 수 있는 보편적 문제이므로, 그걸 적극적으로 취재해 해결해주는 것이야말로 지역신문이 해야 할 일이며, 그게 바로 하이퍼로컬이라는 점을 기자들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해결 전망이 불투명한 거대악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소한 불편이나 문제점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고, 그런 과정을 통해 지역민이 '지역신문 덕분에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구나'하는 인식을 확장시켜 나가는 게 지역신문의 희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Q. 이와 관련 경남도민일보가 다른 지역신문에 비해 이것만은 가장 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기자들이 관료나 정치인, 기업인 등 특별한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 평범한 독자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계속 확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경남도민일보 기자들은 권력이나 자본과 결탁하여 시민을 속이지 않는다는 믿음, 그리고 경남도민일보 기자들은 건방지거나 무례하지 않고 시민들과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Q. 경남도민일보의 콘텐츠 전략이 있다면요?


지역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경남도민일보에는 평범한 지역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누구나 경남도민일보 1면에 나와 내 아들 딸, 어머니 아버지의 얼굴을 낼 수 있습니다. 시민과 가까이 있는 신문, 필요할 때 누구든 활용할 수 있는 신문입니다.


비영리 민간단체와 개인은 1만 원에서 30만 원까지 '형편대로' 광고료를 내면 어떤 내용이라도 '자유로운 광고'에 낼 수 있습니다. 자영업자 또한 5만 원~50만 원 사이에서 '형편대로' 광고할 수 있습니다. 지면이나 광고면에 지역민들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있는 신문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리고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단순한 '뉴스'만이 아니라 지역이 갖고 있는 인적 자산, 역사 문화 관광 자원 등을 소재로 '콘텐츠'를 생산합니다. 2012년 1년간 격주 4개면씩 연재했던 '경남의 재발견' 기획이라든지, 2013년 이어서 하고 있는 '맛있는 경남'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Q. 경남도민일보의 독자들과 기자들의 만남의 자리가 있는지요? 경남도민일보의 독자전략이 있다면…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이 나름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1년에 서너 차례 행사 때 기자들과 함께 하긴 하지만) 독자와 기자의 정기적인 만남은 아직 없습니다. 다만 제가 그런 자리에서 많은 독자들을 만나려 합니다. 그래서 우리 지역의 민간단체가 초청하면 강사료를 받지 않고 무료강의를 합니다. 강사료를 주면 그 자리에서 구독 희망자를 받아 구독료로 대납합니다. 신문사 차원에서는 매주 금요일 신문 200~500부를 들고 길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줍니다. 그러면서 대면 접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독자 프로파일 조사를 해본 적이 있는데, 30~40대 대졸 이상, 화이트칼라 등 여론주도층이 저의 주 독자층이었습니다. 현재 발행부수는 1만 7000부이고요. 경남신문에 이어 경남 2위입니다. 경남신문이 석간이어서 저희 신문이 모닝 스탠더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Q. 경남도민일보는 지역신문으로서 어떤 비전을 갖고 있습니까? 혹은 어떤 비전을 독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보세요?


지금까지 지역신문은 지역의 정, 관, 재계에만 영향력이 미치는 신문이었습니다. 한 지역신문이 내부 문제로 장기파업을 한 적이 있는데, 신문 제작이 중단되었음에도 그 신문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왜 신문이 배달되지 않느냐'는 항의글이 단 한 건도 올라오지 않는 걸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지역신문은 지역시민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였다는 거죠.


저희가 추구하는 것은 '지역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신문'입니다. 지역신문이 '이웃과 이웃을 연결시켜 주는 소통망'이 되고, 이를 통해 우리 지역에 탄탄한 '지역공동체'를 구축하는 게 목표이자 비전입니다.


Q. '네이버' 논란이 뜨겁습니다. 뉴스스탠드 이후 언론사 트래픽은 반 토막이 났는데요. 네이버 활용론, 무용론에 이어 네이버 규제론까지 나옵니다. 한국 언론 특히 지역신문에게 네이버는 지금 어떤 존재이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관계설정이 돼야 할까요?


지역신문에게 네이버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뉴스캐스트에서도 소외되었고, 뉴스스탠드는 더욱 그렇습니다. 저희는 네이버와 검색제휴만 되어 있는데, 가끔 서울에 본사를 둔 지역기업에 관한 비판성 기사가 나가면 홍보 담당자들이 난감해하는 정도입니다.


네이버에 바라는 게 있다면, 지역정보와 지역콘텐츠까지 독점하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겁니다.


경남도민일보 뉴스룸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김주완 국장. 그는 "지역신문 기자들은 결국 지역 독자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거기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 일간지 기자를 따라 하거나 동경하는 게 아니라 지역신문 기자만의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것이 지역신문 뉴스의 미래라는 것이다.<최진순 주> @사진 경남도민일보 김구연


Q. 지역신문이 모바일을 어떻게 활용해야 한다고 보는지요? 지역신문이 모바일 서비스를 대응하는 데 있어 비용을 제외하고 가장 큰 걸림돌이 있다면요?


저희도 모바일웹 방문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지역신문은 웹이나 모바일에서 기술개발 여력이 없습니다. 뭔가 해보고 싶어도 해당분야의 업체에 기대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당장 웹에서 저희가 하고 있는 '부분 유료화'를 모바일웹에도 적용하고 싶지만,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답답할 따름입니다.


Q. 한국의 지역신문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살펴보는 국내외 언론사 또는 미디어 기업들이 있습니까? 또 인사이트를 얻고 있는 전문가들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한국경제신문 최진순 기자, 그리고 뮤즈어라이브 이성규 대표, 그리고 SBS 심석태 기자의 글을 팔로워하고 있습니다.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전국의 지역 일간지, 주간지에서 강의 요청을 많이 해주시는데, 사실은 거기에 가서 우리가 모르는 그들 신문사만의 노하우를 배워오는 게 많습니다. 


Q. 최근 국내 언론사들의 뉴스 유료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어떻게 보세요? 이의 성공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차별화된 뉴스와 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진흥재단과 디지털뉴스협회가 하고 있는 뉴스저작권 사업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역신문 관점에서는 지역의 정보와 자원을 잘 정리해 수익모델로 만들어보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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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창원 갈등 둘러싼 국회의원들의 쌩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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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 월요일 MBC경남 라디오광장의 세상읽기에서 방송한 내용입니다. 일부는 시간이 모자라 얘기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제 견해를 전달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물론 제 생각일 따름입니다. 


서수진 아나운서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좀 해 볼까요? 


김훤주 기자 : 통합 창원시를 둘러싼 논란 또는 갈등의 양상이 이번 추석 명절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한 번 알아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진 : 추석 연휴가 유난히 길었지요. 일가친척들이 만나 얘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창원 통합이나 분리에 대한 얘기들이 많이 오고가고 했나 보네요. 


주 : 이번 연휴는 다른 추석 때보다 정치권에서 채동욱이다 혼외 아들이다, 국정원이다, 대통령 3자 회동이다 등등 얘깃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해 주는 바람에 창원 통합 같은 것은 끼일 틈이 없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오히려 지난해보다 관심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진 : 그러면 추석 연휴에 비친 창원시 통합이나 분리를 둘러싼 논란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치권 여기저기서 창원에 대한 이런저런 법안 제정 개정 움직임이 있다고는 하던데요. 


계사년 만날제의 한 장면. 경남도민일보 사진.


1. 만날제에서 만난 박완수와 이주영


주 : 해마다 추석 무학산 만날고개에서 벌어지는 만날제 행사에서 박완수 창원시장과 이주영 국회의원이 서로 다른 얘기를 했습니다. 그동안 도청 마산 이전 주장을 해온 안홍준 국회의원은 다른 이유를 대고 불참을 했고요. 


진 : 만날제라면 지난 90년대부터 이어져온 축제인데요, 옛날에는 만날제 앞에 마산 글자가 붙어서 마산 만날제였는데, 통합되고 나서는 창원 만날제로 바뀌었어요. 그러다 올해는 육십갑자를 붙여서 계사년 만날제라고 해 놓았더라고요. 


주 : 21일부터 22일까지 열렸는데요, 이틀 동안 10만 명 남짓이 찾아 역대 최대 규모였는데, 개막식에도 4000명 정도가 모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주영 의원은 마산 주민의 상실감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름을 창원시로 양보했으면 약속대로 청사는 마산에 배려해줘야 상식과 순리에 맞다”면서 옛 창원시가 과욕을 부린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계사년 만날제라는 이름을 두고도 “이래서 섭섭하다, 명칭이 마산 만날제로 돼야지 상실감 가진 시민들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진 : 청사도 가져가고 통합시 명칭도 가져간 박완수 창원시장을 제대로 쏘아붙인 셈이네요. 박 시장은 뭐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주 : 발언은 박 시장이 먼저 했습니다. 덕담 수준이었는데요, 그렇지만 통합 관련 내용이 언급은 돼 있습니다. 2010년 6월 통합 이후 4년째 찾은 만날제 행사인데, 이번이 가장 많이 참여했다고 했습니다. 통합의 성과가 조금씩 제대로 표현되고 있다는 뉘앙스였습니다. 


2. 이주영 의원의 마산 분리 법안 제출 기자회견


이주영 기자회견과 거기 나온 민간 단체들.


진 :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창원시 분리 또는 통합 창원시 위상을 강화하는 법안이라든지 마산 분리를 법률로 정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하는 일들입니다. 


주 : 먼저 이주영 의원입니다. ‘마산시 설치에 관한 법률안’입니다. 본인 포함 78명이 서명을 했습니다. 사실 내용은 따져볼 필요가 없습니다. 국회에서 절대 통과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의원은 오늘 기자회견을 하고 이번 주 안에 국회에 상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 : 절대 통과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하는 근거가 무엇이죠? 


3. 서로 어긋나는 창원 국회의원들의 발걸음


주 : 갈등과 논란의 당사자인 창원 출신 국회의원은 본인 빼고는 한 사람도 함께하지 않았습니다. 안홍준 의원은 홍준표 도지사한테 도청 마산 이전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하며 동참하지 않고, 바탕부터가 다른 옛 창원과 진해 쪽 국회의원들은 같은 새누리당이면서도 현재 통합 창원시 지위를 강화하는 법안을 냈습니다. 이러니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국회에서 받아들여질 까닭이 없는 것입니다. 


진 : 그래도 이주영 의원은 “명칭까지 버리며 통합에 찬성한 40만 마산 시민의 무너진 자존심을 다시 세우려면 더는 통합 정신을 유지할 어떤 명분과 실리도 없다”고 했다는데요. 법안 상정과 관련해서 말입니다. 


창원 지역 국회의원들과 창원시의 만남에서 발언하는 안홍준 국회의원(마주보이는 왼쪽에서 세 번째).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짚어야 할 대목이 있는데요, 이 의원은 40만 마산 시민이 명칭까지 버리며 통합에 찬성했다고 하시지만, 마산 사람들이 통합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를 한 적은 물론 제대로 의사 표현을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투표를 했습니까? 제대로 토론이라도 한 번 했습니까?


자기네끼리 그것도 밀실에서 무슨 통합 정신이니 했을 뿐입니다. 이는 독자 행보를 이어나가는 안홍준 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진 : 그렇다면, 마산 분리 법안의 국회 통과가 어렵다는 사정을 이주영 의원 본인은 잘 모르고 있을까요? 그렇게 잘 모르기 때문에 통과도 안 될 법안을 제출하고 기자회견까지 여는 것일까요? 


4. 들러리 서는 민간 단체들이 더 안쓰럽다


주 : 왜 모르겠습니까? 창원에서 재선을 하고 권영길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밀려 마산까지 와서 다시 재선을 한 인물이 그런 정도 계산이 없겠습니까? 법안 통과가 되든 말든 지역 주민들한테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이렇게 계속 거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저는 이런 점에서 마산 분리가 어떻고저떻고 나서지만 실제로는 이주영 의원 들러리밖에 서지 못하는 지역 단체들이 더 안쓰럽습니다. 


5. 창원만 위하고 경남은 쪼그라뜨리는 나머지 창원 국회의원들 


진 : 창원 출신 나머지 국회의원 세 명이 남았는데요. 창원 성산 강기윤 의원 의창 박성호 진해 김성찬 의원입니다. 이들은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습니까? 


주 : 저마다 자기 이익을 좇는다는 형편은 다르지 않습니다. 이주영 의원은 마산 분리 주장에서, 안홍준 의원은 도청이든 시청이든 청사를 마산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으로 자기 이익을 찾고 이 세 국회의원은 통합 창원시 위상 강화에서 자기 이익을 찾고 있습니다. 


진 : 통합 창원시 위상 강화라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요? 얼핏 듣기에는 창원시민이라면 대부분 반길 수도 있는 그런 내용인 것 같기도 한데요. 


주 : 강기윤·박성호·김성찬 의원은 지방자치법 개정에 동참했습니다. 대표 발의는 강기윤 의원이 했지요. 이번 개정안은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직통시를 추가하는데, 그 기준을 인구가 100만 명 이상인 통합 지방자치단체로 삼았습니다. 창원 말고는 대상이 없습니다. 창원만을 위한 개정안이지요.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 : 그렇게 해서 통합 창원시가 직통시가 되면 좋은 것 아닌가요? 대한민국 최초 자율 통합 대도시라는 창원시의 위상에 걸맞은 조치일 것 같기도 합니다. 


주 : 일단 경남 전체에서 창원시 차지하는 위상에 비춰볼 때 이기적이라는 지적을 받기 십상입니다. 창원이 빠져나가고 나면 경남은 동서로 길게 갈라지고 세금 수입이라든지 경제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국회 통과 개연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직통시가 될 경우 이를테면 경남의 다른 시·군이 크든작든 쪼그라들게 마련인데, 그런 지역 출신 의원들이 선뜻 찬동해주겠습니까? 말하자면 자기 지역 유권자들한테 ‘나도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손 흔드는 효과밖에 없다고  봅니다. 


6.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줄 세우기 효과도 노린다


진 : 내년 6월에 지방선거 하잖아요? 지방선거라 해도 도지사나 시장·군수 후보 지방의원 후보만 뛰지는 않거든요. 국회의원 선거의 밑바탕이 이때 완성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지금 국회의원들이 나대는 원인을 내년 지방선거에서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주 : 내 지역구에 있으면 내 지침에 따르라는 식이지요. 그렇지 않으면 채동욱 검찰총장처럼 쳐내거나 찍어내겠다는 얘기지요. 새누리당 지방선거 후보들을 충성 경쟁으로 내몰고 지휘를 일사불란하게 하는 데 효과적으로 써 먹는 수단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 : 그런 측면도 없지는 않겠습니다. 한편으로는 권력과 출세를 노리는 정치의 당연한 속성으로 여겨야 할 대목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앞으로 통합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고 분리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7. 찢어지든 붙어먹든 주민 전체 토론과 결정으로


주 : 정답은 제시돼 있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하는 공론화입니다. 합할 때도 그렇고 찢어져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을이나 보다 작은 단위로 토론회를 조직하고 누구나 찬반을 주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4년도 좋고 5년도 좋습니다.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해관계도 사람 마음도 움직여질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도 선례가 있습니다. 제주도가 일반자치도에서 특별자치도로 바꿀 때도 그랬고요, 전북 완주군과 전주시가 통합 찬반 투표를 할 때도 충분하지는 않지만 토론을 거쳤습니다. 창원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습니다. 


김훤주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비오는 9월 거닌 서이말에서 공곶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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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풀뿌리환경교육센터와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가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2013 경남도민 생태·역사 기행'이 무더위를 피해 7월과 8월을 쉬었다가 9월 들어 25일에 다시 나섰습니다. 


거제를 찾았습지요. 먼저 거제대교를 건너기 앞서 통영타워에 올라 견내량 일대를 눈에 담고 이어서 점심을 먹은 다음 거제도 동쪽 끝 서이말을 거쳐 공곶이와 와현(臥峴)을 들렀습니다. 


나름 더위를 피해 날을 잡는다고는 했지만 요즘 날씨가 어디 그렇습니까? 하도 제 멋대로라서, 9월이라 해도 8월 못지 않은 때가 많았고 이날도 좀은 그랬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비가 조금씩 뿌려줬습니다. 그래서 덕분에 걷기에는 딱 알맞은 날씨가 되고 말았습니다. 


1. 이순신장군이 왜병을 대파한 견내량 


요즘 사람들은 '견내량'이라 하면 잘 모릅니다. 한산대첩 승전지라 하면 잘 알지요. 저는 그냥 통영과 거제 사이에 있는 바다를 이르는 말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순신 장군이 한산대첩을 이룩한 바다가 바로 견내량입니다. 



장군은 주력을 한산도 일대에 숨겨놓고 척후선으로 견내량에 있던 왜선을 너른 바다로 끄집어내 한산도 앞바다에서 학익진으로 승리했습니다. 당시 이순신 장군의 장계(狀啓)는 '견내량파왜병(見乃梁破倭兵)'으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견내량에서 왜병을 쳐부쉈습니다"쯤 되겠지요. 


그러니까 '한산대첩'이라는 말을 후대에 누군가가 붙인 셈이고 당대는 '견내량' 전투쯤으로 여겨졌을 법하다고 짐작해 봅니다. 


그나저나 어째서 여기서 이런 전투가 있었을까요? 부산에서 고성에 이르는 바다를 장악한 왜 수군과, 더 밀리지 않고 나아가 빼앗긴 해역을 되찾으려는 조선 수군의 경계선이 왜 여기가 됐을까요? 


여기가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중요한 거점이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하나뿐인 물길이 견내량이었다고 합니다. 여기를 거치지 않으려면 거제섬 남쪽 바깥 바다로 나가야 했는데 그러면 파도가 거칠어 진퇴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런 역사 현장을 찾는 보람도 이번에는 한 번 누려봤습니다. 사람들은 높다랗게 들어선 통영타워에 올라서는, 여기서 여기저기 섬들이 알알이 박혀 있는 바다를 바라보다가 무심한 듯 발길을 돌려 내려갑니다. 



2. 쥐 귀 끝 같이 생긴 거제의 동쪽 끝 


거제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밥집에 들러 점심을 먹고는 버스를 타고 서이말 등대 들머리로 갑니다. 등대 있는 데까지 가면 앞과 양옆이 툭 트여 전망이 시원합니다. 생긴 모양이 서이말, 쥐(鼠) 귀(耳) 끝(末) 같다는 얘기입니다. 



오른쪽으로 석유비축기지 담장을 끼고 이어지는 길은 그늘이 이어집니다. 간간이 볕이 나는 곳이 없지는 않지만, 대체로 양옆으로 나무가 우거져 있기 때문입니다. 바닥은 줄곧 콘크리트가 깔려 있는데요, 이는 그 서이말등대 그리고 등대 바로 너머에 있는 군부대 때문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동차가 자주 오가지는 않습니다. 길을 걷는 데 성가시게 할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사람들은 끼리끼리 무리지어 얘기를 나누며 걷기도 하고 아니면 일행과 떨어져 혼자서 걷기도 합니다. 이러나저러나 숲 속 오솔길을 걷는 보람은 다르지 않습니다. 


3. 공곶이 가는 길은 요즘 보기 드문 흙길 



이렇게 2km남짓 걷고 나면 길 왼편에 커다란 안내판이 서 있고 오른편으로 내려가는 길이 두 갈래 나옵니다. 공곶이 가는 길입니다. 그러나 둘 다 공곶이로 이끌어주지는 않고 좀더 예각으로 꺾어지는 길만 공곶이로 이어집니다. 이제는 콘크리트길과도 작별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바닥이 오로지 흙으로만 돼 있습니다. 어느 정도 들어가면 길이 너비가 크게 좁아져서, 자동차는 전혀 다닐 수 없는 길이 됩니다. 그러니까 오직 사람에게만 허용돼 있는 길입니다. 바닥은 부드럽습니다. 


사람들도 이런 사정을 알기 때문에 "우와, 좋다!"는 소리를 내지르는 입이 절로 벙글어집니다. 바닥에 낙엽이 깔려 있으면 느낌도 실감도 더욱 푹신해집니다. 대체로는 그늘이 알맞게 내려앉아 있지만 때로는 어둑어둑할 정도로 내려앉은 그늘도 있습니다. 숲이 매우 우거진 때문입니다. 



길 따라 갔더니 끝에 떼무덤이 달려 있습니다. 이태 전에 걸었을 때는 공곶이에 터잡고 살면서 동백과 수선화 따위를 가꾸시는 강명식 어르신 부부 사시는 데로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어르신 부부 일상 생활 보호를 위해 길을 빼내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봤습니다. 


무덤이 있는 고개마루에서 바다를 바라봅니다. 날씨가 흐려 멀리까지 내다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불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시원했습니다. 여기 공곶이는 세찬 바람으로 한편 이름나 있기도 하거든요.



여기서 아래로 내려나는 길은 좁은 동백터널입니다. 양쪽으로 동백이 자라는 밭이 다락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로 돌계단이 나 있습니다.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걸울 수 없을 정도로 동백이 울창합니다.


 4. 바람도 불고 비도 뿌리는 날의 공곶이 바닷가 


사람들은 여기를 내려가다가도 곳곳에 멈춰 탄성을 내지릅니다. 동백 잎이 좋은 때문일 때도 있고, 슬쩍 한 걸음 비껴서 바라보는-그래서 동백 사이로 내다보이는 바다 풍경이 매우 그럴 듯해서 그런 때도 있습니다. 



어르신 부부 돌보는 수선화·종려·선인장·동백 따위는 뒤로 한 채 곧장 바닷가로 갑니다. 먼저 일행은 줄줄이 앉아 바다를 바라봅니다. 바람이 세게 부는 가운데, 빗발이 엉성하게 뿌리고 있습니다. 



이런 날씨에 이런 바다를 누리는 일도 흔한 일은 아닙니다. 다들 표정이 싱그럽고 입가에는 웃음이 물려 있습니다. 하기야 인상을 쓰기가 오히려 어려운 풍경입니다.



어떤 모녀는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고는 바다에 들어갑니다. 물론 둘이 손은 꼭 잡았습니다. 다른 이들은 바닷가 파도가 넘실대도 옷이 젖지 않을 만한 데에 줄지어 앉았습니다. 


그이들한테 다가가 가져온 막걸리를 한 잔씩 권합니다. 적지 않게 가져왔는데도, 한 잔씩 돌리고 나니 한 방울도 남지 않았습니다. 저는 입에 대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아쉽지는 않습니다. 일행 대부분이 오늘 나들이를 만족스럽게 여긴다는 지표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다시 길을 나섭니다. 온 길을 되짚어나갈 필요는 없습니다. 고개를 넘어 예구마을 쪽으로 내려갑니다. 일행을 서이말등대 들머리에 내려줬던 버스가 미리 와 기다리고 있습니다. 



5. 와현해수욕장까지 남김없이 누리고 


오늘 적지 않게 걸어서 피곤해하시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싶어서, 와현해수욕장에서 잠깐 내리는 일정은 건너뛰면 어떻겠느냐 여쭸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와현에도 조금 들렀다 가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가을 들머리 아직은 초록이 짙은 바다지만, 그래도 이렇게 떠나기는 사뭇 아쉽다는 표정이 여기저기서 묻어났습니다. 해수욕장은 텅 비어 있습니다. 그 비어 있는 가운데 가을 냄새 가을 분위기가 잔뜩 끼어 있습니다. 


걸으면서, 서 있으면서, 긴의자에 앉아 있으면 만들어 내는 우리 일행들의 모습이, 와현해수욕장의 가을 냄새와 분위기를 완성해 줬습니다. 여름의 벅적거리는 품이 조금은 남아 있으면서도, 조금은 느낌이 보송보송하면서 썰렁한, 그런 가을 풍경입니다.


와서 보니 와현에서 찍은 사진이 없었습니다. 대신해서 공곶이에서 찍은 메밀꽃 사진을 올립니다. 양해 바랍니다.


와현(臥峴)은 토종말로 '누우래재'인데, 중국 진시황이 불사초를 구해 오라면서 보낸 신하 서시(徐市)가 여기 누워잤다는 데서 온 말이랍니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그리고 이런 사대주의 취향은 제가 좀 싫어합니다만, 그만큼 아름답고 편안한 마을이라는 얘기는 되겠습니다. 


이 모두가 짠물이든 민물이든 물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겠고, 그런 물을 머금은 땅이 곧바로 생명을 일구는 습지인 것입니다. 이 날도 일행은 도착 예정 시각인 오후 6시를 넘겨서야 창원에 와 닿을 수 있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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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진주의료원 국감 무슨 소용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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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8일 MBC경남 라디오광장의 세상읽기에 나갔습니다. 얘깃거리를 무엇으로 할까 한참 찾아헤매다가 ‘경남도 국정감사와 진주의료원 재개원 여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30일 경남도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가 벌어집니다. 특별한 내용이 있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도 우리 경남에 없어서는 안될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관심의 끈을 붙들고 놓지 말자는 취지입니다. 


1. 경남도 국감서는 물론 낙동강 녹조 문제도 나오겠지만


김훤주 기자 : 지금 국회 국정감사가 한창입니다. 오는 30일에는 홍준표 도지사의 경남도에 대한 국감이 경남도청에서 열리기로 돼 있는데요. 여기서 무슨 내용이 다뤄질는지 한 번 가늠해 보면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서수진 아나운서 : 홍준표 도지사는 여당인 새누리당 출신인 만큼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국회의원들의 비판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지요? 경남도에 대한 국감에서 예상되는 쟁점은 무엇일까요? 


주 : 올 상반기 내내 전국적인 쟁점으로 제기됐던 진주의료원 폐업과 재개원 여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이밖에도 여름철 남해에 큰 피해를 끼친 적조와 낙동강 녹조 문제도 쟁점으로 예상됩니다. 


왜냐하면, 홍 지사가 낙동강 녹조 사태를 두고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고 강변을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박이 제법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진 : 이밖에도 한전의 밀양 송전탑 설치 강행 문제도 쟁점으로 제기될 것 같죠? 아무래도 지금 걸려 있는 현안이니까요. 그밖에 다른 쟁점은 없을까요? 


2. 그래도 유일한 최대 쟁점은 진주의료원 재개원 문제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홍 지사가 취임하면서 바로 재정긴축정책을 폈기 때문에 지방재정 건전화가 과연 무엇이냐를 두고도 공방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진주의료원 폐업과 재개원 문제에 다른 쟁점들은 묻혀 버릴 것 같습니다. 


국감이란 것이 대략 두 시간 가량 진행되는데 그 속성상 여러 쟁점을 다루기 어렵고 그나마 한 차례 소나기처럼 지나가 버리면 다시 관심을 끌기 어렵기 때문에 야권으로서도 쟁점을 분산시키려고는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진 : 그렇다면 결국 오는 30일 경남도 국감에서는 진주의료원 사태가 최대이면서 동시에 유일한 쟁점이라는 얘기인데요, 그동안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한 번 짚어주세요. 


주 : 알려진대로 홍준표 지사는 진주의료원이 적자 경영·방만 운영 등 부실해져 있고 그 원인은 노조에 있다는 논리로 밀어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 다수 대중의 노조 혐오증을 부추겨서 의료원을 폐업에까지 이르게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국정조사를 하려 하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홍 지사는 그 뒤로 숨었습니다. 국정조사장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진 : 예, 그게 그러니까 벌써 넉 달이나 지난 일이 됐군요. 6월 20일자로 헌재에 경남도가 심판을 청구했으니까요. 그러면서 폐업 절차를 계속 진행했죠? 


3. 홍준표한테 뒤통수 얻어맞은 국회


홍준표 선수.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그렇습니다. 지난 9월에는 진주의료원과 관련지어 보자면 아주 중요한 두 가지 일이 있었는데요. 하나는 홍준표 도지사의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청산 절차를 마무리지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회가 재개원 방안을 비롯해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후속조치를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진 : 그동안 일지를 살펴보면 경남도는 2월 26일 폐업 방침 발표, 5월 29일 폐업 신고, 7월 1일 해산 조례 공포, 7월 2일 해산 등기에 이어 9월 25일자로 진주의료원 청산 등기 마쳤습니다. 그리고 정상화 요구를 담은 국회의 진주의료원 국정조사 보고서 채택은 이보다 닷새 뒤인 9월 30일의 일이었습니다. 


주 : 그러니까, 경남도의 홍준표 지사가 속된 말로 국회의 뒤통수를 쳤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국회 국정조사 보고서는 이미 그 전에 제출돼 있었고, 물론 그 내용은 그보다 훨씬 전에 보도를 통해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보고서 채택이 되더라도 상황을 되돌리지 못하도록 청산 절차 완료로 뒷자물쇠를 채운 셈입니다. 좋은 말로 소신이고 나쁜 말로 국회 무시, 독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4. 홍 지사가 방패로 활용하는 권한쟁의심판



보건의료노조의 홍준표 지사 상대 그림자 시위.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 : 그러면서 홍준표 도지사가 기대는 것이 권한쟁의심판이라 들었습니다. 나라살림을 다루는 국회가 지방사무까지 조사 감사한다는데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요지라면서요?


주 : 경남도와 홍준표 지사는,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이 나면 그대로 따르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9월 30일 국회 결의 사항인 진주의료원 재개원 방안 마련과 한 달 안에 후속 대책 수립은 거부하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법조계 의견을 들어보면 홍 지사가 권한쟁의심판에서 이길 개연성은 낮다고 합니다.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는 국가기관이든 지방자치단체든 행정기관이어야 하는데, 국회는 행정기관이 아닌 입법기관이므로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비춰볼 때 홍준표 지사는 한편으로는 심판을 통해 시간을 끌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재개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행정절차를 가져가버리겠다는 심산으로 짐작됩니다. 


진 : 이런 상황에서 경남도의회 야권 의원들은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해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들었습니다. 


주 : 그렇습니다. 경남도가 이름을 지워버린 ‘경상남도립진주의료원’이라는 열 글자를 ‘경상남도의료원 설립·운영조례’에 다시 새겨넣는 일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당사자격인 보건의료노조와 민주노총도 재개원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나섰습니다. 


5. 국감 성과 없어도 도민 관심 높이는 계기


진 : 지금껏 진행된 경과를 비춰 볼 때 앞으로는 진행이 어떻게 될 것 같은지요? 진주의료원 사태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결과보고서가 채택된 데 비춰볼 때 경남도의 위법성 또는 불법성이 사실로 인정되는 국면이 아닌가 싶은데요. 


경남도민일보 사진. 국회 보고서 채택으로 홍 지사 부당성은 확인됐지만.


주 : 그런데 문제는요, 위법 부당 불법한 처사인데도 이를 바로잡을 강제력이 어디에도 없다는 데 있습니다. 이렇게 법적 제재 장치가 없다보니 홍 지사가 국회가 결과보고서를 통해 요구한 사항을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것입니다. 


진 : 그렇다면 오는 30일 경남도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도 결과가 보입니다. 홍 지사는 이미 국회가 여야 합의로 채택한 결과보고서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이상 거리낌없이 답변에 나설 것이고 야권 의원들은 목소리를 한껏 높일 것 같아 보이네요. 


주 : 결국 목소리는 높지만 알맹이는 없는 꼴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국정감사는 한 차례 파도처럼 스쳐가고 신문·방송은 이렇게 소리 높이는 국회의원과 홍준표 도지사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고 지나가겠지요. 


하지만 이렇듯 국감을 통해 당장 크게 바뀌는 일은 없겠지만, 경남 도민들이 진주의료원 문제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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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야구장 성공 요소 만들어놓고 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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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 세상읽기는 NC다이노스 홈구장 문제를 얘깃감으로 삼았습니다. ‘세상읽기’는 MBC경남에서 내보내는 ‘라디오 경남’의 꼭지 이름입니다. 월요일 저녁 6시 40분 전후로 전파를 탑니다. 


제가 보기에 야구장 문제의 정치적 해결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미 이만큼 진행돼 버렸는데 어떡하라고?" 하는 논리도 나름 설득력이 있고 그만큼 힘을 갖추고는 있겠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봅니다. 문제를 숨기고 안으로 곪게 하는 데는 나름 이바지를 하겠지만 말씀입니다. 


창원시가 선정한 진해 육대 자리 들어설 야구장이 지금 걸맞은 입지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논의와 논란은 시작합니다. 


1. 창원시 진해 야구장 결정은 정치 논리의 결과



김훤주 기자 : 오늘은 NC다이노스가 홈 구장으로 쓸 야구장 문제를 두고 한 번 얘기를 드려볼까 합니다. 올해 잘해야 8등이라는 전력 분석을 안고 출범한 NC가 예상을 깨고 아홉 구단 가운데 7위를 하면서, 그러잖아도 야구를 많이 사랑하는 경남 사람들이 야구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서수진 아나운서 : NC다이노스가 올해 올린 성적은 128 경기를 치러 52승 72패 4무 승률 0.419로 꼴찌 한화를 열한 게임 반, 기아를 한 게임 반 차로 누르고 7위에 올랐습니다.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가 기록한 역대 신생팀 최고 승률 0.425는 넘지 못했지만 이는 예상을 깨는 것이었습니다. 


주 : 이런 가운데 갈등과 불협화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창원에 새로 짓는 야구장 자리를 어디로 해야 가장 좋겠느냐는 문제를 두고 진해에 짓겠다는 창원시 당국, 이를 반대하는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팬이 맞서는 형국인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2. 이른바 접근성에서 보자면 말도 안되는 자리


진 : 그래서인지 NC 다이노스 팬들이 진해에 야구장 신축하는 데 대한 반대운동에 본격 나섰지요? NC 서포터스 '나인하트'가 지난 19일 토요일 오후 창원 용호동 정우상가 앞에서 회원·야구팬 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열었습니다. 


주 : NC 팬들은 창원시가 무려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가는데도 야구장부지 선정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고 그 까닭은 독선적 시정 운영과 정치적 나눠먹기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NC 팬들만의 생각이 아니고 KBO와 NC다이노스 구단은 물론 대부분 창원시민들도 공유하는 인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NC팬클럽 '나인하트'의 집회.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 : 이런 가운데, 박완수 창원시장이 새 야구장을 짓겠다고 한 진해지역 시의원들이 적절하지 못한 행동까지 하는 바람에 지역 주민과 팬들로부터 지탄을 받는 일도 있었다죠? 


주 : 야구장을 진해에 짓는 데 대해 진해 출신 시의원은 찬성해도 마산 지역 창원시의원들은 절대 찬성하지 않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진해 지역 시의원 일곱 분이 14일 서울 목동구장을 찾아 양해영 KBO 사무총장에게 ‘새 야구장 건립과 관련한 NC·KBO의 과도한 행정 간섭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전달했습니다. 


조용히 건네주기만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필 준플레이오프 경기가 펼쳐지는 목동 야구장에서, 누구 잘잘못을 따지기 앞서 몸싸움이 벌어졌고요 이 때문에 프로 야구 가을 잔치 분위기를 해쳤다는 비판이 일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3. 박완수의 창원시가 잘못 끼운 첫 단추


진 : 그러면 이쯤에서 지금 표면에 드러난 진해 야구장 갈등의 뿌리를 한 번 살펴볼까요? 너무 길지 않게 짧게 한 번 정리해 주시죠. 


주 : 간단합니다. 창원시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웠습니다. 2011년 8월 새 야구장 건립을 위한 용역을 진행했습니다. 그 때는 초점이 접근성보다는 통합 갈등 해소와 이른바 균형발전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13년 1월 새 야구장 자리를 진해로 정했습니다. 


결정 당시에도 NC다이노스와 응원단이 철회를 요구했고 마산 지역 사람들도 함께 반대했으나 창원시는 설득도 못했고 요구를 받아들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터져나왔습니다. 


야구장 하나로 지역 균형 발전이 된다고요?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 : KBO와 NC다이노스가 불만을 공식화한 시점이 9월인데요, 이렇게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게 된 계기가 있다고 들었어요. 창원시가 제출한 야구장 건립 계획이 안전행정부 심사에서 재검토 결정이 내려졌다고요. 


주 : 예, 규모를 원래 2만5000석 계획으로 올렸는데 이를 축소하라는 결정이 나왔습니다. 때문에 창원시는 고정석 1만8000석에 잔디석 4000석으로 줄이는 대신, 나중에 관중이 많아지면 잔디석을 고정석 7000석으로 바꿔 원래 했던 2만5000석 약속을 지키겠다면서 NC야구단과 KBO에 동의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NC와 KBO는 규모 축소에는 동의해줄 테니 자리를 마산 또는 창원으로 옮겨달라고 요구를 하고 나왔습니다. 


4. 그러면서 근거는 내놓지 않고


진 : NC나 KBO가 진해 야구장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접근성, 그러니까 손쉽게 찾아갈 수 있지 않다는 데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아무래도 프로 경기다 보니까 찾는 사람이 많아야 인기도 얻고 돈도 벌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주 : 게다가 창원시가 접근성을 먼저 고려해 진해 육군대학 터에 야구장을 짓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는데, 그 구체적인 근거는 내놓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창원시 주장을 믿을 수 없고 따라서 그 결정 또한 따를 수 없다고 나오는 것입니다. 


진 : 어떻게 이런 대립과 갈등을 비껴갈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창원시가 양보를 해서 NC 요구대로 마산이나 창원 지역으로 신축 야구장을 옮긴다든지, 아니면 KBO나 NC가 자기 주장을 꺾고 진해 야구장 건립을 받아들인다든지 하는……. 


주 : 그게 어렵습니다. 먼저 창원시가 어려운 까닭은 이렇습니다. 해군 소유인 옛 육대 자리에 야구장을 짓기 위해 이미 해군 관사를 지어주는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이를 비롯해 건립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상당히 진행해 놓았습니다. 


5. 접근성 나쁘면 NC에게 무덤일 수도


이런 상황에서 NC 요구대로 하면 행정 신뢰는 떨어지고 좋지 않은 선례까지 남기게 됩니다. 게다가 진해 지역 주민들의 엄청난 반발이 무엇보다 큰 문제입니다.(자업자득이기는 합니다.) 


진 : 그러면 NC나 KBO가 양보할 여지는 없는가요? 지난 주 보니까 진해야구장이 지어져도 그리로 가지 않겠다고 오히려 NC다이노스가 태도를 분명히 한 것 같던데요. 


진해야구장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NC다이노스 팬클럽.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NC는 신생 구단입니다. 자금 여력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창단 첫해라 그냥 넘어갔지만 내년 두 해째가 되면 선수 연봉 등등 드는 비용은 크게 늘지만 수입은 오히려 줄 수 있습니다. 


진 : 그렇지만 NC다이노스가 관중 동원력이 상당하다고 들었는데요. 그렇지 않은가요? 


주 : 지금 평균 8000명이 야구장을 찾는답니다. 적지는 않지만, 이게 고정 팬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창단 첫 해에 작용하는 ‘개업발’이라는 분석이 더 힘을 얻고 있습니다. 어쨌든 8000명이라는 관중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찾기 어려운 진해야구장은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내올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진 : 그렇기는 하겠습니다. 게다가 원정 경기를 하러 오는 야구팀의 팬까지 찾기 쉬우면 더욱 좋을 텐데, 지금 자리는 전혀 그렇지 못한 구석이 많습니다. 


주 : 앞으로 ‘개업 약발’이 빠진 상태에서도 NC야구단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서 포스트 시즌 가을 야구에도 진출하면 진해야구장이라 해도 살아나겠지만, 그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선뜻 마산을 버리고 진해로 가겠다고 하기가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6. KBO는 창원 마산이 좋은 근거 밝혔지만


진 : 창원시는 진해 접근성이 가장 좋다면서도 그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하셨는데요, 그러면 NC나 KBO는 어디가 접근성이 가장 좋다고 하고 있는지요? 그리고 그 근거도 내놓고 있나요? 


주 : KBO가 지난달 발표한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 용역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창원시가 부지로 선정한 진해육군대학 부지보다 창원보조경기장과 마산종합운동장이 경제성·흥행성·접근성이 모두 더 높다고 나왔습니다. 


도시평가와 후보지역 평가를 합산한 최종 평가에서는 '창원보조경기장'이 181점으로 1위, '마산종합운동장'이 164점을 얻어 2위였고, '진해육군대학'은 130점으로 5위로 나왔습니다. 


올해 마산야구장에서 벌어진 NC다이노스 홈 개막 경기. 경남도민일보 사진.


이런 결과는 프로야구 전문가 60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와 창원시민 809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똑같이 나왔습니다. 


7. 성공 조건을 만들어주고 몰아야


진 : 창원시는 나름대로 행정 절차를 진행한 데 더해 행정 신뢰까지 놓칠 수 없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고, NC구단은 구단대로 흥행이나 접근성 때문에 물러날 수 없는 처지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주 : 어쨌든 서로 마주 앉아서 풀어라, 서로 양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이런 얘기가 많은데요, 저는 좀 아니라고 봅니다. 


진해야구장이 성공할 수 있는 근거를 밝혀야 하고요, 그런 근거가 지금 없다면 일부러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저는 봅니다. 접근성·흥행성·경제성을 높이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진해에 야구장을 지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지금처럼 정치적 고려만으로 짓거나 짓지 않거나 한다면 나중에는 관리비만도 해마다 몇 억원씩 들어가는 돈 먹는 하마가 탄생할는지도 모르니까요. 그렇게 되면 고스란히 창원시민이 그 부담을 져야하거든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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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 속살은 아무한테나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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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시작한 '언론과 함께하는 습지 생태·문화 기행'이 벌써 전체 다섯 차례 가운데 네 번째 일정을 마쳤습니다.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대표이사 고재윤)과 경남도민일보가 공동 주관한 네 번째는 지난 13일 우포늪(소벌)이 있는 창녕으로 길을 골라잡았습니다. 


경남은행·농협경남본부·STX그룹은 자금 출연 등으로 람사르환경재단을 돕고 있습니다. 이번 습지 생태·문화 기행은 이에 보답하려고 마련된 프로그램으로 해당 기업 직원 자녀들이 대상이랍니다. 청소년들에게 습지를 좀 더 체험하게 하면서 재단 홍보도 겸하는 목적입니다. 


◇ 람사르마을로 지정된 세진마을 


이번 네 번째 기행은 우포늪 들머리 유어면 세진마을을 둘러보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아침 9시 일행을 태우고 경남도청을 출발한 버스는 10시 세진마을회관 앞에 닿았습니다. 세진마을은 지난 5월 제주도 선흘마을(동백동산습지)과 함께 '람사르마을'로 선정됐습니다. 



마을에는 '우포늪 왜가리' 이인식 선생님이 삽니다. 교사 출신인 이인식 선생은 마창환경운동연합 의장을 지내는 등 환경·생태운동을 오랫동안 벌여왔습니다. 그이는 세진마을을 근거지 삼아 우포늪(소벌)을 끼고 살면서 여러 가지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아이들을 맞아 우포늪(소벌)을 체험하게 하면서 생태 감수성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일입니다. 아이들은 이인식 선생님과 두 시간 남짓 함께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우포늪따오기복원위원장이기도 한 이인식 선생은 '따오기 자연학교'도 열었습니다. 



먼저 '우포늪 왜가리' 이인식 선생님과 마을을 둘러봤습니다. 담벼락에는 마을 주민 정봉채 사진작가의 사진들이 걸려 있고 길가에는 여러 물풀을 담은 커다란 화분이 놓여 있습니다. 일행은 화분에 손도 넣어보면서 마름·부레옥잠 같은 습지 식물이 들어 있으면 물이 썩지 않는 이치도 들었습니다. 


담벼락 아래에는 곡물들이 볕을 쬐고 있었습니다. 우포늪 왜가리는 지나가던 할매를 붙잡아 얘기를 청했습니다. 



"이거는 팥이여. 빨갛는데 팥죽 같은 거 만들어 묵제. 옆에는 들깨여. 참깨는 참기름 짜 묵고 들깨는 국 낋일 때 집어옇어, 구수해. 노란 거는 콩이여. 메주 쑤고 된장 만들어 묵제." 


아이들은 콩깍지에 싸인 콩과 팥을 눈여겨봤습니다. 할매는 기념으로 몇 낱씩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우포늪 왜가리는 자기 집 담장 안 감나무에서 아이들이 감을 따 먹도록도 해 주셨습니다. 가지는 담장을 넘어 밖으로 나와 있었답니다. 



◇ 눈·손·귀·코·입 오감으로 누린 우포늪(소벌) 


곧장 우포늪(소벌)으로 갑니다. 아이들은 먼저 들머리 흙길을 따라가다 우포늪을 이루는 물이 보이기 시작하는 갈래길에서 우포늪 왜가리 일러주시는대로 손을 들어 눈대중으로 생태 자연의 높이를 가늠해 봤습니다. 누구는 여덟, 누구는 열둘이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강아지풀과 수크령 높이에서부터 멀리 양버들들의 여러 높이까지, 하늘을 나는 새의 높이와 착 가라앉은 물의 높이도 들어 있고 멀리 아득하게 사라져 가는 산들의 높이도 넣었습니다. 뭉뚱거려져 하나로 보이던 풍경이 그러고 나니 하나하나 따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길섶 나무와 풀에서 잎도 만져봤습니다. 앞면과 뒷면을 더듬고 옆을 쓰다듬었습니다. 매끈매끈한 것도 있고 꺼칠꺼칠한 것도 있고 톱날처럼 오톨도톨한 것도 있습니다. 아울러 눈으로 살펴보고 앞과 뒤 색깔이 다르다는 것도 느꼈답니다. 같은 초록이면서도 같은 초록이 아니었습니다. 


돌나물이 수북한 데서는 잎을 따서 씹어먹었습니다. 우포늪(소벌) 명물로 이름높은 새벽 물안개가 머금었던 물기를 촉촉히 묻히고 있었습니다. 씹히면서 톡톡 터지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양버들 가까운 데서는 두 귀에 한 손씩 갖다 대고 나뭇잎 바람 타는 소리를 들었답니다. 


두 귀에다 손을 모으고 나뭇잎 바람 타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쑥부쟁이랑 구절초 같은 들꽃 우거진 데서는 꽃과 벌과 나비를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한창 꿀을 빨던 벌 한 마리가 실족해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우포늪 왜가리는 "벌들도 우리 생각과 달리 저렇게 떨어지는 실수를 한다. 실수했을 때는 벌들은 재빨리 털고 일어난다. 사람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덧붙여 주십니다. 


전망대에서는 이제 막 날아오기 시작한 겨울 철새들을 망원경으로 봤습니다. 우포늪 왜가리는 탐조 기구를 몸소 설치하더니 거기에 자기 손전화를 붙여서 멀리 떨어져 있는 새들을 아주 가깝게 볼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100마리 넘게 무리지어 있는 새들을 보는 아이들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물에 손을 집어넣어 마름이라는 물풀의 열매 말밤(서울말로는 물밤)도 주웠습니다. 먹기 위해서는 아니고, 목걸이라도 한 번 만들어보려고 그랬습니다. 아이들은 소머리처럼 생기고 양쪽으로 뿔처럼 가시가 나 있는 모습에 신기해했습니다. 


◇ 송현동·교동 고분군과 영산 석빙고·만년교 


창녕은 가야의 옛 땅이랍니다. 신라 진흥왕에게 정복될 때까지 독자 세력을 갖추고 있었지요. 이를 일러주는 존재가 바로 송현동·교동 고분군이랍니다. 목마산 남쪽 기슭에 크고 작은 고분들이 줄줄이 엎드려 있습니다. 5세기 중반에서 6세기 전반에 지어졌다고 합니다. 


신라 고분은 평지에 있고, 가야 고분은 습지와 이어지는 산기슭에 있습니다. 창녕에서 가야를 이룬 세력이 신라 계열과는 다른 계통임을 일러주는 단초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점심을 먹고 나서 여기를 찾은 까닭은 이런 역사 공부에 있지 않답니다. 느낌이 더없이 아늑하고 푸근하기 때문이지요. 또 위에서 아래로 보면, 읍내뿐 아니라 멀리 낙동강 건너편 산들이 넌출넌출 멀어져가는 풍경도 볼 수 있습니다. 


다음 영산 석빙고와 만년교를 만날 차례입니다. 창녕읍에도 석빙고가 있지만 일부러 영산 석빙고를 골랐습니다. 바로 옆에 만년교가 있기 때문입니다. 더없이 아름다운 무지개다리인데요, 1780년 만들어진 이래 지금껏 그대로 있으면서 개울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영산 석빙고 또한 다른 석빙고와 마찬가지로 뒤쪽 개울을 끼고 있습니다. 얼음을 얻기 쉬워서이기도 하고, 또 얼음 녹은 물이 기울어진 바닥을 통해 빠져나가기 쉬워서이기도 하답니다. 이처럼 하천=습지는 옛날부터 사람살이와 이래저래 깊이 연관돼 있었던 것입니다. 


영산석빙고 들머리에서 안쪽을 살펴보고 나오는 아이들.


◇신돈 때문에 망한 절터 옥천사터 


마지막 탐방지는 창녕 옥천 골짜기에 있는 옥천사터랍니다. 옥천사는 고려 말기 개혁을 하려다 실패한 스님 신돈이 태어나 자란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귀족은 양민의 논밭을 빼앗고 더 나아가 그런 양민들까지 노비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권문세족의 땅(田)과 사람(民) 독차지에 맞서는 사람이 신돈이었습니다. 공민왕의 신임을 업고 땅과 사람을 원래대로 돌리는 기구인 전민변정도감(田民辨整都監)을 설치해 권문세족의 권한과 토지와 노비를 줄이려 했으나 결국 권력은 물론 목숨까지 잃습니다. 



신돈을 미워한 권문세족은 신돈이 태어난 옥천사를 그대로 두지 않았습니다. 가서 보면 누구나 알겠지만, 다른 폐사지와 달리 옥천사 터에는 석탑이든 석등이든 제 자리에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답니다. 징으로 내리쳤거나 쐐기를 박아넣어 쪼갠 자취가 뚜렷하지요. 


비슷한 보기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망한 이 옥천사 터에 들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고 상상력이 넘쳐납니다. 또 신기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수준이랍니다. 어쨌거나 권력이나 부귀에 대한 욕심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기가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이 옥천사터에서도 헤아려볼 수 있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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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 탐방 풍성하게 만든 왜가리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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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일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후원 기업 자녀들과 함께하는 네 번째 습지 생태·문화 기행은 창녕으로 갔습니다. 창녕은 자연 환경이 아름답고 문화유적들이 오밀조밀하게 널려 있어 볼거리 누릴거리가 많습니다.

 

게다가 우포늪(소벌)은 체험학습장소로 많이 활용되고 있어 아이들에게는 친숙한 곳이기도 합니다. 우포늪(소벌)에 도착하자 "어! 우리 여기 소풍 왔었는데" 하며 너도나도 반가워합니다.

 

같은 장소지만 찾는 계절마다 풍광이 다르고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느끼고 담아가는 바가 다르답니다. 소풍으로 또는 집안 나들이로 다들 몇 번씩은 찾았을 우포늪(소벌)을 이번에 아이들은 '우포늪 왜가리' 이인식 선생님과 함께했습니다.

 

1. 우포늪을 사랑하는 왜가리 선생님

 

'우포늪 왜가리'는 바로 옆 세진마을에 살면서 우포늪(소벌)을 속속들이 보듬고 사랑합니다. 이번 기행이 어떻게 색달랐는지 어떤 새로운 것들을 마음에 새겼는지가 아이들이 쓴 글에서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전망대에서 왜가리 선생님이 설치해 준 탐조기구로 새를 보고 있습니다.

 

"우포늪에서 물밤을 주웠다, 그것으로 목걸이로 만들었다. 예쁘다. 전망대에 올라가 늪에 있는 새들을 보니 청둥오리 같은 새들이 많았다. 오리가 있는 것을 보니 그곳은 수심이 깊은 것 같았다. 창녕 우포늪은 겉으로 보기엔 물이 탁하지만 실제론 깨끗했다.

 

왜냐하면 물에 있는 어떤 물체들이 오염된 물질을 먹어서이다. 저번에 학교 소풍으로 갔을 땐 '별로'였는데 이렇게 가니까 못 보았던 것과 더욱 신기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흔히 볼 수 없는 따오기까지 보았다."(석전초등학교 6학년 김보민)

 

따오기복원센터에서.

 

2. 지겨운 듯이 간 우포늪을 새롭게 보게 만든 것은?

 

"창녕 우포늪은 너무 많이 가봐서 지겨운 듯이 갔는데 설명해주시는 왜가리 선생님께서 설명을 너무 재미있게 해주시고 아는 것도 많으셔서 새로운 느낌이었다. 학교에서 우포늪을 갔을 때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서 재미가 없었는데 여기서 가는 것은 재미있었다.

 

앞에 보이는 뭉툭한 나무는 새들이 스물한 채나 집을 지어 놓고 사는 아파트랍니다.

 

왜가리 할아버지가 사는 마을 구경을 했는데 사진작가께서 우포늪 사진을 예쁘게 해 놓으신 것 같아 즐겁게 감상했다. 또 지나가는 길에 할머니가 있었는데 할머니께서 콩 그리고 팥에 대해 자세히 가르쳐 주셔서 재미있었다. 다음 여행도 기대된다."(중동초등학교 6학년 신현경)

 

 

"우포늪에서 왜가리 선생님의 조수가 되었다. 선생님과 함께 우포늪을 탐방했다. 생애 처음으로 따오기를 보았다. 멀리서 봤다. 우포늪은 많이 가서 익숙하다. 그대로 안 가 본 곳에 가서 재미있었다."(용호초등학교 5학년 이상훈)

 

 

"우포늪에 가기 전에 람사르마을(세진마을)에 갔다. 선생님 이름이 왜가리였다. 인사도 '왜가리' 하면 '왝왝', '왝왝'하면 '왜가리', 이런 방법이었다. 마을에서 콩·팥·깨·연꽃을 보았다. 그다음 우포늪으로 가서 나무 사이에서 나는 바람 소리를 듣고 곤충·꽃들을 보고 느꼈다.

 

자연이 어떤 것인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선생님들은 너무 귀찮았을 텐데도 대답도 꼬박꼬박해주시고 많이 리드해주셔서 감사했다."(대원초등학교 5학년 박민) "

 

한 아이에게 왜가리 선생님이 감을 따서 먹여주고 있습니다.

 

왜가리 선생님이랑 함께하면서 동물과 식물에 대해서 알았다. 내가 몰랐던 지식이 머릿속으로 많이 들어왔다. 겨울에 오는 새, 여름에 오는 새에 대하여 더 자세히 알았다. 또 벌이 꿀을 먹으려다가 실수를 했는데 다시 꿋꿋하게 포기하지 않고 다른 꽃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나도 실수했다고 좌절하면 안 되겠다."(신남초등학교 5학년 양현석)

 

늪가에 앉아 몸과 마음으로 자연을 누리는 아이들.

 

 

3. 창녕에는 우포늪만 있지는 않다!

 

보고 듣고 만지고 배우고 만들고 그러다 보니 우포늪(소벌)에서 '왜가리' 선생님과 함께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창녕 곳곳에 널려 있는 문화재를 돌아봤습니다.

 

네 번째 기행을 하면서 아이들이 사물을 바라보고 마주하는 자세가 한결 의젓해졌음이 절로 느껴졌습니다. 송현동 고분군, 영산 석빙고와 만년교, 옥천사터를 돌아보면서 든 생각을 이렇게 적었답니다.

 

송현동고분군에서.

 

"창녕박물관 앞에 대형 고분을 비롯하여 중소형 고분이 여러 개 있었다. 특히 대형 고분은 엄청나게 커서 한 번 올라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대형 고분은 마치 언덕을 축소한 듯한 모습으로 정말 멋있다. 둘러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고분을 하늘에서 보면 정말 멋지겠다. 다음에 혹시라도 기회가 있으면 봐야지."(용남초등학교 5학년 김혜리) "

 

4. 영산석빙고도 기억에 뚜렷하게 남았고

 

창녕 기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석빙고이다. 내가 석빙고 안을 구경했을 땐 바위로 둘러싸이고 문은 닫혀 있어서 얼음을 보관한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석빙고 위에 올라가서 쉴 때 다리가 시원해서 석빙고에서 얼음을 보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대방중학교 1학년 박주완)

 

영산석빙고.

 

"오늘 간 곳 중에서 인상에 남는 곳은 석빙고다. 안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문 앞에서 봐도 다~ 보였다. 그것이 사진에는 나오지 못하는 것이 아깝다.

 

그리고 아이(eye=눈) 카메라로 정말 많은 사진을 찍었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그 느낌이 아직 생생하다. 내 머릿속에다 많은 곳들을 다 기억해줄 것이다."(석동초등학교 3학년 김예은)

 

아이들이 석빙고 들머리에 들어가 안쪽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석빙고를 찾아가기 전에는 정말로 얼음이 석빙고 속에 있으면 녹지 않는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예전에는 되었지만 지금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석빙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고 믿지 않았었다. 하지만 곧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직접 보는 게 100번 듣는 것보다 낫다는 말 이제 이해할 수 있다. 영산 석빙고는 생각보단 작았지만 짐작했던 것보다는 아주 잘 작동하였다.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어서 밖에서 볼 수밖에 없었지만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다.

 

석빙고에 올라가 떼구르르 구르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그곳을 보니 지금은 얼음을 보관해두지 않지만 그곳 바위에 성에가 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석빙고를 돌아보고나니 옛날 우리의 조상들께서 지금 즉 과학이 발달한 현대인들보다 더 현명하신 것 같다."(석동초등학교6학년 김예지)

 

5. 신돈이 태어나 자란 옥천사터도 흥미로웠다

 

옥천사터 들머리. 이렇게 표지판이 있어도 모르는 사람 눈에는 보이지가 않는답니다.

 

"오늘 가장 인상깊고 흥미로웠던 곳은 옥천사지다. 옥천사는 고려시대에 개혁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해 권력을 잃고 목숨까지 잃은 스님인 신돈이 태어나 자란 곳이라고 한다.

 

깨어져나간 유적 위에 서서.

 

당시 권문세족들이 양민들의 땅을 빼앗고 노비로 만들자 개혁을 추구하고자 한 공민왕이 신돈을 등용해 변정도감을 설치하고 노비를 줄이려 했다. 하지만 자신의 권력이 위협을 받자 권문세족은 신돈을 쫒아내고 죽이고 신돈이 태어나 자란 옥천사마저 허물어버린다.

 

석탑 석등 따위 망가진 유물이 곳곳에 흩어져 있는 옥천사터.

 

옥천사터에 가면 근처에 버려진 석탑·석등의 부서진 돌조각들만 있다. 설명이 없었다면 그곳이 절터라는 사실도 알기 어려울 듯했다. 불교 나라인 고려에서 석탑과 석등을 징으로 내려치거나 쐐기를 박은 자체가 상상이 잘 안되지만 사실인 것 같다."(대방중학교 2학년 박소열)

 

"이번에 탐사를 간 곳 중에 영산 만년교라는 다리가 있었다. 무지개를 강 위에 놓은 듯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홍교였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홍 뭐시기라고 불렸던 것 같다. 그리고 만년교 근처에 비문 1개가 있는데 그 비문이 13살 아이가 썼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구산중학교 2학년 이옥해)

영산석빙고 바로 옆 영산만년교에서.

이제 습지 생태·문화기행은 낙동강 하구와 다대포 일대를 찾아가는 마지막 일정(11월 3일)만 남겨놓고 있습니다. 함께 하는 동안 생각이 한 뼘은 훌쩍 자란 것 같은 아이들이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지 궁금해지는데요. 하하.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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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후릿그물체험에 공동체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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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 설천면 문항마을 박성아(010-2224-4787) 사무장이 말했습니다. 10월 4일과 5일 이틀 동안 진행된 ‘2013 보물섬 남해 파워블로거 팸투어’에서였습니다. 이번 팸투어는 남해군 홍보를 위해 저희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가 주관했습니다.

 

“물이 빠질 때 갯벌에서는 세 가지 일이 벌어집니다. 가장 가까이서는 개맥이를 하고 가운데서는 조개 캐기를 하고 가장 멀리서는 후릿그물을 합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줄 몰랐지만 조금 지나고 나니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너르고 편평한 갯벌이 있습니다. 갯가에 꽂힌 높지막한 바지랑대에 줄줄이 그물을 걸어서 쳐 놓았습니다. 바닷물이 밀려들었다가 이제 빠져나갑니다. 밀물과 함께 들어왔던 고기랑 오징어 같은 해산물들이 이 그물에 걸립니다.이를 두고 ‘개맥이’라 한답니다. 가장 얕은 데에 있습니다.

 

왼쪽이 문항마을 박성아 사무장. 후릿그물 체험에 앞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그야말로 너르게 펼쳐지는 갯벌입니다. 군데군데 바닷물이 남아 있고 조개 따위가 스며 있는 데서는 꼬물꼬물 거품이 입니다. 이것들을 호미와 바구니를 들고 들어가 캐냅니다. 어쩌면 개맥이가 가장 쉽고 다음으로 조개캐기가 어렵습니다.

 

하늬바람님 사진.

 

가장 깊은 데서는 배를 띄워놓고 있습니다. 배는 그물을 싣고 있습니다. 여기서 물이 빠지기 시작할 즈음에는 그물을 칩니다. 가운데 배가 있는 데서부터 왼쪽과 오른쪽으로 둥글게 칩니다. 그 길이는 길면 500m, 짧아도 300m라 합니다.

 

배에서 그물을 내리는 장면입니다. 사람들 배꼽까지 물이 차 있습니다. 김천령님 사진.

 

이렇게 쳐진 그물은 끄트머리 아래와 위에 기다란 줄이 달려 있습니다. 윗줄은 사람들이 잡아당기는 데 쓰고요, 아랫줄은 그물이 땅바닥과 벌어지지 않도록 다져 누르는 데 쓰입니다. 물이 좀 빠져서 허벅지 즈음에서 출렁일 정도가 되면 양쪽에서 그물을 힘껏 잡아당깁니다.

 

오른쪽 배에서 왼쪽으로 그물을 내리고 있습니다. 김천령님 사진.

 

보통은 한 쪽에 서른 사람, 그러니까 양쪽으로는 예순 사람 안팎이 잡아당깁니다. 물론, 앞에서 잠깐 말씀한 바처럼, 그물 아래쪽이 바닥에 딱 붙도록 하면서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고기들이 거기로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갯벌을 사람들이 세 겹으로 활용하는 모양입니다. 저는 박성아 사무장이 말을 하고 있을 때 이런 모습을 머리에 그려봤습니다. 지금은 문항마을 같은 갯마을에는 사는 사람이 적고 체험하러 오는 사람이 많습니다.

 

김천령님 사진.

 

하지만, 예전에는 이렇게 물이 썰면 체험객은 있을 까닭이 없고 동네 사람들만 온통 갯벌에 달라붙어 일을 했겠지 싶었습니다. 10월 4일 오후에, 스물 남짓 되는 일행은 바로 이 후릿그물 체험을 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 쳐져 있는 그물을 들고 이리저리 끌면서 기다렸습니다.

 

그러고는 40분 남짓 있는 힘을 다해 그물을 당겼습니다. 저는 아래쪽 그물도 맡았는데요, 바닥이랑 떨어지지 않게 하느라 갯물에 몸을 담그다시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20분동안은 그물 안쪽에 얻어걸린 물고기랑 갑오징어랑 게랑 새우랑 따위를 거둬들이고 뭍으로 옮겼습니다.

 

앞쪽 두 사람이 그물 아래쪽을 누르고 있습니다. 고기가 아래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셈입니다. 김천령님 사진.

 

이렇게 자기 몸을 자기 근육을 움직여서 먹을거리를 장만해 보기는 무척 오랜만이었습니다. 2008년부터는, 조그맣게 가꾸던 텃밭 농사도 그만뒀습니다. 일옷 입고 땀 뿌릴 수 있는 고향도 그해 사라졌습니다.

 

운동을 하거나 바삐 걷거나 산을 오르거나 하지 않으면 힘을 쓸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이렇게 그야말로 온 몸을 움직여 ‘생산 노동’을 했습니다. 성과도 적지 않았습니다. 체험삼아 한 우리가 어설프게 후릿그물질을 했음은 틀림없지만 소출이 제가 보기에는 쏠쏠했습니다.

 

박성아 사무장은 이런 말도 했습니다. “여기 갈매기가 많이 날고 있습니다. 고기가, 먹을거리가 많다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후릿그물을 치고 있을 때 그 위에 날아와 있는 갈매기를 두고서 말입니다.

 

하늘에 갈매기가 군데군데 보입니다. 실제는 더 많았습니다. 김천령님 사진.

 

우리가 후릿그물을 치고 있을 때, 그물이 조금씩 범위를 좁혀나가자 갇혀 있던 고기들은 그 위로 훌쩍 뛰어넘어 달아나곤 했습니다. 그렇게 날아서 달아나는 물고기를, 손으로 탁 쳐서 막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물고기는 자기한테 닥치는 위험을 곧바로 알아차리는 모양입니다. 사람은 그렇지 못합니다. 바로 앞에 위험이 있어도 자기가 하는 위험한 일을 멈추지 못하는 때가 많습니다. 자기것 또는 자기것이 될 수 있는 것을 놓지 못하는 욕심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보면 물고기는 욕심이 없습니다.

 

김천령님 사진.

박성아 사무장은 한 얘기 가운데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한 체험은 전통 방식 그대로입니다. 대신 사람 숫자가 적었기 때문에 규모(길이)는 500m에서 300m로 줄였어요. 힘이 많이 들었고 그물 밑으로 고기가 많이 새서 수확은 별로 좋지 않지만요.”

 

“후릿그물 체험은 올해 들어 여러분이 처음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체험하러 오면 오늘 한 것들을 줄이면서 그물 한가운데 고기가 잔뜩 든 통을 마련해 뒀다가 막판에 탁 터뜨려줍니다.” 아무래도 고기 잡는 재미를 주려고 그러나 봅니다.

 

후릿그물로 잡은 고기를 뭍으로 가져가고 있습니다. 김천령님 사진.

 

물론 이를 두고 나쁘다거나 좋지 않다고 얘기해서는 안 됩니다. 삶의 양태가 한결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어쩌면 오히려 한결같아서는 안 되기까지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여기 이런 체험을 하러 오는 까닭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올해 들어 후릿그물 체험은 여러분이 처음’이라는 말이 한편에 걸렸습니다. 후릿그물 체험은 개맥이나 조개캐기에 견주면 엄청나게 힘이 많이 듭니다. 참가하는 규모 또한 적어도 쉰 사람 안팎은 돼야 합니다.

 

같은 갯벌에서 조개를 캐고 있는 다른 사람들 모습. 김천령님 사진.

 

그래야 양쪽에서 그물을 제대로 당길 수 있거든요.(우리 일행은 스물 남짓밖에 안 됐고, 그나마 몇몇은 사진을 찍느라 빠질 수밖에 없었기에, 줄을 잡은 이들은 좀더 힘들었습니다만 그날 갯벌에 나와 있던 다른 체험객들 도움 덕분에 그럭저럭 해낼 수 있었답니다.)

 

그러니까 이런 후릿그물 체험을 하는 이들이 줄었다는 얘기는 한편으로는 힘을 들여야 할 수 있는 일을 사람들이 갈수록 즐기지 않게 됐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고, 이런 갯벌 체험을 하는 사람들의 단위가 갈수록 적어지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김천령님 사진.

 

막바지 작업입니다. 이쪽과 저쪽 그물 잡아당기는 사이에 고기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번 떠올려 봅니다. 후릿그물 체험을 할 때 박성아 사무장은 오른편과 왼편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잡아당기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그리고 그물 윗줄과 아랫줄을 당기면서도 서로 맞춰서 어그러지지 않도록 해야 했습니다.

 

집단 노동입니다. 공동체의 공동 노동입니다. 단순한 노동일 뿐만 아니라 그 노동을 뛰어넘어 서로가 서로에게 교감하고 소통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려운 그런 체험입니다. 옛날 이런 어촌에서는, 한 달에도 몇 차례씩 되풀이됐던 그런 작업이었겠습니다.

 

후릿그물 체험 막바지에 그물에 걸린 고기들을 잡아내고 있습니다.

 

학교나 기관·단체 같은 데서, 이렇게 공동체를 되새길 수 있는 후릿그물 체험 같은 것을 즐겨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래서 들었습니다. 사람의 삶이 아무리 개별화돼도-어쩌면 그럴수록 더욱 더-후릿그물 체험에서 느낄 수 있는 협력과 공동 노력은 소중한 미덕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날 저녁에, 박성아 사무장은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에다 우리가 후릿그물로 잡은 고기에 더해 마을에서 갓 잡은 해산물을 듬뿍 가져다 줬습니다. 고마웠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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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밀양 할매·할배들 편을 드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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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 노동조합 정봉화 지부장이 내 자리에 와서 물었다. ‘밀양 송전탑 문제와 관련, 우리가 밀양 할매·할배들의 편에서 공세적인 보도를 하고 있는데, 어떤 전망을 갖고 그렇게 보도하고 있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말했다.


“이건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다. 국책사업이란 명목으로 약자를 일방적으로 깔아뭉개는 국가폭력을 고발하고 기록하는 문제다. 언론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정봉화 지부장은 지난 16일 서울에서 열린 ‘밀양 송전탑 보도-언론의 양심과 역할’이라는 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하면서 편집국장의 생각을 취재한 것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대를 위해 소가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 논리대로라면 역사 이래로 자행돼온 수많은 국가폭력, 국가범죄들이 모두 합리화한다. 심지어 나치의 유태인학살이나 이승만 정권의 민간인학살도 다들 그럴듯한 명분은 있었다.


우리가 사는 마산에 수정만이라는 곳이 있다. 몇 년 전 마산시가 그곳을 매립하고 당초 용도와 다르게 조선기자재 공장을 유치하려 했다. 당연히 거기서 대대로 살아온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 보상금이라고 받아 다른 곳으로 이사해봤자 전세금도 못 되는 돈이었다. 목숨 걸고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당시 마산시내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정만 반대주민들을 ‘지역발전 방해세력’으로 몰아세웠다. 공장이 들어서면 고용이 창출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하는데 그쯤의 손해는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럴 때 신문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다수 독자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므로 소수의 주민들을 ‘이기주의’로 봐야 할까? 나는 우리 기자들에게 ‘내가 그 입장이면 어떨까’를 생각해보라고 한다. 그게 과연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사업인지, 다른 방안은 없는지는 그 다음에 취재해보면 될 일이다.


지난 10월 11일 발행된 '송전탑 프로젝트' 특집면 표지.


다행히 우리 기자들은 밀양의 할매·할배들의 설움과 고통에 공감했고, 함께 산비탈을 오르고 함께 노숙하는 고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다른 취재일정으로 바빠 사나흘 밀양에 가지 못하면 괜히 죄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이젠 국장이나 부장이 가라 하지 않아도 기자들이 자발적으로 간다. 지난 11일 4개 면을 특집판으로 발행한 것도 기자들의 자발적 건의에 따른 것이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기사는 물론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리고, 이를 긁어 뉴스사이트에 라이브 블로깅을 하는 것도 기자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이 문제를 좀 더 거시적으로 보기 위해 동국대 김익중 교수를 기자교육 강사로 초빙해 ‘탈핵’ 강의를 듣기도 했다.


기자들뿐 아니다. 지역의 시인들이 자발적으로 ‘탈핵 희망의 시’를 릴레이 기고하여 20여 차례에 걸쳐 지면에 연재되기도 했고, 밀양의 한 교사가 기고한 ‘밀양 송전탑 사태의 진실’이라는 글은 1면 전체를 털어 실리기도 했다.


물론 경영진 입장에선 난감한 일도 있다. 광고를 앞세운 한전과 밀양시의 은근한 압력도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신문이 힘있는 기관이나 다수의 편만 든다면, 힘없는 소수는 더 얼마나 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할까? 우리는 다수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신문보다, 소수에게라도 ‘없어선 안 될’ 신문이 되길 꿈꾼다.


앞서 언급한 마산 수정만 싸움은 ‘계란으로 바위를 수없이 깬’ 주민들의 승리로 끝났다. 그날 주민들은 잔치를 열고 경남도민일보를 정식 초대했다. 이런 맛에 지역신문하는 것 아닌가?


※미디어오늘 10월 30일자 '미디어현장'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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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가 앞장서 탈핵 모임을 만든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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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자신에게만 어떤 불행이 닥치면 크게 분노하고 깊이 좌절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다가오는 불행에 대해선 의외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도 무감각해 보이는 일본 사람들이 그렇다. 일본 국토의 70%가 방사성 세슘에 오염되었고, 후쿠시마에서 250km 떨어져 있는 일본의 수도 도쿄 역시 고농도로 오염되어 있다는 데도 일본 국민들은 이상할 정도로 태연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59) 총리와 일본 정부, 그리고 일본의 주류 언론들이 사태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철저히 축소·은폐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 이유만으론 태평스런 일본 국민을 이해하기 어렵다.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라고 했던가. 백성은 가난한 데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한 데 분노한다는 뜻이다. 혹 분노하지 않는 일본 국민들은 오늘의 이 불행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죽는 건 힘없는 국민일뿐 위정자는 권력을 강화하고, 재벌은 더 많은 돈을 번다. 오늘날 일본과 한국의 재벌과 권력자들이 모두 전쟁의 혜택을 입은 사람들 아닌가. 핵 발전 우선 정책으로 돈을 버는 이른바 '원전 마피아'들은 방사능에 오염된 농수산물을 먹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언제든 외국으로 튈 수 있는 재력을 갖고 있다. 결국 향후 500년 동안 자자손손 오염된 농수산물을 먹고 각종 암에 시달리며 고통받을 사람은 힘없고 돈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의 원전은 안전할까? 거짓말이다. 확율과 비율로 볼 때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핵 사고, 1986년 구 소련 체르노빌 핵 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 사고에 이어 다음에는 한국에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23개 핵발전소에서 650회 이상의 사고가 발생했고, 이 숫자마저도 '성공적으로 은폐한 사고를 제외한 횟수'라고 한다.


핵 발전은 과연 비용이 쌀까? 거짓말이다. 그건 원전폐로비용과 핵폐기물 처리비용을 발전 단가에서 빼고 계산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른 대안은 있는가. 있다.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가 그 대안이다. 아직 기술이 떨어진다고? 그 분야에 기술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발전된 기술을 갖고 있는 유럽에 가서 배우면 된다. 미국 Duke 대학 교수들의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의 재생가능발전의 원가가 2010년 처음으로 핵발전 원가보다 낮아졌다고 한다. 한국은 원가가 왜곡되어 있어서 핵 발전이 더 싼 것으로 되어있다.


경남도민일보에서 강연 중인 김익중 교수.


바로 위 원전의 안전성과 발전 비용, 대안 부분은 지난달 24일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원자력 안전위원)가 경남도민일보에서 한 강연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방귀를 워낙 많이 뀌었으므로, 이제 설사가 나올 차례"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고리원전과 창원의 거리가 90km니 80km니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 땅은 일본보다 좁은 데다 거리도 짧아서 단 한 곳이라도 대형사고가 나면 남한 전역이 고농도로 오염된다. 그 땐 다른 나라로 이민 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래서 당장 페이스북에 '탈핵을 고민하는 경남사람들'(http://www.facebook.com/groups/idomintalhack)이라는 그룹을 만들었다. 지역신문이 앞장서서 이런 진실을 알리고 시민의 힘을 묶어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이는 우리 지역사회와 대한민국, 나아가 인류의 평화를 위한 작은 실천이자 '공공저널리즘(public journalism)'의 영역이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한다.


 11월 4일자 경남도민일보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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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축제 시기 늦추면 참여 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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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단감축제가 2일과 3일 이틀 동안 열렸습니다. 이웃 김해에서는 진영단감축제가 창원보다 하루 앞선 1일부터 3일까지 사흘 동안 치러졌습니다. 진영단감축제는 진영운동장에서, 창원단감축제는 동읍주민운동장에서 치러졌습니다.

 

연예인 공연, 노래 자랑, 단감 관련한 게임, 먹을거리 장터 등등 시기뿐만 아니라 내용도 비슷하답니다. 진영이 아무래도 축제를 열어온 역사가 오랜 덕분에, 지역 주민 참여가 좀더 많고 내용이 좀 덜 단조로운 모양입니다. 진영단감축제는 올해 스물아홉 번째고 창원단감축제는 열두 번째랍니다.

 

대체로 단감은 9월 말에 수확하기 시작하는데 가장 맛있고 품질 좋은 단감은 10월 하순부터 11월 하순까지 대략 한 달 동안 수확이 집중된다고 합니다. 단감은 따는 때를 놓치면 안 되는 과일입니다. 물러지면 상품성이 없어지기 때문이지요.

 

주렁주렁 매달린 단감들.

 

한 해 농사의 성패가 지금부터 스무 날 가량 사이에 결정됩니다. 그래서 단감 농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주인 내외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도시 나가 있는 자식들도 부르고 나아가 하루 열 명씩 스무 명씩 일손도 사야 하는 실정입니다.

 

블로거들의 단감 농가 탐방 장면 가운데 하나.

 

이런 가운데 단감축제가 열렸습니다. 창원단감축제 제전위원회가 마련하고 저희 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가 11월 1일과 2일 이틀 동안 진행한 블로거 팸투어를 통해 실제로 창원에서 단감 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이번에 만났습니다.

 

다들 얼굴이 까칠했습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이 일을 하기 때문이겠지요. 이들 사이에서 단감축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형님, 단감축제 하는데 가서 얼굴이라도 비쳐야 되겠지요?" "뭐 그래야 되겠지만 틈이 어디 있나?" "그래도 이래 나왔으니 한 번 들르기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동생은 시간 있으면 그래라, 나는 못 가겠다."

 

한창 단감을 수확하고 있는 사람들.

 

실상이 이러했습니다. 이런 사정은 창원뿐 아니라 김해 진영에서 단감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겠습니다. 창원 단감만 지금 따야 하고 진영 단감은 나중에 따도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정작 주인인 단감 농민들은 참여하기가 어려운 시기에 열리는 단감축제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단감 농민 말고 다른 사람들이라도 많이 와야 할 텐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았습니다. 팸투어 이튿날인 2일에 둘러본 창원단감 축제 현장이 그랬습니다. 손님도 별로 찾지 않고 주인 또한 일손이 바빠 함께하지 못하는 그런 단감축제랍니다.

 

창원단감축제 가운데 숟가락으로 단감 옮겨담기 경기.

 

창원단감축제 현장에서 숟가락으로 단감 옮겨 담기 경기를 구경하는 사람들.

 

눈길을 지역에서 전국으로 넓히면, 이런 사정은 더욱 심해집니다. 창원이나 진영 단감의 경우 지역에서 소비되는 물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대부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팔려나간답니다.

 

김순재 창원단감축제 제전위원장은 "창원 단감이 전국 생산량의 16%를 차지하고 수도권에서 소비되는 물량의 40%가량 됩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창원 또는 진영에서 단감축제를 하는지 마는지 대부분 모르는 현실입니다.

 

김순재 동읍농협 조합장.

 

지금 벌어지는 단감축제가 목적이 판매 촉진이라면 그다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실제 소비가 이뤄지는 수도권 지역을 찾아가 이벤트를 벌이는 편이 백 배 낫습니다.

 

아니고 단감축제를 통해 그동안 애써 온 지역 농민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적어도 시기만큼은 조절할 필요가 있겠다 싶습니다.

 

실제로 한 단감 농민의 자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집안 식구랑 친구까지 동원하고도 모자라 아줌마 열대여섯 분을 인력에서 샀어요. 축제 갈 틈이 어디 있나요?

 

축제 현장 단감 판매대.

 

지금은 저장 기술이 좋아 이제 따면 내년 5월까지는 가니까, 수확을 끝낸 다음에 축제를 해도 문제 없을 것 같아요. 그러면 오히려 농민들이 느긋한 마음으로 좀더 많이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데도 굳이 지금 단감축제를 해야 할 다른 사정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하면 날씨가 너무 춥다고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난방 기술도 좋아져서 옛날 같은 추위는 막을 수 있습니다.

 

축제 현장 먹을거리 장터.

또 추울 때 하면 나름대로 다른 멋과 맛을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단감 생산 농민의 참여만큼은 보장이 될 것이고, 덩달아 단감과 단감 관련 제품 구색도 다양해질 테니 보통 사람 참여도 더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물도 좋고 풍경도 그럴 듯하고 정자까지 멋들어진 그런 골짜기는 세상에 드문 법이랍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시기를 뒤로 늦춰 날씨를 양보하면 단감축제 다른 부분에서 내실이 지금보다 알차지지 않을까 싶은 것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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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만큼은 창원단감이 최고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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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오후 6시 30분 어름에 진행된 MBC경남 라디오광장의 세상읽기에서는 ‘창원단감’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지금이 한창 단감을 거두는 철인데다, 며칠 전 창원단감축제에서 들었던 얘기들을 풀어놓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김훤주 기자 : 오늘은 창원단감을 갖고 이런저런 얘기를 풀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서수진 아나운서 : 우리 경남이 전국에서 단감 생산이 가장 많다고 알려져 있잖아요? 그런 가운데서도 김해 진영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것 같아요.

 

1. 김해 진영단감이 이름이 높은 까닭

 

주 : 예, 그렇습니다. 제가 어릴 적 기억인데요, 기차를 타고 가면 그 때는 역 구내까지 커다란 대야에 물건을 이고 들어와 팔았는데요, 양산 물금역에 기차가 서면 아줌마들이 “내 배 사이소, 내 배!” 이랬고 밀양 삼랑진역에 서면 딸기를 줄여서 “내 딸 사이소, 내 딸!” 이랬습니다.

 

 

진 : 하하. 하는 말이 좀 재미있네요. 물금역에서는 사람들이 자기 배를 팔고, 삼랑진역에서는 자기 딸을 내다 팔았네요.

 

주 : 딸이나 배가 글자는 같으면서도 뜻이 다르니까 그런 식으로 우스개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기차가 김해 진영역에 들어서면 커다란 대야를 인 사람들이 차창 밖에서 “내 감 사이소, 내 감!” 하고 앞 다퉈 소리 질렀습니다.

 

기계로 껍질을 깎아낸 단감.

 

진 : 그런데 그 때 그런 아주머니들이 그냥 단감이나 배나 딸기를 사라 하지 않고 ‘내 배’ ‘내 감’ ‘내 딸’이라고 왜 꼭 ‘내’라는 말을 붙였을까요?

 

주 : 제 생각에는 물건을 죽 늘어놓고 좌판을 형성해서 파는 것이 아니고요, 기차가 역에 머무는 아주 짧은 동안에 그것도 차창을 사이에 두고 사고팔고를 했습니다. 

 

아줌마들이 한두 사람도 아니고 열 사람 스무 사람이 한 데 엉겨서 몸싸움까지 해가면서 팔았거든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 물건은 말고 내 물건을 사라고 ‘내’라는 말을 꼭 붙였던 것 같습니다.

 

단감말랭이. 그냥 '감말랭이'가 아니랍니다. 훨씬 달콤합니다.

 

진 : 그렇군요. 지금은 볼 수 없고 어쩌면 상상하기도 어려운 그런 풍경이었군요.

 

주 : 어쨌든 그런 덕분에 단감 하면 곧바로 많은 사람들이 진영을 떠올리게 됐고 그런 현실이 지금까지도 줄곧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2. 단감 전국 최대 생산지는 바로 창원

 

진 : 저도 단감이라 하면 진영이 최고 최대라고 알고 있습니다.

 

단감 선별장.

 

주 : 저 또한 이태 전만 해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알아봤더니 단감은 창원이 최고 최대였습니다. 다만 홍보에서 밀려 명성은 진영이 가장 높습니다.

 

단감도 다른 농산물과 마찬가지로 종이상자에 담겨 유통이 되는데요, 진영 단감 궤짝은 금세 너덜너덜해지고 창원 단감 궤짝은 오래도록 새 것 그대로라고 합니다.

 

진 : 왜 그럴까요? 창원 단감 종이 상자가 특별히 튼튼하게 만들어져 그렇지는 않을 테고요.

 

주 : 창원 단감이 아무래도 덜 알려져 있으니까, 상인들 손에 넘어갈 때까지만 창원단감 궤짝에 담기고요, 일반 사람들한테 전시 판매할 때는 진영 단감 궤짝에 옮겨 담으니까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창원 단감이 진영 단감 궤짝에 담겨 팔리는 셈입니다.

 

진 : 실제로 창원에서 단감이 어느 정도 재배되고 있는지요? 또 진영은 어떤지요?

 

보통 크기보다 조금 굵은 듯한 단감나무.

 

주 : 통계를 내는 기관마다 조금씩 다른데요,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 시·군별로 나눠서 내는 통계는 없는 것으로 아는데요, 창원시농업기술센터는 옛 창원 지역인 동읍·북면·대산면은 물론이고 옛 마산의 진전면·내서읍, 그리고 옛 진해의 웅천동 일대에서 2635가구가 2010ha에 단감 재배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김해시농업기술센터는 진영읍과 한림·주촌·진례면 등지에서 1355가구가 1365ha에서 단감 농사를 한다고 해놓았습니다. 면적을 보면 김해가 창원의 70%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창원 북면 단감과수원 거림 농원 풍경.

 

3. 창원은 농업인구가 9만을 웃도는 농업도시

 

진 : 국가 차원에서 시·군별 통계를 내지 않는군요. 전체 생산량만 파악하는 모양입니다. 창원 단감과 진영 단감 생산량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

 

주 : 객관적이고 정확한 비교는 어려운 모양입니다. 창원 단감 최대 생산지인 창원 동읍의 김순재 농협 조합장도, 단감 포장에 들어가는 종이 상자 소비량을 파악해 어림짐작할 뿐이라 했습니다.

 

 

그렇게 했을 때, 서울·경기·인천 같은 수도권에서 소비되는 40%가 창원 단감이라 했습니다. 또 전국 생산량에서는 창원 단감이 16% 안팎 차지한다고 하더군요.

 

진 : 그러면 옛날에는 진영에서 창원보다 단감이 더 많이 생산되다가 언젠가부터 창원에서 단감이 더 많이 나게 된 것인가요? 아니면 처음부터 창원 단감이 많았는가요?

 

주 : 옛날부터 창원 단감이 최고 최대였다고 합니다. 다만, 지금처럼 도로가 사방팔방으로 나기 전에는 진영이 교통 요충지이다 보니까 창원에서 나는 단감이 대부분 진영으로 모였다가 전국으로 나갔다고 합니다. 지역 특산물 브랜드 개념이 없던 시절 일입니다.

 

진 : 좀처럼 믿기 어려운 일인데요. 창원이 옛날부터 우리나라 최대 단감 생산지라는 말을요. 그런데 이를 입증하는 단감나무가 창원에 있다지요?

 

4. 창원에는 100년 된 단감나무가 있다

 

창원 북면의 100년 된 단감나무. 밑둥치 굵기가 정말 남다릅니다.

 

주 : 100년 가량 된 단감나무가 여럿 자라고 있고 지금도 여전히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 봤는데요, 우리가 아는 단감나무보다 둘레가 서너 배는 되고도 남을 정도였습니다.

 

북면 마산리 연동마을 한 과수원이었습니다. 나무 주인인 하희종씨는 1955년생이신데, 그 할아버지 대부터 단감농사를 지었다고 했습니다.

 

진 : 그렇군요. 창원단감이 이처럼 널리 알려져 있지 못한 데는 다른 이유도 있는가요?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든지 하는…….

 

마찬가지 100년은 된 다른 단감나무.

 

주 : 물론 결과를 놓고 보면 단감을 생산하는 농민이나 해당 지역 농협, 그리고 자치단체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고 짚을 수도 있겠지만, 객관 조건이 좋지 못하다고 하는 편이 제가 보기에는 정확합니다.

 

진 : 창원 단감이 당시 교통이 발달돼 있던 진영을 통해 팔려나갔다는 사정 말고 또다른 악조건이 있는 모양이네요.

 

5. ‘공업도시 창원’ 이미지도 악조건

 

주 : 바로 ‘창원’이라는 지명 자체가 문제라고 합니다. 창원은 1970년대 들어 공업단지가 만들어졌습니다. 단감도 예전에는 아주 귀한 과일이었다가 1970년대 들어 본격 재배되기 시작했거든요. 창원단감보다 먼저 창원공단이 더 널리 알려진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창원이 공업도시인데 그런 데서 뭐 대단한 농산물이 나겠느냐’는 생각을 무심결에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창원은 경남에서 농업인구가 가장 많은 농업도시이기도 합니다. 창원 제조업체 종사자가 2013년 현재 11만5264명으로 나오는데요, 농업인구도 못지않습니다. 창원농업기술센터 자료를 따르면 2만9228가구에 9만7051명입니다.

 

 

진 : 창원의 공업도시 이미지 탓에 창원단감이 손해를 보는군요. 창녕 양파, 남해 마늘, 양산 매실, 하동 야생차, 김해 장미, 진주 문산 배, 밀양 얼음골 사과 등등은 아주 자연스럽잖아요.

 

단감과 마찬가지로 창원이 전국 최대 생산지인 국화도 ‘창원 국화’ 하면 좀 어색하고 ‘마산 국화’라 해야 좀 어울리는 느낌이 듭니다.

 

6. 단감을 과일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 인식도 있고

 

주 : 또 다른 요인으로는, 단감을 과일로 잘 여기지 않는 일반 인식도 문제라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과일을 꼽으라 하면 사과, 배, 밀감, 포도, 복숭아…… 이렇게 나가다가 바나나, 키위, 오렌지 이렇게 외국산 농산물로 넘어가거든요. 물론 이는 창원 단감뿐 아니라 진영 단감에도 해당되는 어려움입니다.

 

진 : 예에, 요즘 단감이 한창 많이 나오는 철이잖아요? 마지막으로 창원 단감과 진영 단감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단감 장점을 자랑 좀 해 주시죠?

 

100년 된 단감나무들의 주인. 거림농원 농장주 하희종 최순희씨 부부.

주 :  단감은 신장과 허파를 맑게 해준다고 합니다. 담을 막는 데도 좋고요, 다른 과일과 마찬가지로 먹으면 몸이 시원해집니다. 비타민, 특히 비타민C가 많아 감기 예방에도 좋습니다.

 

또 일반적으로 변비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단감은 변비의 요인인 글루타민이 몸 안에서 파괴되기 때문에 무관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설사를 멎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자들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진 : 그러니까 단감이 변비를 불러온다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군요. 여성 피부 미용에 좋다는 얘기도 새롭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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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선 밀양시의원은 왜 목숨을 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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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전혀 몰랐다. 6개월 정도 지나서 주변을 돌아볼 때쯤 되니까 주민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좀 도와달라고. 야당 의원이 안 도와주면 어떻게 하느냐고.... 그래도 765가 뭔지, 송전탑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잘 몰랐다. 그 때 조배숙 최고위원에게 밀양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하는 정도였다.


이치우 어르신이 돌아가시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됐다. 장례식장 갔더니 멱살을 잡는 주민 분들이 있었다. '너희 같은 의원들 때문에 우리 주민이 죽었다. 너희가 한 번이라도 왔으면 억울해서 외로워서 죽지 않았을 것 아이가. 그렇게 와달하고 해도 안 오더니'라며 울부짖으셨다.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넋놓고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문정선 의원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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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재발견'을 본 이성철 김갑수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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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획, 출판한 <경남의 재발견>(도서출판 피플파워)에 대한 평가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우선 이성철 교수님과 김갑수 대표가 SNS를 통해 서평을 올려주셨다. 두 분의 허락을 얻어 여기에도 기록해둔다.


남도민일보에 연재되며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경남의 재발견>(전2권, 도서출판 피플파워)을 받아들고, 반가운 마음에 서문부터 펼쳐보았다.


이승환, 남석형 기자의 글발이 얼마나 찰지고 간결하며 풍성할 지를 충분히 짐작할 만한 명문이다. 그냥 단순한 답사기가 아니라 장소, 시간, 사람, 그리고 멋과 맛이 어우러져 있는 '지리학적 상상력'이 단정하게 배어있는 참 좋은 책이다.


곁에 두고 나설 때마다 펼쳐보아도 좋고, 훌륭한 인문학 서적으로 단숨에 읽어도 좋다. 덧붙여 시원한 편집과 함께 눈 맛을 더해주는 박민국 기자의 사진은 덤으로 얻는 선물이 되겠다.


/이성철(창원대 교수, 사회과학대학장)


인적으로 특정 지역에 관한 탐사물 가운데 최고로 치는 책은 전우용의 '서울은 깊다'. 읽다 보면 서울만 깊은 게 아니라 글쓴이의 지식과 지혜 또한 무지 깊다는 걸 알게 된다. 감히 단언컨대 '서울학'의 교과서로 가장 적절한 입문서가 아닐까 싶다. 재미있고 유익하며 아름답기까지 한 책이다. 


@김갑수


찬 바람 씽씽 맞고 날아 온 또 하나의 지역서 '경남의 재발견'.


앞의 책이 깊다면 이 책은 넓다. 그도 그럴 것이 자그마치 스무 곳을 샅샅이 누비고 뒤져 완성한 '소'동여지도이기 때문이다. 앞의 책이 지식에 치중한 학문서라면 이 책은 정보에 방점을 찍은 백과서다. 그런 이유로 앞의 책이 감동적이라면 이 책은 매우 유용하다. 


해안편과 내륙편으로 나눠 경남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이 책 두권이면 번거로운 검색질과 계면쩍은 귀동냥이 절대 필요없다. 역시 단언컨대 당분간 경남 지역을 여행할 객들에게 가장 훌륭하고 완벽한 정보들을 자애롭고 꼼꼼하게 전해줄 책이다. 물론 그 동네에 살면서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숱한 것들을 다시 볼 수 있게 해주니 지역민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이 책이 그려준 아름답고 푸근한 산천과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자연과 함께 살아 온 민초들의 얘기 말고, 그 땅을 욕보인 채 필요할 때만 '왕년'을 찾는 못난 이들의 원죄에 관한 '경남의 죄발견'도 기대해 본다.


각권 1만 5천 원에 무료 배송. 도서출판 피플파워 간.


/김갑수(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



경남의 재발견 (해안편 + 내륙편) - 전2권 - 10점
이승환.남석형 지음, 박민국 사진/피플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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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자들이 엠네스티 언론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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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자들이 국제엠네스티 언론상을 받아왔습니다. 밀양 송전탑 기획보도팀이 받았는데요. 올해 경남도민일보의 성과 중 하나입니다. 언론사와 기자로선 큰 영광이자 명예죠.


국제엠네스티 언론상은 "올 한 해 한국사회의 소외된 인권 문제를 발굴해내고 이를 심층취재, 보도하여 인권 가치와 의미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한 언론과 그 기자들에게 주는 상인데요. 올해는 ▶ KBS <추적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전말 ▶ SBS <SBS스페셜> 감시사회: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 광주MBC <뉴스데스크> 수사기관 개인정보 무단조회, 이대로 좋은가 ▶ 경남도민일보 < 밀양 송전탑 프로젝트> ▶ 경향신문 <살인피해 유족, 끝나지 않는 ‘트라우마 고통’> ▶ 한겨레21 <국민과 난민 사이> 등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특별상은 대안언론으로서의 활약상과 가능성을 보여준 ▶ 뉴스타파가 받았습니다.


김주언 심사위원장은 앰네스티 언론상에 출품된 총 39편의 면면에 2013년 한 해 동안의 인권이슈가 그대로 담겨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고질적인 비정규직과 해고 노동자 문제에 더불어 올해 더욱 부각된 ‘갑질’에 희생당한 ‘을’의 감정모욕 등의 노동 문제, 밀양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에서 불거진 소수자 폭력과 차별, 그리고 국정원의 대선개입사건에 이르기까지 지난 1년 간의 이슈들을 인권의 언어들로 풀어낸 작품들이 높은 평가를 받으며 경합을 벌였다고 밝혔습니다.



저희 임채민 기자는 수상자를 대표하여 수상 소감에서 "밀양에서는 지난 60∼70년대와 같은 전근대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며 "이렇게 큰 상을 받았지만 사실은 여러가지로 부끄럽고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습니다.


기록차원에서 수상작과 수상 기자 명단, 그리고 심사평을 여기에 올립니다.


수상작


▷ KBS 추적60분 :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전말 남진현·강희중 PD, 김샛별 작가


▷ SBS스페셜 – 감시 사회: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이동협·박기홍 PD, 윤주희 작가


▷ 광주MBC 뉴스데스크 – 수사기관 개인정보 무단조회, 이대로 좋은가 김철원·김인정·송정근·이정현 기자


▷ 경남도민일보 – ‘특집: 밀양 송전탑 프로젝트’ 표세호·권범철·임채민·남석형·김구연·서동진 기자


▷ 경향신문 – 살인피해 유족, 끝나지 않는 ‘트라우마 고통’ 박주연 기자


▷ 한겨레21 – 국민과 난민사이 박현정·김성환·엄지원 기자


▷ <특별상> 뉴스타파


심사위원


김주언(심사위원장) 언론광장 감사

김지영 EBS 이사

김현 KBS 인재개발원 PD

이강현 KBS 드라마국 국장

최상재 SBS 시사다큐팀 부장

김환균 MBC PD

남영진 전 기자협회장

김희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국장



심사평


2013년 한 해 동안의 인권이슈는 앰네스티 언론상 39편의 출품작에 오롯이 담겨 있다. 지난 해에 이어 철탑 고공농성을 이어온 해고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투쟁과 가족의 한 서린 삶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기본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로 어지러운 삶을 살아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혹독한 삶의 현장도 변하지 않고 있다. 특히 고압송전탑 건설을 둘러싸고 벌어진 한전과 주민의 갈등,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와 밀양 할매들의 끈질긴 투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우리 사회의 고질인 갑을관계에서 ‘갑질’에 희생당한 ‘을’들의 감정모욕, 학교현장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 등 학생인권문제,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쫓겨난 철거민의 고달픈 삶은 우리 사회의 치유하기 어려운 만성질환들이다. 여기에 차별금지법 제안과정에서 나타난 폭력사태와 동성애자등 소수자들에 대한 인권유린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살인피해 유족을 위한 지원프로그램이나 소년원 등 인권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그늘진 이웃에 대한 배려도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1년여 동안 국민의 눈과 귀를 옭아맸던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은 국민주권의 헌법정신을 유린한 국가폭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국정원이나 경찰 등 국가기관에 의한 감시의 눈초리도 우리 주변에 번득이고 있다. 특히 ‘신유신시대’의 원년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공안돌풍이 몰아치면서 국정원의 위협이나 협박에 의한 ‘간첩 만들기’도 되살아났다.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무단유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여기에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감시사회로 전환됐다.


출품작들 가운데에는 시리아 관타나모, 네팔 등 국제적 여론을 환기시킨 인권문제를 다룬 작품들도 많았다. 특히 라오스의 탈북청소년 북송 등 우리가 지속적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들도 출품됐다.


앰네스티 언론상 심사위원들은 출품된 39편 모두 나무랄 데 없는 작품이었다는 데 의견을 일치했다. 그만큼 한정된 수상작을 고르는 데 심사숙고해야 했다. 심사위원회는 우선 예심에서 17편을 추려낸 뒤 토론과 투표를 거쳐 7편을 가려냈다. 이 중에서 다시 한번 투표를 거쳐 최종 수상작을 뽑기가 매우 어려울 만큼 7편 모두 손색이 없었다. 따라서 예년 보다 많은 작품이지만, 모두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심사위원 모두 이견이 없었다.


결선대상에 오른 출품작 중 ‘감시사회 :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SBS 제작본부 시사다큐팀)와 ‘수사기관 개인정보 무단조회, 이대로 좋은가’(광주 MBC), 두 작품은 심사위원 전원일치로 수상작에 올랐다. ‘감시사회’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을 통해 남겨진 수많은 디지털 흔적들을 누구나 들여다 볼 수 있는 현대사회에 대한 고발이다. 개인이나 기업, 국가기관의 감시가 치밀해지면서 개인정보와 인권이 침해되고 있는 감시사회. 누가 나를 감사하고 있는 지도 알 수 없는 감시사회에 대한 고발과 해결책을 제시했다.


‘수사기관 …’은 지역사회에 국한된 얘기이지만, 경찰이 자신만의 특권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업무목적이 아닌 개인용도로, 그것도 무단으로 조회해 인권을 침해한 사례를 고발했다. 아마도 지역에 국한된 사례가 아닌 전국에서 폭넓게 일어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경찰의 징계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온 게 사실이다. 연속보도를 통해 실태를 고발하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특히 자체 감찰정보를 정보공개와 행정심판을 통해 얻어냈다는 점이 돋보였다.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을 다룬 몇 편의 출품작 중에서는 경남도민일보 특별취재팀의 ‘밀양 송전탑 프로젝트’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팀은 한전의 공사재개에 따른 경찰의 과잉진압과 인권탄압 사례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또한 특집판을 통해 ‘할매·할배들이 목숨걸고 막을 수밖에 없는 이유’ ‘약자들 희생을 강요하는 국가의 거대한 폭력’ ‘고압 송전탑이 주민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룬 특집판을 제작하는 등 여론을 선도했다. 특히 지역사회의 온갖 위협을 물리치고 과감하게 보도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살인피해자 유족, 그들이 사건 후 겪는 참담한 트라우마와 갈 길 먼 정부 지원책’(경향신문 여론독자부)는 엄청난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살인사건 유족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정부의 다각적 지원책을 제시했다. 한 해 1,000여건에 이르는 살인사건 유족은 경제적 고통 외에도 우울증 환청 등 외상후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정부 지원은 흉악범 관리비용 보다도 적은 형편임을 고발한다. 흉악범에 대한 사형폐지 못지 않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유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전말을 다룬 작품은 KBS(추적 60분)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전말’과 뉴스타파의 ‘자백이야기(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가 동시에 출품됐다.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던 탈북자가 국내에 거부하는 탈북자 명단을 북한에 넘긴 간첩이라는 것이었다. 모든 혐의는 그의 여동생 자백에 의해 구성됐다.


KBS는 1심 판결문을 바탕으로 국정원이 제출한 증거가 간첩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지 추적했다. 중국 현지와 한국에서 증언과 증거자료를 확보하여 국정원의 부실수사와 무리한 기소를 밝혀냈다. 이 작품은 자체심의에서 한 차례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다가 일부 수정한 뒤 방영됐다. 더욱이 최근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재판중인 사건이라는 이유로 경고 조치를 받았다.


뉴스타파는 이 사건이 어떤 과정에서 조작되었을 개연성이 있는 지를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뉴스타파는 1심판결이 나오기 이전부터 이 사건이 조작됐을 개연성이 높다는 점을 보도해왔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뉴스타파 PD와 대표를 민형사로 고소해 법적 절차가 진행중이다.


심사위원회는 두 작품 모두 객관적인 관점에서 과학적 탐사기법을 토대로 국정원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고발한 수작이라는 데 공감을 표했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와 국정원의 고발, 모두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유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따라서 두 작품 모두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은 없었다. 다만 뉴스타파는 이 작품 외에도 심층취재를 위한 대안언론으로 활동하면서 인권문제에 대한 끊임없는 천착과 역외탈세문제 등에 대한 집중취재를 통해 우리 언론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특별상에 선정키로 했다.


한겨레는 본선에 오른 작품만 4편에 달했다. 심사위원들은 4편 모두 수상작으로서 손색이 없음을 인정했다. 4편 중 심사위원들은 한겨레21 ‘국민과 난민사이’를 수상작으로 뽑았다. 이 작품은 ‘난민들의 한국살이’를 시작으로 ‘한국 속 난민, 그들은 누구인가’, ‘한국인의 조건’, ‘난민이 된 한국인’ 등을 보도했다. 한국에 살고 있는 난민을 이주민이란 관점에서 출신국가 및 민족별 차이와 결혼이주민 등 다른 이주민과의 사회권 보장 정도를 비교 분석하여 이주민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특히 다른 나라에서 난민이 된 한국 국적의 트랜스젠더들의 사례를 찾아내기도 했다. 이 작품은 국가와 인권의 의미를 성찰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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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건호언론상, 경남도민일보와 프레시안 선정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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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공개되었듯이 2013년 제12회 송건호언론상 수상자에 경남도민일보와 프레시안이 선정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17일) 시상식이 서울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립니다.


수상 소감은 나중에 따로 올리겠지만, 청암언론문화재단이 발표한 선정 사유를 여기에 기록으로 남깁니다.


한겨레신문사와 청암언론문화재단은 제12회 ‘송건호언론상’의 수상자로 ‘경남도민일보’와 언론협동조합‘프레시안’을 뽑았습니다. 이 상은 한겨레신문사 초대 사장으로 언론 외길 40년을 언론자유와 진실보도를 위해 바쳤던 고 청암 송건호 선생을 기리기 위해 2002년 제정됐습니다. 


개혁언론의 기치 아래 도민들이 주주로서 1999년 창간한 경남도민일보는 경영과 편집의 분리, 노사공동경영, 독자의 지면평가, 독자권익보호를 제도적으로 보장했으며, 곧은 비판정신으로 지역사회를 감시하는 동시에 지역민을 충실히 대변하여 언론의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2001년 관점이 있는 뉴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출범한 프레시안은 심층취재와 기획보도로 인터넷매체의 차별화와 성장에 기여하는 한편 시대의 부조리를 지속적으로 고발했습니다. 어려운 매체시장 환경에 맞서 보도의 자율성을 수호하고자 올해 6월에는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여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두 수상자의 언론의 독립을 향한 열정과 실천을 높이 평가하여 이 상을 드립니다.



-시상식: 2013년 12월 17일(화) 오후 6시30분 서울 중구 세종대로 124 한국언론회관 19층 기자회견장


-심사위원: 이해동(청암언론문화재단 이사장) 김태진(도서출판 다섯수레 대표) 방정배(성균관대 명예교수) 김동규(한국언론학회장) 유의선(한국방송학회장) 김서중(한국언론정보학회장)


제12회 송건호언론상 경남도민일보 • 프레시안 선정 사유


‘송건호언론상’ 심사위원회는 ‘제12회 송건호언론상’의 수상자로 ‘경남도민일보’와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을 선정했습니다.


개혁언론의 기치를 들고 1999년 5월 11일 경남지방 종합일간지로 창간된 경남도민일보는 지역언론의 모범으로 손꼽힙니다.


심사위원회는 경남도민일보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그 배경에 주목했습니다.


우선, 6천여 도민이 주주로 참여한 소유구조는 특정세력의 사유화를 원천적으로 방지하여, 일부 ‘토호언론’에서 보이는 병폐를 예방할 수 있었고, 권력과 자본, 억압과 회유에 맞서 보도의 자유를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1999년 경남도민일보 창립 주주총회 모습.


편집권은 기자들이 공유하되 편집국장이 최종권한과 책임을 가지며 회사는 편집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경영과 편집의 분리’ 원칙을 편집규약에 명문화 했으며, 편집국원 인사에 대하여 편집국장의 재량권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영진 중간평가제, 편집국장 임명동의제, 노사 동수의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수평적 의사소통과 민주적인 운영방식을 지향했습니다.


그리고 2000년부터 지면평가위원회를 설치하여 독자들의 비판과 의견이 지면제작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했고, 독자권익위원회(고충처리인)제도를 운영하여 독자와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객원기자제도를 현실화하여 지면을 도민들에게 개방하였습니다. 이는 언론이 지역에서 권력으로 군림하는 폐단을 견제하는 길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입니다. 


구성원들의 노력 또한 돋보입니다. 임직원은 1999년 5월 사원윤리강령, 2002년 2월에는 기자실천요강을 제정하여 신문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금품, 향응,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일을 스스로 규제했고, 이에 따라 신문사는 언론자유 수호와 품위유지, 부적절한 외부활동 금지를 강력하게 요청하였습니다. 나아가 윤리위원회를 통해 윤리강령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때로는 조직 내 비리를 외부에 공개하고 반성하여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지역신문발전특별법에 따라 전국 106개 지역신문사에 대한 종합평가 결과 2005년 최우수 신문사로 선정되었고 이후 9년 연속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은 경남도민일보의 공신력을 객관적으로 입증합니다.


지역에 밀착하여 지역민을 대변하고 약한 자를 보호하는 것이 지역언론의 바른 길이며 살 길이라는 신념은 밀양 송전탑 건설과 도립 진주의료원 폐업 관련 보도에서 잘 드러납니다.


2005년부터 송전탑 문제를 600여건 이상, 금년에는 진주의료원 논란을 700여건 이상 지속적으로 보도하여 지역문제를 현장에서 다각도로 깊이 있게 분석했고 소수자의 의견도 충실히 반영하였습니다. 특히 2013년 10월 11일자에 ‘특집 송전탑 프로젝트’를 4면에 걸쳐 집중 보도하여 이 문제의 핵심은 집단이기주의나 폭력사태가 아닌 원자력발전을 확대하려는 국가 에너지정책과 그 강제추진 방안임을 상기시키며 여론과 정책의 변화를 촉구하였습니다. 이는 지역언론의 지평을 넓히고 존재의의를 증명하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2001년 9월 24일 고급정론지를 지향하며 출범한 이래 오늘날 대표적인 인터넷매체로 자리잡은 ‘프레시안’은 2013년 6월 1일 언론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며 제2창간을 단행했습니다. 


단편적이고 선정적인 정보가 범람하는 온라인 공간에서 ‘관점이 있는 뉴스’ 제공을 위하여 프레시안은 지난 십여 년간 심층보도와 기획기사를 통해 차별화된 양질의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동시에 황우석 사태, 한미FTA, 삼성 반도체공장 백혈병 문제 등을 지속적으로 파헤쳐 과학권력, 정치권력, 기업권력에 맞서며 우리사회의 부조리를 감시하고 진실을 수호하기 위하여 분투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여와 호평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매출이 저조한 온라인매체 시장의 구조적인 한계로 인하여 프레시안은 만성적인 경영 불안정을 겪습니다. 경영난를 극복하고자 독자, 후원자와 유대를 강화하고 오프라인 사업을 벌이는 등 자구책을 찾았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었습니다. 

 

한때 자본과의 제휴를 통한 생존 방식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언론의 자유가 본질적으로 침해 받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자본을 택하지 않고 언론사로서는 국내 최초로 협동조합 체제로 전환하였습니다. 세계적으로 협동조합 언론매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성 언론이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예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큽니다.


이제 프레시안은 생명∙평화∙평등∙협동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며 광고에 의존하지 않는 건강한 대안언론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섰고, 생존과 언론자유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국언론계는 이들의 미래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12회 심사위원회는 송건호 선생이 강조한 정신 중에서 올해는 ‘언론의 독립’이라는 관점에서 후보자들을 심사했습니다. 자유언론을 위해서는 언론인 개인의 신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언론사의 제도적 장치가 확립되고 구성원의 의식이 투철할 때 ‘언론독립’은 이상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수상자를 뽑았습니다.


심사위원회는 두 수상자가 언론의 독립을 이룰 수 있는 구조와 제도를 도입하고 운영하는 동시에 그 실천을 위하여 구성원들이 고민하고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하여 이 상을 드립니다. 


심사위원회는 이 상이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좋은 언론을 만들고 지키고자 격려와 지지를보내고 헌신한 두 언론사의 주주, 조합원, 독자, 필진, 임직원들에게 기쁨과 격려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2013년  12월  17일 청암언론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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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송건호언론상 수상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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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입니다. 한국의 언론과 언론인이 받을 수 있는 가장 영예로운 상이 바로 송건호언론상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지식인의 표상이자 언론인의 사표이신 청암 송건호 선생은 저희 경남도민일보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주신 분입니다. 1998년 “경남에도 한겨레처럼 자본과 권력의 지배를 받지 않는 독립언론을 만들어보자”는 꿈같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랬고, 실제 그 꿈이 이뤄져 1999년 5월 11일 경남도민일보가 창간할 수 있었던 것도 선생이 앞서 틀을 잡은 한겨레신문이라는 모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또한 경남도민일보의 근간이 된 ‘편집규약’과 ‘참여민주경영’의 원리도 일찍이 선생이 설파하셨던 ‘경영과 편집의 분리를 통한 편집권 독립’의 정신에서 비롯되었음을 고백합니다.


사진=한겨레


선생은 언론인이자 역사학자였습니다. 왜곡되고 은폐되어온 현대사를 바로잡는데 앞장섰던 선생의 역사의식은 경남도민일보 창간 직후부터 시작해 100회에 걸쳐 연재된 ‘지역 현대사 발굴 기획보도’로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토호 기득권 세력의 실체와 그 뿌리가 드러나고 민간인학살을 비롯한 각종 반인권․국가범죄도 밝혀질 수 있었습니다.


언론은 누구 편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진실하냐가 중요


가끔 저희는 다른 지역 사람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보수적인 경상도에서 어떻게 경남도민일보 같은 진보언론이 생존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실제 경상도 안에서도 저희 신문을 가리켜 ‘진보신문’ ‘좌파언론’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희는 진보언론이 아닙니다’라고 말씀 드립니다. ‘진보’라는 말뜻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진영논리에 따라 언론을 ‘니편, 내편’으로 나누려는 시도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누구의 편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진실하고 정의로운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송건호언론상 선정 사유 중에는 ‘밀양 송전탑과 진주의료원 문제 심층 집중 보도’도 포함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가 이 두 가지 사안을 보는 관점도 보수나 진보냐가 아니라, 무엇이 진실과 정의에 부합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거창한 가치나 철학이 아니라, 언론이라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자세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송건호 선생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글을 쓸 때마다 항상 30년, 40년 후에 과연 이 글이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라는 생각과 먼 훗날 욕을 먹지 않는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다짐하곤 한다. 크게는 민족을 위해서 작게는 내 자식들을 위해서 어찌 더러운 이름을 남길 수 있겠는가.”



또 선생은 “언론인의 지위를 징검다리 삼아 이익과 출세를 구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으며, “글의 내용과 글쓴이의 생활 사이에 모순이 없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경남도민일보 임직원들은 이러한 선생의 가르침을 실천하려 노력해왔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수상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무너지는 건 한 순간, 송건호 선생 이름 욕되게 하지 말아야


그래서 따로 겸손의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언젠가는 우리가 반드시 받아야 할, 목표로 삼아온 상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생각보다 빨리 이 상을 받게 되어 기쁘긴 하지만 두려움도 함께 느끼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아직 이룬 것보다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고, 지나온 길보다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하나하나 쌓아 올라가기는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건 한 순간입니다. 저희 경남도민일보도 끊임없이 자본과 권력, 연고와 인맥의 유혹을 받아왔고, 잠깐 잠깐 흔들려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상을 받은 이상 앞으로는 잠깐 흔들리는 것도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저희에겐 송건호라는 이름을 욕되게 해선 안 된다는 무거운 책임과 의무를 안게 되었습니다. 또 정의로운 언론이 성공하는 모델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도 생겼습니다. 기분 좋은 의무입니다. 이런 의무감을 안겨 주신 송건호 선생과 선생의 가족, 그리고 청암언론문화재단과 한겨레에도 감사드립니다.


2013년 12월 17일 경남도민일보 임직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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